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재명, 크게 착각했다” 연일 저격
이재명 1심 선고 앞두고 ‘사법리스크’ 부각
‘당정 공멸’ 의식했나…보수민심 이탈 감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회담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본격적인 ‘이재명 때리기’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고, 여야 대표 회담을 성사시키며 ‘해빙 무드’를 보였던 임기 초반과 달리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이달 법원의 1심 선고로 예상되는 ‘사법리스크’ 정국을 부각시키는 전략이자 동시에,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에 대한 여권 내 우려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크게 착각한 것 같다”며 “이재명이라는 기득권 정치인 1명의 범죄 처벌을 무마해 주려고 선진국의 상식있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선동에 넘어가 판사 겁박하러 주말에 거리로 나서줄 거라고요”라고 했다. 이날 앞서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제2차 국민 행동의 날’ 집회 참여 인원이 경찰 추산 1만5000여명(주최 추산 20만명)으로 지난주에 비해 줄어든 점을 꼬집은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해당 집회를 “판사 겁박 무력시위”라며 “역풍을 받을까 두려워 마치 따로 따로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누가 봐도 ‘민노총+촛불행동+더불어민주당’이 한날 한 무대에서 원팀으로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8일에는 “이재명 대표가 본인 범죄 혐의에 대한 법원의 형사 판결 선고를 일주일 앞두고 총동원령을 내렸다”며 “대한민국 건국 이래 특정인의 범죄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막기 위해 진영 전체에 총동원령을 내리는 이런 장면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한 대표의 메시지는 취임 100일이었던 지난 10월30일을 기점으로 쏟아지고 있다. 한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향해 “대표 범죄혐의에 대한 방탄을 위해 헌정위기를 조장하고 사법시스템을 난도질하는 폭력적인 정치행태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이달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범죄혐의자 이재명 민주당의 헌정중단 시도”라고 말했다.
높아지는 발언 수위는 이달 최고조로 치닫게 될 사법리스크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셈법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달 15일과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각각 허위사실공표,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며 장외집회를 앞세워 한층 거세진 야권 공세에 대한 방어 차원으로 해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9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장외집회에서 손팻말을 들어 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그간 당정 차별화 행보에 대한 여권 내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 10월21일 윤 대통령과 81분 회동 이후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참모진 인사개편,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요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갔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 갈등 구도는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와 맞물리며 과거 탄핵을 경험한 여권의 중진급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정 공멸’ 우려가 터져나왔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처음으로 10%대로 하락한 직후였던 지난 3일 회동을 마치고 “한동훈 대표는 당 내 화합과 대야 투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정의화 전 국회의장)”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차별화 노선이) 자칫 보수의 ‘배신자’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 한 대표에 대한 보수 진영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대표는 14%를 기록했다. 7.23 전당대회 기간 실시됐던 같은 조사(7월23~25일)보다 5%포인트(p) 내린 수치로, 같은 기간 대구·경북(TK) 내 선호도는 24%에서 19%로 하락했다.
60대(33%→28%)와 70대 이상(39%→19%), 국민의힘 지지층(48%→41%) 등에서도 하락이 감지됐다. 이탈한 지지세는 경쟁 대권주자인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나뉜 것으로 나타났다(전화인터뷰 방식, 응답률 11.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