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번 영화의 논란은 ‘닥터 스트레인지’ 스승이자 ‘소서러 슈프림’인 ‘에이션트 원’ 설정이다. 원작에선 동양의 남자였지만 영화는 백인 여성(틸다 스윈튼)으로 바뀐다. 메인 빌런 역시 원작 속에선 그 비중이 작은 케실리우스가 선택된다. 원작 속 메인 빌런급이던 모르도 남작은 아이러니하게도 ‘닥터 스트레인지’의 조력자가 된다.
천재 외과의사 스티븐 스트레인지는 오만하다. 예의를 모른다.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으로 이뤄진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중심이고 자신이 믿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그런 그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손을 다친다. 외과의사에겐 치명적인 후유증(수전증)이 남는다. 전 재산을 탕진하면서까지 그는 치료법을 찾아 해맨다. 친구이자 동료이며 연인이던 크리스틴(레이첼 맥아담스)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보자”며 그를 다독인다. 하지만 그는 끝이라고 절망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 히어로 가운데 마법을 소재로 한 가장 독특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캐릭터다. 마블 세계에서 힘의 등급을 나누는 ‘티어 등급’에서 현재까지 영화로 소개된 캐릭터 가운데 가장 강력한 상위 계열을 차지한다. 힘의 종류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유체 이탈, 현실 조작, 시간 조종, 차원 이동, 포탈 생성, 염력 등. ‘어벤져스’ 멤버 가운데 유일한 ‘신’(神) ‘토르’ 조차 범접하기 힘든 파워를 지닌다.
영화는 이 같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세계관 가운데 차원 이동이란 시각적 비주얼에 집중한다. 압도적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의 공간 변화는 CG란 기술력이 동원됐다고는 하지만 눈을 의심케 하고 개념을 뒤흔들며 뇌가 받아들이는 관념조차 부셔버릴 정도다. 이미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에서 한 차례 시도된 다른 차원의 비주얼은 ‘닥터 스트레인지’에 비하면 유아적 발상에 머물러 있단 착각이 들 정도다.
최고의 압권은 ‘닥터 스트레인지’와 ‘케실리우스’ 그리고 ‘에이션트 원’ 세 사람이 함께 등장한 ‘미러 디멘션’ 결투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의 결투와 움직이는 여러 공간을 뛰어 넘나들며 싸우는 장면은 흡사 신개념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촬영의 비밀마저 마법처럼 느껴질 장면의 연속이다.
영화 마지막 ‘다크 디멘션’ 지배자와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결은 시간을 지배하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점이다. 관객들조차 시간의 굴레에 갇힌 경험을 체득하게 된다. 또한 케실리우스와의 마지막 대결에서 보여 준 각성된 ‘닥터 스트레인지’의 파워는 앞으로 이어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선보일 활약상을 기대케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상징 ‘아가모토의 눈’이 6개의 ‘인피니티 스톤’ 중 하나인 점은 마블 마니아가 아니라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존재하지 않는 마법 세계가 보여 준 현실 반복이 어쩌면 가상 세계관 ‘마블’이 우리 실제 삶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의 단계까지 끌어 올렸다. 이 영화가 만들어 낸 세계와 그 안의 차원 속 하나가 어쩌면 우리 현실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 정도이니. 25일 개봉. 러닝타임 115분.
P.S(2) 쿠키 영상 둘. 앞서 설명한 내용처럼 실제 원작 속 빌런은 모르도 남작이다. 영화 마지막에서도 ‘모르도’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함께 세상을 구한다. 하지만 마지막 선택은 달랐다. 그 다른 선택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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