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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View] “후덕한 것도 멋지지 않나요”…김희선이 말하는 진짜 ‘품위’
뉴스| 2017-08-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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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범인이 누군지 신랑이 하루에 12번도 더 물어보더라.”

JTBC ‘품위있는 그녀’의 마지막회가 방영되기 전에 진행됐던 인터뷰에서 단연 관심이 쏠렸던 것은 박복자(김선아)를 죽인 범인이었다.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김희선은 “이렇게 궁금해 하는 게 배우로는 재미있으면서 너무 뿌듯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1회부터 박복자(김선아)의 죽음을 노출시킨 ‘품위있는 그녀’는 범인에 밝혀지지 않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반응이 좋아서 더 좋다. 잘 되니까 주변 사람들이 더 좋아한다. 다들 그렇게 기뻐하니까 저도 기분 좋더라. 아무래도 식구들이 있으니 시댁에 며느리로도 뿌듯하고 아이 친구들이 이야기해줘도 좋다. 특히 팬들이 좋아한다. 배우로서 가장 좋을 때가 아닌가 싶다.”

‘품위있는 그녀’에서 김희선은 재벌가 둘째 며느리 우아진 역을 맡았다. 이름처럼 우아하고 미모에 지성까지 갖춘 완벽한 여자로 박복자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절세 미녀라는 타이틀에 데뷔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톱스타인 김희선에게 딱 맞는 옷으로 보였다. 실제로 김희선은 우아진처럼 집안의 둘째 며느리고 강남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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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저는 둘째 며느리고 강남에서 사교육 시키는 아이 엄마다. 아이 나이도 비슷하고. 제가 처한 상황과 비슷해서 아내 역할은 쉬웠던 것 같다. 제가 우아진처럼 재벌은 아니지만 애엄마의 마음은 똑같다고 생각했다.”

‘품위있는 그녀’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12.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JTBC 최고 시청률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첫 회 시청률은 2.0%로 무려 6배나 급등한 셈이다. 이미 다 찍어 놓은 사전제작 드라마였기 때문에 김희선은 첫회 시청률을 보고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첫회 시청률을 보고 실망한 정도가 아니라 이민가고 은퇴하려고 했다.(웃음) 전 애국가만 나와도 4% 나왔던 세대라 시청률이 2%대라고 하니까 이해가 안 되더라. 예전엔 드라마 잘 된다고 하면 40%대였다. 처음엔 좌절했다. 백미경 작가도 ‘힘쎈여자 도봉순’으로 기대하는 게 있는데 많이 당황했다. 시청률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데도 스트레스 받아서 하소연했다. 그 흔한 로맨스, 멜로도 없고 잘 나가는 아이돌도 없다. 비밀병기가 없었다. 저나 선아 언니나 20년 활동한 배우다 보니 신비한 것도 없고 ‘내가 괜히 예능에 나와서 드라마가 안되나’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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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초반에 우아진은 돋보일 수 없는 캐릭터였다. 다 가진, 아쉬울 것 없는 인물이었고 박복자가 집안에 들어오는 과정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김희선 역시 처음엔 박복자에게 끌렸다.

“‘사랑하는 은동아’ 대본을 받았는데 ‘앵그리맘’을 하고 있어 백미경 작가랑 연결이 닿지 못했다. 누가 절 위해서 글을 써준다는 게 좋은 얘기지 않나. 근데 ‘품위있는 그녀’ 우아진을 절 생각하며서 썼다고 하더라. 근데 4회까진 복자만 보이더라. 그래서 ‘나 복자할래’ 했었다. 우아진은 너무 평범했다. 배우로 는 복자가 끌렸지만 백미경 작가가 본인을 믿으라고 하더라.”

하지만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우아진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품위있는 그녀’가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를 담은 인물이기도 했다. 김희선은 그런 우아진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남편이 바람 피우고 삼자대면을 하는 장면도 그렇고 제 인생을 개입시키게 되더라. 우아진으로부터 많이 배운다. 전 잠이 많아서 신랑한테 아침에 주스 해준지 10년이 넘었다. 여러 방면에 책임감도 강하고. 그래서 신랑이 뭐 잘못하면 몰아세우지 말고 한 발짝 물러서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본을 읽다가 우리 신랑 생각하고 집안일 생각하며 멍 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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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한 게 제일 큰 무기”


데뷔한지 20여년이 지났고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김희선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20대 때처럼 솔직하고 통통 튀었다. 인터뷰 전날에도 술을 마셨고 인터뷰 당일도 끝나고 김용건, 정상훈 등 ‘품위있는 그녀’ 배우들과 술약속이 있다며 신난 모습이었다.

“아이가 술 마시는 이야기 좀 그만하라고 해서 오늘은 안 하려고 했는데.(웃음) 20대 땐 부어라 마셔라 했는데 지금은 사람이랑 분위기를 보면서 마신다. 예전엔 술이 술을 마셨다면 지금은 릴렉스 되고 남걱정도 하고 그러면서 하루 스트레스를 푸는 게 이해가 된다. 주량은 매번 다른데 편한 사람이랑 마시면 생맥주 2잔에도 취한다.”

데뷔작 ‘공룡선생’부터 전성기였던 ‘목욕탕집 남자들’ ‘미스터Q’ ‘토마토’, 결혼 후 찍은 ‘신의’ ‘앵그리맘’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공백기도 있었고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던 작품도 있었다. 오랜시간 배우로 살아오면서 그만두고 싶었을 때가 있을 법도 했다.

“20대때 정말 일 열심히 한 것 같다. 지금 내 힘으로 작품 고를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이렇게 흔한 멜로도 없는 작품을 내 이름을 내걸고 할 수 있는 건 제가 20대 때 쌓아 놓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20대, 30대는 '놀자'라고 하던데 전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그 때 일해 놓고 30대, 40대에 즐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가 20대에 놀러가고 싶은 것 다 놀고 친구들 다 만나고 일을 내가 하고 싶을 때만 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어린 친구들에게 최대한 일할 수 있을때 열심히 해놓으라고 한다.”

‘품위있는 그녀’로 인해 김희선은 ‘제 2의 전성기’로 불리고 있다. 미모도, 연기력도 정점에 올랐다. 20여년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가장 잘한 일을 묻자 “솔직한 게 제일 큰 무기다”고 말한 김희선은 통통 튀는 신세대에서 이젠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제가 애엄마이고 주부인 걸 아는데 복근을 만들고 비키니를 입으려고 관리를 하는 건 저한테 어울리지 않는다. 저 같은 경우엔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을 했을 때 돋보이지 않을까 한다. 어느 정도 후덕해지는 것도 멋있는 것 같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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