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포비아’에 연일 흘러내리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경제 정책 불확실성에 ‘패닉 셀(공황 매도)’이 일어나면서 13일 코스피는 2.64% 떨어져 2417.08로 주저 앉았다. 작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사흘째 하락폭이 커졌다. 코스닥지수도 2.94% 하락해 70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외환시장 역시 원화 약세가 이어져 전날보다 3원10전 오른 1406원60전을 기록해 외국인 매도를 부추겼다. 우리 경제의 허약한 체질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주가 폭락의 주된 요인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탈출이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가 7134억원을 순매도했는데, 특히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11거래일 동안 무려 2조6920억원을 순매도했다. 강한 매도세에 삼성전자는 52주 신저가인 5만600원에 마감하며 4만원대를 코앞에 두게 됐다. 외국인이 돈을 빼는 이유는 한국이 트럼프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견제로 한국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에서 자동차·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한 상황이지만 사실 예견 못한 바는 아니다. 보편관세 등 무역환경 변화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유독 우리만 증시와 환율 낙폭이 큰 것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꼭 찍어서 협력하고 싶다는 조선과 K방산까지 무더기로 주가가 폭락한 것은 수출환경 외에도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데 있다.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이 길게 이어지고 있고 일자리 사정도 나빠졌다. 반짝 반등했던 수출도 둔화하는 추세다. 기업 실적도 좋지 않다.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환율로 인해 수입물가가 뛰고 금리 인하가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다중 위기를 타개할 정치적 리더십도 보이지 않으니 ‘국장 탈출’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경제의 적은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포비아를 몰아내는 방법은 상황을 점검하고 예상되는 시나리오별 대응 방향을 면밀하게 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 뿐이다. 시장을 안심시키는 게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적시에 필요한 조치와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환율이 1400선에 고착되면 수출입과 물가, 내수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만큼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국민은 애가 타는데 그동안 잘해왔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민심과 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