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으로 상징되는 평화로운 나라 캐나다는 실제로는 신념과 가치를 위해 쉽게 타협하지 않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8년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 할 당시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미국의 압박에도 ‘No deal is better than a bad deal(나쁜 협상보다 아예 협상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를 말하며 자국 입장을 고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캐나다 정부는 ‘친환경’과 ‘웰빙’이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산업에서 고강도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내년 말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6종에 대한 제조·판매·수입·수출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우리 기업의 주요 수출 품목인 화장품과 먹거리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화장품의 경우 캐나다 보건부는 ‘핫 리스트’를 통해 금지 및 제한 성분을 규정하고, ‘Bill C-47 규정’에 따라 동물 실험 제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식품 역시 포화지방, 설탕, 나트륨 고함량 제품 전면에 경고문 부착을 의무화하는 중이다.
소비자들 또한 단순히 가격뿐만 아니라 친환경 등 가치에 주안점을 두고 구매를 결정한다. 스태티스타의 지난 6월 발표에 따르면, 캐나다 소비자의 70% 이상은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제품을 사기 위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까다로운 소비자들과 엄격한 정부 규제에도 캐나다는 꾸준한 이민자의 유입으로 다양한 인종·종교·세대별 반응이 확인 가능한 매력적인 시장이다. 또한 높은 아시아 인구의 비율로 기존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용도도 높아, 우리 기업의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효과적인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최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눈물의 여왕’, ‘흑백요리사’ 등의 인기가 말해주듯, 한류가 지속 확산되어 한국산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캐나다에서도 자리 잡고 있기에 한국 기업의 캐나다 진출 전망은 밝다.
K-뷰티로 대표되는 한국 화장품은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알려져 있고 한식 역시 발효식품과 채소가 주재료로 활용되는 건강한 식단으로 현지인들 내에서 선호가 높다. 이러한 트렌드를 방증하듯, 최근 5년간 캐나다의 전체 기초화장품 수입 규모는 32.9% 성장했지만, 한국산 수입액은 148% 증가한 바 있다. 스낵류 식품 총수입액 역시 같은 기간 전체 수입규모가 45.5% 증가할 동안, 한국산은 142%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을 현장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최근 캐나다의 한 최고급 백화점에서 무역관에 한국산 프리미엄 소비재 수입 의사를 밝혀왔다. 무역관에서는 맞춤형 상담회를 지원했고,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은 현재 전국 캐나다 지점에서 K-뷰티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져 가는 시기를 잘 활용한다면 까다로워 보이는 캐나다 시장 진출도 어렵지 않다. 정부 규제를 잘 숙지하고 친환경과 웰빙을 지향하는 소비자 특성을 물건에 잘 반영한다면, 우리 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제품력을 지닌 국내 기업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캐나다 시장 진출에 성공하기를 기대해본다.
위이정 코트라 벤쿠버 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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