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만 “대중 무역적자 늘면 다른 아시아 국가에 관세 위험”
韓, 지난해 역대 최대 대미 무역 흑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 인상이 핵심 타깃인 중국뿐 아니라 대미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1(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메모에서 “트럼프와 일부 (행정부) 지명자들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양자 간 적자가 급증하면 일종의 ‘두더지 잡기’ 식으로 결국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다소 감소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한 적자는 크게 증가해 더 많은 검토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이지만 수출 국가에서 납부하지 않는다. 미국의 관세는 미국으로 제품을 수입하려는 기업이 지불하게 돼 비용을 증가시킨다.
앤드류 틸튼 골드만삭스 수석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대만, 특히 베트남은 미국에 대해 큰 폭의 무역 이익을 얻었다”며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특권 지위’를 반영하는 반면, 베트남은 중국으로부터의 무역 방향 전환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는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자동차 수출이 전체 대미 수출의 약 30%를 차지했다.
대만의 올해 1분기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7.9%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인 246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정보기술(IT) 및 시청각 제품에서 가장 큰 폭의 수출 성장을 나타냈다.
베트남은 올해 1~3분기 대미 무역 흑자가 900억달러에 달했다.
골드만삭스는 인도와 일본도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흑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인도는 최근 몇 년 동안 완만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틸튼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이러한 아시아 무역 파트너들이 가능한 한 미국으로 수입을 전환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고 주의를 돌리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스은행도 최근 메모에서 “무역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임기 동안 신흥 아시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짚었다.
브라이언 탄 등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제안한 관세는 아시아의 더 개방적인 경제에 더 큰 고통을 줄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만은 한국이나 싱가포르보다 이러한 위협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중간에 있으며 태국이 약간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2016년 3468억3000만달러에서 2023년 2791억1000만달러로 축소됐다.
마리 팡게스투 전 인도네시아 무역부 장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관세가 시행된 이후 미국의 대중 무역은 감소한 대신 베트남, 멕시코, 인도네시아, 대만 등 제3국으로 무역량이 이동했다고 지난 7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급망을 살펴보면 실제로 대부분의 부품은 여전히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이를 ‘공급망 연장’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트럼프는 (무역이) 여전히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시작할 것”이라며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이 양자 무역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모든 국가들에 대해 보호 무역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또 관세와 관계없이 특정 공급망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인도 또는 멕시코로 이전하는 데 대한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선 60~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골드만은 미국이 내년 상반기에 중국산 제품에 평균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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