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조로운 서사·심리묘사…감독도 "어려웠다"
전편 호야킨 피닉스 같은 신스틸러도 없어
살라미스 해전 장면은 화려…극장에서 볼만
개봉 첫날만 7.2만명 봐…박스오피스 1위
영화 ‘글래디에이터2’에서 로마군에게 대패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은 후 검투사가 되는 루시우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글래디에이터가 24년 만에 돌아왔다. 거장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다시 잡고 관객몰이에 나선 것이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사전 공개된 시사회에서 단조로운 서사와 밋밋한 심리 묘사가 실망스러웠다는, 다만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장식한 전투 장면 밖에 볼 것만한 게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아무리 거장이라 하지만, ‘속편의 저주’를 끊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관객들은 개봉 첫날 7만 명 이상 극장을 찾으며 24년의 기다림에 화답했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글래디에이터2’는 개봉 첫 날인 지난 13일 하루 동안 7만202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실시간 예매율도 26.6%로 전체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일부 잔인한 장면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는데도 초반 흥행세를 보이면서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영화 ‘글레디에이터2’는 지난 13일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먼저 공개된 작품이다. 제작비만 3억1000만달러(한화 약 431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초특급 대작’ 영화다.
영화 ‘글래디에이터2’의 검투신.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글래디에이터2’에서 폭정을 일삼는 쌍둥이 황제 중 동생.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전작이 전 세계에서 4억6058만 달러(약 6429억원)를 벌어들인 대작인데다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의상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등 5관왕을 휩쓰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은 작품이었다. 여기에 전작을 만든 거장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87)이 다시 메가폰을 잡아 전 세계 영화팬들의 관심도 높았다. 이처럼 대단한 전작의 속편을 만드는 제작진들의 심리적 압박이 상당했을 터. 그래서 각본이 4년 간 표류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화상 간담회에 참석한 스콧 감독은 “속편은 굉장히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토로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2’는 전편 ‘글래디에이터’(2000)의 주인공이었던 막시무스(러셀 크로우 분)가 콜로세움에서 죽음을 맞이한 뒤 20년의 세월이 흐른 로마를 배경으로 한다. 로마의 영웅이자 최고의 검투사였던 막시무스가 인생을 걸고 지킨 터전은 결국 병든 모습으로 변했다. 쌍둥이 황제의 폭압 아래 공평한 법이 지켜주는 ‘로마의 꿈’은 잊힌 지 오래다. 권좌를 지키기 위해 잔혹하고 무자비한 결정을 서슴지 않는 쌍둥이 황제에게 목숨을 건 누군가의 결투는 그저 여흥거리에 불과하다.
영화 ‘글래디에이터2’에서 루시우스를 검투사로 발탁한 마크리누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와 중에 로마군에게 대패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데 익숙해져 버린 루시우스(폴 메스칼 분)가 노예로 전락한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 잡힌 루시우스를 검투사로 발탁한 이는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 분). 로마의 몰락을 원하는 루시우스의 복수를 돕는 듯 보이는 그는 황제를 자기 입맛에 따라 조종한다. ‘제2의 주인공’이라고 할만큼 극 중 비중이 상당하다.
다만 전작에서 입체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호야킨 피닉스(코모두스 역) 만큼 그의 존재감은 눈에 띄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렇게 148분의 러닝타임 중 절반쯤 지나면 실상은 고귀한 순수 혈통을 가진 루시우스의 출생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이후부터는 영화가 전형적인 전개 방식을 따르다 보니 엔딩 크레딧이 올라 갈 때까지 예측 가능한 흐름대로 진행된다.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영화 속 대규모 전투 신은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살라미스 해전’이다. 이 장면만 놓고 보면 이 영화는 충분히 극장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다. 이 장면을 위해 스콧 감독은 실물 크기의 60% 축소판 세트를 짓고, 그 안에 물을 채워 배를 띄웠다.
이곳에서 검투사들이 탄 배는 주저하지 않고 로마 군단의 방어선을 향해 돌진한다. 상어가 득실거리는 피비릿내 나는 물 위에서 생존을 건 처절한 전투가 장면마다 도파민을 극도로 상승시킨다. 폭군 황제인 카라칼라 역을 맡은 배우 프레드 헤킨저는 “압도적인 세트장 덕분에 그 당시 로마인이 된 것 마냥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며 “촬영 현장 규모를 볼 때마다 영화에 진심인 게 느껴졌다”고 회상할 정도다.
영화 ‘글래디에이터2’ 중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살라미스 해전’의 한 장면.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장면을 위해 실물 크기의 60% 축소판 세트를 짓고, 그 안에 물을 채워 배를 띄웠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