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新 플랫폼의 역습] ②‘옥자’ 봉준호-지드래곤이 쏘아올린 공, 시스템 변화의 시발점일까
뉴스| 2017-06-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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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하나씩 자리하고 있던 비디오 대여점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더 이상 비디오 테이프로 영화를 보던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워크맨과 CD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니며 음악을 듣던 세대도 이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다. 방송, 영화, 음악은 플랫폼이 변화하면서 이젠 스마트폰 하나면 해결이 된다. 빠르고 편리하게 플랫폼이 변화했지만 이젠 밥그릇 경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변모하는 플랫폼의 흐름과 그 후폭풍을 되짚어봤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플랫폼의 진화가 먼저 이뤄진 방송가처럼 영화와 음악계에도 새 플랫폼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옥자’와 지드래곤이 쏘아올린 공의 여파가 크긴 하지만 방송가의 플랫폼 변화는 이미 이뤄졌다. TV로만 방송을 보는 시대가 아니다. 스마트폰만으로도 어디서든 드라마와 예능을 볼 수 있다. TV에서 모바일로 플랫폼이 옮겨가면서 연예인이 아니라도 방송을 할 수 있는 1인 방송의 영향력이 강해졌고 더불어 모바일 콘텐츠가 중요해졌다.

모바일 콘텐츠의 진화는 현재 방송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초기엔 프리퀄 역할을 하던 웹드라마는 지난해에만 수십편이 넘게 제작됐다. KBS ‘마음의 소리’는 3000만뷰를 돌파하며 국내 웹드라마 조회수 1위에 올랐고 MBC ‘퐁당퐁당 LOVE’도 모바일 선공개 후 지상파에서 전파를 탔다. tvN은 나영석 PD의 ‘신서유기’를 모바일을 겨냥해 제작했고 시즌4까지 이어진 현재는 TV에서 전파를 탄다.

TV에서 모바일로 단순히 플랫폼만 옮긴 것뿐 아니라 모바일 콘텐츠를 TV로 끌고 들어와 재창조해서 효과를 보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 1인 방송을 TV로 끌어들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센세이션한 반응을 불러왔고 요리, 운동, 역사, 패션 등 다양한 콘텐츠의 만드러냈다. 최근 시작한 MBC ‘세모방’은 방송사와 상관없이 프로그램을 선정해 제작 및 촬영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렇다보니 방송사들의 모바일 시장 진출은 당연하게 이뤄졌다. CJ E&M은 자사의 1인 방송 전문 채널 '다이아티비(DIA TV)' 구독자 수가 1억명을 돌파했고 MBC는 모바일 전용 콘텐츠 채널 ‘엠빅TV’를 론칭, SBS도 ‘모비딕’ 론칭해 1주년을 맞기도 했다. JTBC도 SK브로드밴드 옥수수와 손을 잡고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첫 웹예능 ‘마녀를 부탁해’를 선보였고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웹드라마 ‘어쩌다18’을 시작으로 연속으로 드라마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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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자’와 지드래곤이 미칠 영향은?

‘옥자’의 봉준호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칸에서부터 불거진 넷플릭스 상영 논란에 대해 “이번 일을 통해 여러 가지 룰이 다듬어질 것 같다. ‘옥자’가 신호탄이 될 것 같다. 간만에 정다운 극장을 다시 찾아갈 기회가 마련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옥자’는 국내 3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을 거부하면서 전국 100여곳의 소극장에서 개봉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9일 개봉 당일 ‘옥자’는 예매율 15%를 넘겼다. 멀티플렉스 없이 이뤄낸 성적으로 의미가 있고 그동안 멀티플렉스에 밀렸던 소규모 극장들을 찾아가는 움직임이 긍정적인 효과로 보여진다.

하지만 벌써부터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불거졌다. 개봉 당일부터 불법유출 파일이 떠돌기 시작했다. 넷플렉스 측은 “창작자들의 노력과, 훌륭한 작품들에 대해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고자 하는 분들을 존중하는 저희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도 “스트리밍을 하게 되니 당연히 따라오는 문제라고 예상했던 부분이다. 불법유출에 대한 대처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극장과 플랫폼의 문제가 아닌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창구를 제시하게 됐다. 기존의 클래식한 영화 제작 방식이 아닌 새로운 글로벌 자본이 도입되면서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다른 방향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젠 창작자에겐 새로운 선택지이자 옵션이 되는 것이다. 극장과 스트리밍이 배급하는 방식도 경쟁해야 하지만 창작자의 서포터 입장도 경쟁해야하는 것이다. 창작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지드래곤의 USB는 저장매체로만 본다면 USB는 크게 새롭지 않다. 시대가 변하면서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저장매체가 진화되고 있음에도 아직도 LP를 찾는 이들이 있다. 과거 저장매체의 소장욕구를 가진 이들은 시대가 변해도 소비자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서 앨범을 구성하는 새로운 음악 소비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에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드래곤의 USB와 ‘옥자’의 넷플릭스 스트리밍과 극장 동시 상영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당연히 논란이 생기는데 기존 시스템과 충돌이 되었을 땐 더 큰 충돌이 일어난다. 이해관계가 상충될 땐 기존 시스템이 반발하게 된다. 결국엔 적절한 타협을 통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드래곤의 경우는 이벤트성이 강해 따라하진 않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앨범을 폭 넓은 의미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 동영상 업체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고 이들이 영화 제작도 하고 있다. 극장주들 의견과 상관없이 동영상 업체들이 콘텐츠를 만들면 영화 시장의 일부로 자리를 잡을 거다. 현실적으로 영향력이 있고 기술이 발전하면 기존의 업체가 막을 방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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