- 경찰청, 전문 뇌파 분석관 시도청 배치
뇌파분석-거짓말탐지기 종합활용키로
결정적 증거 없는 강력사건 수사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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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경찰이 앞으로 결정적 증거가 부족한 강력범죄 피의자 수사에, 뇌과학 전문가들의 ‘뇌파검사’를 활용해 돌파구를 연다. 뇌파검사 결과를 대표적인 심리분석 기법인 ‘거짓말 탐지기’(폴리그래프, Polygraph) 결과와 결합해 종합 심리분석으로 수사력을 강화한단 방침이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력경쟁채용(특채)을 통해 채용된 ‘뇌파 분석관’ 8명이 15주간의 교육을 거쳐 최근 전국 시도경찰청에 배치됐다. 경찰이 뇌파분석을 위한 전문 인력을 확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이후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뇌파검사를 동원했으나 비전문 수사관이 운영해 체계적이지 못했다. 경찰의 뇌파 분석관들은 뇌과학 석사 학위 이상으로, 관련 논문을 작성했거나 뇌파 관련 업무를 2년 이상 경험한 이들로 구성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뇌파는 워낙 전문 분야여서 외부에서 전문인력을 확보했다”며 “조만간 분석관 2명을 추가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뇌파분석은 뇌에 각인돼 있는 특정한 사람의 얼굴이나 물건·장소의 이미지 봤을 때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측정하는 기법이다. 피해자가 식도에 찔려 숨진 사건이라면 피의자에게 식도를 포함한 다양한 흉기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때마다 뇌파 반응을 살핀다. 실제 가해자라면 칼 이미지를 본 순간 머릿속에서 뇌파가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뇌파검사를 ‘뇌 지문’ 검사라고도 부른다.
시·도경찰청 소속 뇌파 분석관들은 수사팀의 의뢰를 받아 직접 검사한다. 뇌파분석 결과는 폴리그래프, 법최면, 행동분석 등 다른 과학수사 기법 결과와 엮어 ‘통합심리분석 결과 보고서’로 종합돼 수사팀에 전달된다. 개별 수사기법을 더불어 활용하면 분석 정확도는 높아지고, 피의자의 혐의 입증하는데 기여할 할 것으로 경찰은 기대한다.
특히 범행을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물리적 증거)은 없고 정황증거만 있어 어려움을 겪는 수사에 돌파구를 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폴리그래프처럼 수사중인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역할도 한다. 지난 2010년 여중생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김길태는 수사 초기 범행을 자백하지 않았으나 뇌파·폴리그래프 검사 등을 함께 받고 나서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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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사기관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뇌파검사를 비롯한 과학수사에 관심을 뒀다. 지난 2004년 대검찰청이 뇌파 분석장치 1대를 처음 도입해 시험 사용을 시작했고 2016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찰은 그간 수사에서 필요할 때 국과수 도움을 받아 제한적으로 활용했다.
최근 일부 법원이 수사기관이 제출한 뇌파분석을 포함한 통합심리분석 결과를 참고해 판결을 내린 사례가 있다. 광주고등법원 제1형사부는 지난 2020년 지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판단 이유로 “대검의 통합심리분석 결과를 보면 피고는 음주 후 행동 조절·통제에 문제가 반복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다만 법원이 폭넓게 심리분석 결과의 증거력을 인정하진 않는다. 대법원 판례도 없다. 양형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여러 보조적 수단 중 하나로 활용하는 수준. 지방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한 부장판사는“다른 증거 없이 통합심리분석만을 보고 유죄 여부를 판단하기엔 위험하다”며 “(현재는) 피고인 진술의 신뢰성을 따지고 양형을 정할 때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뇌파검사 등 과학수사 분야는 정확도가 높고 연구도 활발하다”며 “관련 데이터가 더 쌓이면 판사가 증명력을 느낄 수준까지 발전할 전망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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