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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 ‘아무리 김수현이라도’…무식하게 맵기만 한 ‘리얼’
뉴스| 2017-06-2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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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매운 맛은 묘한 쾌감을 준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매운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무식하게 맵기만 하면 본래의 맛이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짜증만 유발한다. 영화 ‘리얼’이 딱 그런 모양이다.

영화 ‘리얼’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두 남자의 거대한 비밀과 음모를 그린 액션 느와르로 소개됐다. 영화를 보기 전까진 흔하고 흔한 느와르 영화가 아닐까 예상했지만 직접 결과물을 확인하고 나니 뻔한 액션 느와르가 그리워졌다. 액션 느와르로 포장됐지만 해리성장애를 겪는 장태영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카지노를 배경으로 이뤄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리얼’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려함을 유지한다. 오프닝부터 마치 장태영(김수현)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하며 장태영의 집, 그의 카지노의 겉모습은 감각적으로 완성됐다. 레드, 그린, 블루 컬러를 이용해 장태영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고 다양한 사운드를 사용하며 미장센에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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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해서 문제다. 폭력, 마약, 도박 등 소재부터 자극적인 ‘리얼’은 자극적이기만 할 뿐 이야기의 알맹이가 없다. 마약에 빠져 정신을 잃은 등장인물들처럼 본 사람들마저 환각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다. 137분 동안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다. 이사랑 감독은 영화를 보고 다양한 해석이 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하나의 해석도 나오기 힘든 작품이다.

‘리얼’은 챕터를 3개로 나눠 ‘탄생’ ‘대결’ ‘리얼’이라는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챕터2가 끝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순간이 그야말로 절망적이었다. 중구난방 이야기 전개가 이어지니 당연히 몰입도가 떨어지고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김수현과 설리의 베드신으로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리얼’은 주연배우들부터 조연들까지 노출을 아끼지 않았다. 설리와 한지은은 과한 노출과 정사신을 소화했고 카지노 스트립 댄스 장면을 비롯해 장태영이 조원근(성동일)의 아지트를 찾아가는 장면에서도 헐벗은 남녀가 배경으로 보여진다. 이런 장면들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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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는 ‘리얼’에서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해 노출 연기를 소화했다고 했다. 아이돌 출신이 이런 캐릭터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론 박수를 쳐줄만하다. 하지만 설리는 ‘리얼’에겐 노이즈 마케팅 요소로밖에 작용하지 못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베드신은 관객들에겐 눈요기 역할 정도다. 연기자로 욕심을 냈겠지만 송유화라는 캐릭터의 대사가 현저하게 적었기에 다행이었다. 설리의 텅빈 눈빛과 미모는 그동안 SNS에서 봐왔던 모습이다.

김수현의 열연은 안타까울 정도다. ‘리얼’에서 김수현은 다양한 인격의 장태영을 보여준다. 리듬감 넘치는 액션신부터 노출과 베드신까지 김수현 역시 쉽지 않은 도전을 했고 그는 주연배우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20대의 대표작’으로 남길 바라는 김수현의 바람과는 달리 ‘리얼’은 지금까지 김수현 필모그래피의 최대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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