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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쥐덫’ 양희경, 공연계·캐스팅 문화에 날린 일침
뉴스| 2018-01-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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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쥐덫 양희경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탤런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극을 한다는 게 참 어려운 작업이에요. 공연을 준비하려면 일상을 완전히 쏟아 부어야 하거든요. 이런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다들 합심해 열연을 펼친다는 게 큰 의미가 있는 거죠(웃음)”

2월 개막을 앞둔 연극 ‘쥐덫’은 MBC탤런트 극단이 창단 기념으로 올리는 첫 연극무대다. 배우 양희경은 공연에 대한 소감으로 ‘합심’이란 말을 힘 있게 뱉어냈다. MBC 출신 연기자들로 구성된 알찬 극단이 TV가 아닌 무대에서 라이브 연기를 선보인다. 안방극장에서 친숙한 배우들을 공연장에서 만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연기에 목마른 배우들이 많아요. 예전에는 방송국 공채들을 뽑으면 그들을 성장토록 기용했는데 요즘은 캐스팅 문화가 발달해 정작 탤런트들이 설 자리가 없어졌거든요. 다양화되는 만큼 한편으론 안타까운 현상이죠. 그래서 다함께 모여 같이 작업해보자는 마음이었죠. 그것도 단발성이 아니라 꾸준히 진행해보자는 결의로 뭉치게 됐어요”

사실 양희경은 MBC 출신이 아니다. 그는 말 그대로 선출된 케이스다. 1985년 연극 ‘한씨연대기’로 데뷔한 그는 MBC 활동을 많이 해왔을 뿐이다. 극단 내 기수만 가지고 할 수 없는 부분들은 젊은 배우들이 채워주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선후배 배우들의 돈독함이 맺은 결실인 셈.
■ 배역이 주는 무게감

연극 ‘쥐덫’은 반전 서스펜스물이다. 젊은 부부가 게스트하우스를 개업하고 손님들이 차례로 찾아와 짐을 푼다. 그런데 날씨가 점점 악화돼 폭설이 내리자 게스트하우스는 고립되고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의 중심에는 보일이 있다. 양희경은 극중 ‘보일’ 역을 맡았다. 보일은 몸집이 크고 매사에 불평불만이 많은 여인이다.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배역일 수밖에 없다.

“보일은 체격이 크고 깐깐한 여성이에요. 첫 등장부터 캐릭터가 확실하죠. 사실 이런 성품과는 정반대지만 연령대와 체형 등에서 빼도 박도 못할 역할이었죠. 배우로서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일 수 있는 배역이었거든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은 캐릭터가 대사를 통해 확실히 살아나요. 그래서 이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어필하고자 연기했죠”

폭설로 외부와 단절된 게스트하우스에는 보일 말고도 다양한 인물들이 찾아온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기에 앞서 전 배역 모두 사연이 있고 정체성이 확실한 자들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캐릭터를 조망했으면 하는 것이 양희경의 생각이다.

“이번 작품은 모든 캐릭터가 다 불쌍하다는 매력이 있어요. 전쟁 직후 불안한 사회 속 피폐해진 사람들이 모여 사건이 만들어지죠. 인물군상들의 그 면면을 살펴보면 밉기보다는 위로가 필요한 가여운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이 모여 한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잖아요. 원작 ‘쥐덫’이 쓰인 시기도 그런 사회의 이야기를 담애내고 있어요. 어려운 세상살이 가운데 서로가 보듬어주며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지금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성찰을 하게끔 만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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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쥐덫 양희경


■ 완벽한 호흡으로 나아가기까지

공채 탤런트들의 연기력이야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들은 소극장 매력의 진수를 선보이고 정통 연극의 부활을 위해 부단히 칼을 갈았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완벽한 호흡을 맞추기까지 힘든 과정들은 있어요. 연극, 영화, 드라마의 연기가 전부 다르거든요. 각자 연기법이 따로 있어요. 특히 연극은 다른 장르와 달리 장면 호흡이 쭉 이어지거든요. 세세하게 펼쳐보면 연기할 때마다 호흡이 다 달라요. 그래서 가장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죠. 연습도 두 달 정도 꾸준히 해야 해서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니지만 배우들이 합심해서 다 열심히 소화해냈어요”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나레이션과 라디오 진행까지 완벽히 소화하고 마는 양희경에게 연극판은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배역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열심히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역시 탤런트들이 유명세로 이 자리에 오른 게 아니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다’하는 말들이요. 배우들이 힘을 합해 열심히 연습했으니 관객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하죠”

■ 풍성한 공연계를 꿈꾸는 배우

시중에 정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요즘 대학로 공연물들은 획일화되고 상업화된 장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가벼운 장르에 익숙해진 젊은 관객들에겐 ‘쥐덫’이 진입장벽이 높은 작품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양희경은 우려를 내비친다.

“사실 이런 현상은 바뀌어야 해요. 무엇보다 작품이 다양해져 관객 분들이 공연을 골고루 관람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이 작품도 볼 수 있고, 저 작품도 볼 수 있어서 모든 장르가 공존해야 공연문화도 융성할 수 있다고 봐요. 뮤지컬과 전통연극이 상존해야 하고, 창작극과 번역극도 함께 있어야죠. 이런 판도로 조화로운 공연계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해외 라이선스 작품보단 창작극이, 그중에서도 우리 것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계기로 정통극이 뿌리를 내리고 공연계가 더욱 풍성해졌으면 좋겠어요”

양희경은 공연계가 조화롭게 부흥되길 꿈꾼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 관록 있는 배우의 바람답다.

“앞으로도 일 년에 한 편 정도는 꼭 무대에 서자는 마음이에요. 연기는 가장 신나는 일이고, 연기를 하면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지금 이 순간 주어진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배우로 살아가는 가장 잘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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