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보드게임즈’가 이달 초 출시한 새 보드게임 ‘메디컬 미스터리: 뉴욕 응급실’ 소개 화면 일부. [코리아보드게임즈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보드게임에 들어간 '완경(完經)'이라는 단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이 "페미니즘 표현'이라며 별점 테러와 함께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보드게임 제작사는 "완경이라는 단어를 수정하기 않기로 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고, 이후엔 오히려 "응원하겠다"며 구매자가 늘고 있다.
논란은 국내 최대 보드게임 제작·유통사인 코리아보드게임즈가 지난 4일 홈페이지를 통해 새 보드게임 '메디컬 미스터리: 뉴욕 응급실'을 출시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게임 속 여성에 대해 '환자는 완경기가 지난 53세 폴리네시아계 여성'이라고 설명한 것을 두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페미니스트들이 쓰는 용어"라며 비난이 일었다.
'완경'이란 여성이 월경을 더 이상 하지 않는 '폐경'을 가리키는 말로,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닫을 폐'(閉)를 긍정적 어감의 '완전할 완'(完)으로 대체한 용어다. 해당 단어는 1989년 안명옥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처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경이라는 표현에 대해 일부 이용자들은 "게임은 잘못 없지만 (페미니즘) 사상이 묻어서 냄새가 난다", "완경이 페미가 적극 미는 단어라는데", "코리아보드게임즈는 페미인가요? 번역자가 페미인가요?", "잘못을 바로 잡고 사과하라", "회원 탈퇴했다", "불매하자" 등의 반응을 보였고, "실망스럽다"며 별점 1점(5점 만점)을 주기도 했다.
이에 코리아보드게임즈는 12일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이 표현을 거두지 않는 것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여성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입장문은 "의학 용어는 절대불변의 것이 아니다. 당사자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부정적 느낌이 들게 하는 말을 고치는 것이 전통적 단어를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이라는 말이 의학 용어였지만 현재는 '조현병'이라는 말로 대체됐다. '꼽추'라는 말은 '척추측만증'이라는 말로 대체됐다"며 "완경이라는 표현 역시 이와 비슷한 범주의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폐경은 이미 수많은 여성들이 겪은 일이며, 앞으로도 수많은 여성들이 겪게 될 일이다. 폐경을 겪은 당사자들은 상실감이나 좌절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겪는다고 한다"며 "실제 단어의 뜻과 상관없이 폐경이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완경이라는 표현은 삶의 단계 하나를 완료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이라고 한다. 단어 하나를 대체해 그들에게 긍정적인 기분을 들게 해준다면 써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의 입장문 발표 이후 코리아보드게임즈 홈페이지에는 "입장문을 보고 구매하러 왔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입장문 보고 '돈쭐'(돈으로 혼쭐 내준다는 속어)내 주러 왔다", "얼마 전 완경하신 어머니와 함께 플레이하겠다", "소신 있는 기업에 매출로 보답하자" 등 응원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회사 측의 입장문에 대한 반응도 호의적이다.
누리꾼들은 "상식을 지키는 기업을 보니 반갑다", "진심을 담은 글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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