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은행이 자신이 대출을 담당한 고객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상습 도박을 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강재원)는 최근 은행직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사내 인사위원회 절차를 거쳐 해고 당했다. 2016년 마이너스대출 한도를 증액해주며 알게 된 고객 B씨로부터 수년간 1500만원 상당을 빌렸다가 갚고, 상습 도박 행위를 했다는 이유였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사내 고등인사위원회,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노위 등에 재심을 요청했으나 기각 당했다. A씨는 B씨에게 사적으로 돈을 빌린 것일 뿐 업무와 관련된 대가를 받고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상습 도박 행위 또한 PC게임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B씨와의 금전거래에 대해서는 부당 이득을 취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회사가 전면 금지하는 사항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는) 원고가 결재한 여신 고객이고 원고는 B씨의 가족들에 대한 대출에 대해서도 취급자 및 결재자로 관여했다.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며 “회사의 임직원 행동지침은 직무관련자와의 사적인 금전거래를 획일적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징계사유로 인정된다. 업무상 지위를 남용하지 않았거나 생활비 충당 목적으로 돈을 빌린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달리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상습 도박 행위에 대한 A씨의 주장도 근거가 빈약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가 작성한 업무용 수첩에 기재된 내용은 도박 관련 용어들로 보인다”며 “단순히 참가비 정도를 결제한 다음 PC게임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객관적인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도박으로 업무를 소홀히 하는 등 부작용이 없다해도 금융업계 종사자 특성 상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참가인(회사)은 금융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소속 직원이 도박행위를 할 경우 손실금을 만회하기 위한 횡령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정당한 징계사유라고 판단했다.
이어 “참가인으로서는 근로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원고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었다고 보인다”며 “유사 비위행위 재발방지, 건전한 기업질서 회복·유지를 위해서라도 해고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