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전·하이닉스 주가 연일 ‘역주행’
‘미국우선’ 대미 수출 타격 불가피
칩스법 불투명·對中 고율관세 악재
중장기론 ‘AI칩 기술경쟁력’이 좌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47대 미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게 되면서 국내 양대 반도체주(株)엔 불확실성 극대화란 먹구름이 낀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대표 반도체주의 대미(對美)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한 것과 더불어 미 현지 공장 건설에 따른 보조금 지급 여부까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주가 흐름 역시 지지부진한 모습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칩 관련 기술 경쟁력이 중장기적인 주가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미 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 결과가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난 6일부터 전날 종가까지 국내 양대 반도체주의 주가는 역주행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4.51% 하락(5만7600→5만5000원)했고, SK하이닉스도 -0.31%(19만3200→19만2600원)를 기록하면서다.
특히,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8일 종가 기준 20만500원으로 ‘20만닉스(SK하이닉스 주가 20만원 대)’ 고지에 올랐지만, 전날 3.94%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미 대선 이전 주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섹터는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인 수혜주 투자)’의 수혜 종목에서 빠진 채,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와 ‘보편 관세 및 대중 고율 관세’ 공약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체제에선 칩스법(Chips Act) 중단 및 축소 우려가 있으며, 현실화 시 미국에서 한국 기업의 반도체 투자가 위축되고 현지 공장의 정상 가동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 및 연구개발(R&D)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할 경우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의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 건설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낸드 생산량의 28%를,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의 40%를 중국에서 생산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모바일, PC 등 최종 생산품 내 한국산 메모리칩의 비중이 상당한 수준”이라며 “IT 제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라고 짚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과 증권업계 분석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초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이 엇갈릴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AI 반도체 밸류체인(공급망)의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와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전자 간에 투심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트럼프 당선인의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 정책은 AI 관련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주)엔 긍정적 뉴스”라며 “HBM 관련 기술 패권을 쥔 만큼 전체 매출에서 AI·미국 빅테크향(向) 매출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엔 더 큰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에 따른 손해를 고부가가치 AI칩에서 나오는 수익률 향상 및 매출 확대 등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분석이다.
HBM 등 AI 반도체 관련 기술 ‘초격차’를 강화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행보가 자국 반도체 기업에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해외 반도체 기업을 견제하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대표는 “AI 관련 기술이 향후 미국에게도 국가 전략적으로 보호할 수밖에 없는 기술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AI 대장주 엔비디아에 최첨단 HBM을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것처럼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경우 트럼프 당선인 역시 그동안 내놓았던 레토릭보단 한층 완화된 기조로 타협·협력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레거시(범용) 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에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더 큰 도전적 상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단 지적도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주가 부진은 HBM을 엔비디아로 공급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 제품 품질 관련 이슈가 전 제품에 걸쳐서 제기된 영향”이라며 “이와 관련된 문제를 내년에는 해결할 수 있는 지가 주가 반등 및 수익성 개선, DS 사업부의 경쟁력 회복에 절대적인 기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지금은 그 가능성을 확신할 수는 없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질서가 온다고 하더라도 결국 반도체에서는 무엇보다 기술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기회를 되찾기 위해서는 결국 기술력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