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 1심 선고 전 ‘사법리스크’ 부각
‘당정 차별화’ 여권내 우려도 작용
한동훈(사진) 국민의힘 대표가 본격적인 ‘이재명 때리기’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고, 여야 대표 회담을 성사시키며 ‘해빙 무드’를 보였던 임기 초반과 달리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이달 법원의 1심 선고로 예상되는 사법리스크 정국을 부각시키는 전략이자 동시에,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에 대한 여권 내 우려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주말 이번주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판결 선고를 앞두고 민주노총과 촛불행동, 민주당 원팀이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또 벌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이 대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이 무력시위를 계속할 것 같은데, 그러면 아마 앞으로 몇 년간 아름다운 서울은 판사 겁박 폭력시위로 더럽혀지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경찰 등 사법당국의 엄격한 법 집행을 촉구한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 범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이재명 대표 재판 선고의 생중계를 바라는 여론이 굉장히 높다”며 “무죄라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정치공학적인 계산으로 생각해 볼 때 (이 대표가) 유죄라고 생각하면 ‘이재명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하는 것이고, 무죄라고 생각하면 ‘이재명 재판 생중계 무력시위’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만약 죄가 없어 무죄라면 재판 생중계만큼 이 대표와 민주당에게 정치적으로 이익이 되는 이벤트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한 대표의 메시지는 취임 100일이었던 10월 30일을 기점으로 부쩍 늘었다. 한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향해 “대표 범죄혐의에 대한 방탄을 위해 헌정위기를 조장하고 사법시스템을 난도질하는 폭력적인 정치행태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이달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범죄혐의자 이재명 민주당의 헌정중단 시도”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튿날인 8일부터는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비판 수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 같은 행보는 이달 최고조로 치닫게 될 사법리스크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셈법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달 15일과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각각 허위사실공표,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 대표의 ‘당정 차별화’ 행보에 대한 여권 내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10월 21일 윤 대통령과 81분 회동 이후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참모진 인사개편,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요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갔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 갈등 구도는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와 맞물리며 과거 탄핵을 경험한 여권의 중진급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정 공멸’ 우려가 터져나왔다. 한 친한계 의원은 “(차별화 노선이) 자칫 보수의 ‘배신자’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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