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관리가 곧 자산’ 젊은 층도 인식변화
올리브영 1~9월 슬로우에이징 매출 67%↑
안티에이징 지고 슬로우에이징 시대 전환
뷰티·식품업계까지 관련 제품 출시 잇달아
8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진행된 아이오페 제2회 마스터 클래스 현장에서 ‘저속노화 라이프스타일로 갓생살기’라는 주제로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더 빨리 늙습니다. 근육이 변하는 일명 ‘동화저항’인데요. 식단,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가 선행되지 않은 간헐적 단식은 근육만 빠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열린 아이오페 제2회 마스터 클래스 현장. ‘저속노화 라이프스타일로 갓생살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전문가 강연에는 20~30대 남녀 관중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노화를 늦추는 ‘식단 설계법’과 관리로 과거보다 피부가 회복된 사례가 등장하자 청중들은 메모를 멈추지 않았다.
저속노화는 이미 생긴 주름 등 노화의 흔적을 없애기보다 사전 관리로 노화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안티에이징(노화방지)에서 슬로우에이징(저속노화)으로 관리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관련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슬로우에이징 관련 올리브영 기획전. [올리브영 캡처] |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의 올해 1~9월 슬로우에이징 관련 상품군 매출은 전년 대비 67% 늘었다. 올리브영은 자연스러운 노화를 받아들이되 사전 관리에 집중하는 저속노화 트렌드를 고려해 개인별 피부 고민에 최적화된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근육 1㎏이 1000만원 이상 가치가 있다”, “피부도 적립식 투자해야 한다”는 식의 표현이 어렵지 않게 등장한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꾸준한 건강관리가 곧 자산이라는 인식이 MZ세대까지 퍼지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스킨케어 시장 중 더마 화장품 비중은 2021년 10.2%(7505억원)에서 지난해 13.1%(9810억원)으로 성장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더마 화장품 시장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저속노화쌤’으로 불리는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의 레시피 자문을 받은 햇반 ‘라이스플랜’ 2종·렌틸콩현미밥+, 파로통곡물밥+ 등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 제공] |
식품 분야에서도 저속노화는 핵심 트렌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8일 ‘저속노화쌤’으로 불리는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의 레시피 자문을 받은 햇반 ‘라이스플랜’ 2종과 렌틸콩현미밥+, 파로통곡물밥+ 등을 출시했다. 저속노화에 특화된 즉석밥을 원하는 직장인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개발된 상품이다. 정 교수가 올해 7월 출간한 ‘저속노화 식사법’은 두 달 사이 2만5000부가 팔릴 정도로 큰 화제를 일으켰다.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저속노화가 다양한 품목을 아우르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피부, 식단을 넘어 생활습관(루틴)까지 연결된다. 바르는 화장품 외에도 이너뷰티(콜라겐 등 먹는 영양제), 의류, 식품 등 각종 소비재 판매를 촉진하기에도 용이하다. ‘헬시 플레져(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 등 건강에 대한 20·30대의 관심이 늘면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첫 번째 요소가 됐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부문 수석연구원은 저속노화가 한국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트렌드라고 진단했다. 그는 “‘뷰티’에 대한 정의를 묻는 유로모니터 2024 뷰티 서베이에서 ‘노화를 받아들이기’라고 답한 한국 소비자들은 글로벌 평균인 22%를 웃도는 37%에 달했다”며 “노화를 받아들이되 꾸준한 관리로 각자 가치에 맞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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