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일본 도쿄 특별국회에서 집권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난달 1일 취임 이후 40여일 만에 총리로 재선출됐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30년만에 중의원(하원) 총리지명 결선 투표 끝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재선출됐다. 하지만 자민당이 소수 여당인만큼 향후 국정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집권당인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은 '30년 만에 소수 여당'이 됐다. 직전 소수 여당 체제는 1994년에 있었다. 당시 하타 쓰토무 내각이 출범했으나, 총리지명 선거 직후 정권 틀을 둘러싸고 생긴 불화로 사회당이 이탈했고 결국 64일 만에 하타 총리가 물러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소수 여당 내각은 정권 기반이 약하고 단명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행 중의원 선거 제도가 도입된 이후 자민당 중심 정권이 소수 여당이 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이시바 총리가 해결해야 할 3가지 과제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예산안 가결, 정치자금 관련 법률 개정 등 정치 개혁, 야당이 주요 상임위 위원장을 맡은 상황에서의 국회 운영을 꼽았다.
이시바 총리는 일단 '캐스팅 보트'를 쥔 제3야당 국민민주당과 정책별로 협조하면서 예산안 등을 통과시킨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치 개혁과 관련해서는 정책활동비 폐지 방침을 굳혔고, 비자금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과거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은 금액에 해당하는 약 7억엔(약 64억원)을 국고에 기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소수 여당 체제에서 야당들과 성실히 협의하지 않으면 원활한 국정 운영이 힘들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대체적 관측이다.
아사히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전날 중의원에서 총리로 지명된 직후 굳은 표정으로 4회 고개를 숙였다면서 "총리에게 '양보' 이외의 길은 없어서 야당에 차례로 머리를 숙이는 것이 무리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총리가 불안정한 정권 운영을 해소하려면 연립 틀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시점에서 국민민주당과 일본유신회가 응할 모양새는 아니다"라며 "그렇다면 야당 결속을 막기 위해서라도 개별 요구에 응해가는 것이 방책"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아사히는 "제2차 이시바 내각 외교·안보 정책의 앞날도 내다보기 힘들다"며 소수 여당이 외교 정책 관련 국회 논의를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일단 이시바 내각은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조기 회담을 추진해 미일 정상 간 신뢰 관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골프를 쳐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고, 아베 전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이 만났을 때 통역을 담당한 외교관을 다시 이시바 총리 통역으로 기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또 역사 인식이 비교적 온건한 '비둘기파'로 알려진 이시바 총리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내년에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4일 취임 직후 첫 국회 연설에서 "한일 양국 협력을 더욱 견고하고 폭넓은 것으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나타냈고, 같은 달 10일 라오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일 공조가 지역 평화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안정한 정권 기반 탓에 외교에 쏟을 여력이 많지 않고, 트럼프 당선인과 신뢰를 쌓는 것이 당면 과제여서 한일 관계는 당분간 별다른 성과 없이 현재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 언론은 당분간 소수 여당 체제가 이어지겠지만, 내년 봄 2025회계연도 예산안이 통과되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케이신문은 "자민당 내에서 '이시바 끌어내리기'에 대한 두드러진 움직임은 없지만 '예산안 통과 후 퇴진'에 관한 말은 나온다"며 "야당이 예산안 찬성을 조건으로 이시바 정권 퇴진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아사히는 내년 여름 참의원(상원) 선거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신문은 "이시바 총리는 정권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 정권 유지를 위한 절대 조건이 될 것"이라며 야당들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주도적으로 실현한 정책 실적을 알리며 분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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