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지점은 완벽한 소설이다. 다시 말해 팩트는 아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바라본 ‘인천상륙작전’은 그랬다. ‘혹시 고도의 계산이 깔린 만듦새였을까’란 의구심이다. 혹평을 끌어내기 위한 계산된 완성품이란 추측을 넘어선 오해다.
‘인천상륙작전’은 어떤 이유를 붙여도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우선 시대착오적 해석이 문제였다. 완벽한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흑백 논리가 너무도 명확했다. 이 지점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최근 트렌드로 미뤄볼 때 분명 역행의 요지가 너무도 강력했다. 선과 악이 명확하다. 더욱이 그 결과는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팩트다. 결국 이 얘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자체가 스포일러가 돼버린 셈이다.
때문에 ‘인천상륙작전’은 영화 자체에 대한 긴박함과 긴장감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미 모든 상황의 앞뒤 전후를 알고 보는 것이기에 이 같은 기시감이 발생됐다. 캐릭터의 선악 구분까지 명확하니 ‘이미 본 듯한 영화’가 돼버린 셈이다.
결국 언론 관계자들 사이에선 ‘일부러 못 만든 영화가 아닐까’란 우스갯소리마저 나왔었다.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은 아닐까란 웃지 못 할 얘기가 나온 이유였다.
영화의 사건 자체가 이념 논쟁 출발에서 시작됐기에 캐릭터가 다층적인 면을 보일 수 없는 위험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천상륙작전’의 선택은 무리였다. 차라리 스토리가 인물을 잡아먹었다면 처음부터 추구했던 ‘웰메이드의 훈장’을 가져갈 수 있었을 법했다. 하지만 ‘자가당착’에 비유될 정도로 ‘인천상륙작전’은 스토리를 앞세우기 위해 인물을 살리기 보단 색깔을 명확하게 하는 지점을 선택해 버렸다.
장학수(이정재)는 이 영화 속에서 거의 유일하다 할 정도의 다층적 캐릭터다. 그가 ‘피보다 진한 이념’을 버린 이유도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그 변화의 해석을 설득하는 방법이다. 장학수의 여러 대사를 통해 그저 ‘공산주의’의 허황됨을 일깨우며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역으로 강조하는 방식이었다. 이미 이념 자체가 사라진 지금의 현실에서 구태의연한 색깔 논쟁을 끄집어 낸 방식의 문제가 고리타분했다.
오히려 악으로 규정된 림계진(이범수)의 존재감이 더 우월해 보이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로 다가왔다. 단 한 가지만을 바라보고 쫓는 림계진의 모습이 영화적 설정과 개연성 부분에서 더 설득력을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우리 시각에서 ‘좋은 사람’ 장학수를 ‘나쁜 놈’ 림계진이 ‘진짜 나쁜놈’이라고 설득하는 충분제로만 사용하는 연출 방식이 너무도 아마추어처럼 다가왔다. 관객에게 선택의 순간이란 즐거움을 주지 못하고 그저 강요하는 방식은 이 영화가 가진 최악의 미덕이 된 셈이다.
영화 기획 단계부터 1000만 흥행을 자신했던 제작사는 언론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심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모습이었다. 물론 지금의 600만 흥행이란 숫자가 그들의 발끈함을 증명한 결과라고 하기엔 설명 불가능한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상륙작전’은 분명 못 만든 영화다. 하지만 이런 흥행의 결과는 분명 앞으로 충무로의 제작 방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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