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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잇 수다] 문제작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정규 편성은 달라야 한다
뉴스| 2018-04-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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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MC들과 며느리(사진=MBC)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MBC 파일럿 교양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정규행 티켓을 따냈다. 대한민국 ‘시월드’에서 ‘며느리’가 겪는 ‘이상한’ 일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반향을 일으킨 덕분이다.

전지적 며느리 시점으로 대한민국 가족 문화를 바라보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지난 12일 처음 방송돼 2회 연속 시청률 5%대를 기록하며(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파일럿으로서 이례적인 성적을 얻었다. 기혼 여성에게 책임과 희생을 강요하는 이 사회의 불합리한 관습을 꼬집으며 문제작에 등극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 의견은 분분하다. 며느리에게 자연스럽게 대물림되고 있는 불공평한 강요와 억압을 전면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는 한편, 문제만 있고 해결책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단발성 이슈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유의미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 캐스팅 난관 예상… 출연자 배려 필요하다

파일럿의 주인공은 배우 민지영, 개그맨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 워킹맘을 대변해 출연한 비연예인 김단빈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정규 방송에도 함께할지는 미정이다. 후폭풍이 거센 탓이다.

특히 지난 2회에서 박세미가 시부모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는 모습이 논란을 일으켰다. 시어머니는 둘째를 임신 중인 박세미에게 셋째를 종용했다. 시아버지는 자궁 파열의 위험 때문에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 박세미에게 자연분만을 강요했다. 남편 김재욱은 “한두 시간만 힘써보고 (안되면) 제왕절개” 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 방송 후 김재욱의 SNS는 악성 댓글로 만선을 이뤘다. 김재욱은 결국 SNS 계정을 폐쇄했다. 직접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쏟아지는 비난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부모가 운영하는 식당 일과 개인 사업, 육아를 병행하는 김단빈의 상황도 만만찮았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반말로 소리 지르고, 욕도 했다. 교통사고로 손목을 다친 며느리가 병원에 가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사사건건 참견했다. 김단빈은 홀로 눈물을 쏟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시아버지와 남편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방송 직후 ‘김단빈’ ‘김단빈 남편’ 등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이에 김단빈은 개인 블로그에 “뭔가 씁쓸하기만 한 것 같아 기분이 참 묘하다” “복잡한 마음에 지난 밤은 한숨도 못 잤다”고 적으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제작진은 앞서 “출연자를 섭외할 때 시댁 식구들에게 방송의 편집 방향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댁 식구들은 이미 공공의 적이 됐다. 민지영과 김재욱을 제외한 전 출연진은 대중의 관심이 익숙지 않은 비연예인이다. 이들에 대한 제작진의 배려가 뒤따라야 했다. 그러나 제작진의 태도는 다소 무책임했다. 이에 따라 캐스팅도 난항에 빠졌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가족이 불특정 다수에게 비난받을 수도 있다는 부담감을 감수하고 출연할 이가 얼마나 되겠나”라며 난감해했다. MBC 관계자 역시 “정규 방송 출연자에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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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민지영과 시어머니 (사진=MBC 방송화면)


■ “의도 배제?”… 억지 갈등 조장 안 돼

제작진은 객관적인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의 주입을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포부와 달리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하려는 편집의 시도가 엿보였다.

민지영의 경우다. 그는 촬영 당시 결혼한 지 13일밖에 안 됐던 데다 시어머니의 배려 덕분에 시댁에서 비교적 무난한 하루를 보냈다. 다만 40년을 넘게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 영향 때문에 ‘착한 며느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얽매였다. 며느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잘 보여준 대목이라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런 가운데 민지영과 시어머니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민지영이 “예쁘게 입고 오라”는 시어머니의 말 때문에 정장을 갖춰 입고 시댁에 도착한 뒤다. 시어머니는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을 것을 권유했으나 민지영은 이를 거절했다. 시댁 어른들 앞에서 트레이닝복을 입는 것이 걱정돼서다. 정장 차림으로 채소를 씻으려는 민지영에게 시어머니는 “앞치마 줄까?”라고 물었다.

이 장면에서 제작진은 ‘본격적으로 하라는 말씀?!’이라는 자막을 띄웠다. “앞치마 줄까?”라는 시어머니와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는 민지영의 얼굴을 교차, 반복해 내보냈다. 이는 시어머니가 민지영에게 일을 떠넘기기 위해 앞치마를 입힌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그러나 맥락을 따져보면 이는 지나친 비약이다. 앞서 시어머니는 오히려 일하는 민지영을 만류하느라 바빴다. “(시댁에) 처음 왔으면 그렇게(집안일)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가서 쉬라”고 거듭 말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며느리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시댁 식구들이나 남편의 생각을 전하는 데는 다소 소홀하다. 그렇다고 시댁 식구들의 의도를 제멋대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특히나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에 억지 긴장을 유도하는 편집은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도 어긋나므로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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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박세미와 김재욱 부부(사진=MBC 방송화면)


■ 갈등의 반복… 시청자 피로도 줄여야 한다

박세미가 자연분만을 강요받아 논란이 된 2회 방송 다음 날(20일), 네이버 ‘댓글 많은 뉴스’ TOP 20에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관련 기사만 9건이 올랐다. 최다 댓글을 기록한 기사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김재욱, 아내에게 자연분만 ‘절충 제안’”으로, 27일 현재 18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작성자의 성비는 여성이 88%로 압도적이다. 연령층은 30대가 5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18%의 20대가 그 뒤를 이었다. 기사 내용에 대한 공감 수는 ‘화나요’만 2600개 이상이다.

20~30대 여성 시청자들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느끼는 감정이 ‘공감’을 넘어 ‘분노’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분노를 유발하는 갈등의 반복은 시청자의 피로도를 높일 뿐이다. 정규 편성 시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분노를 해소하는 요소가 프로그램 내부에 배치되어야 하는 이유다.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보면서 재미를 느끼면 죄책감이 든다”며 “그간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가 개선 없이 반복되는 내용이라 시청자들이 ‘우리 사회는 변하지 않는구나’라고 단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규 방송에서는) 시댁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출연자를 섭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가온 TV평론가도 “파일럿이 화제성에 치중했다면, (정규 방송은) 며느리의 일시적인 속풀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갈등을 소개할 필요도 있다. 또 (갈등에 대한) 남편의 속마음을 들어볼 기회를 마련해 서로를 이해하게 해야 한다”이라고 조언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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