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뷰] ‘버닝’ 전종서 “누구를 상대하든 그 순간은 진실이길”
뉴스| 2018-06-03 10:17
이미지중앙

전종서(사진=CGV아트하우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누군가의 규격에 맞출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충무로의 신데렐라. 현재 배우 전종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갓 데뷔한 신인배우가 거장 감독 작품의 주연을 맡았고 이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영화제 레드카펫까지 밟았다. 이만큼 화려한 데뷔를 찾아보긴 힘들다.

'버닝'으로 전종서는 평범했던 20대 청년에서 하루아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가 됐다. 그 사이에서 오는 간극을 전종서는 낯설어했고 의도치 않은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종서는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겠다며 단단한 심지를 보여줬다.

▲ 칸 국제영화제는 잘 다녀왔나요?

“영화가 끝나면 다 헤어져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 사람들과 어딘가를 함께 갈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그게 굳이 칸 영화제가 아니었어도요”

▲ 칸 영화제 출국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논란이 터져서 속상했을 것 같아요(전종서는 칸 국제영화제 출국 당시 공항에서 태도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공항 출국길이 공식 일정이라는 그 개념이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울면 가리게 되잖아요. 그 모습이 담겼죠.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건 분명 내 불찰이에요. 이젠 보여지는 입장이 됐으니까요. 사전에 알았다면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을 거에요. 그렇지만 그 부분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엇이 잘못된 건지 묻고 싶어요. 정답이 뭔지 모르겠어요. 이 일을 통해 느낀 게 있으니까 다음에 적나라하게 담기지 않게 대처하겠지만 내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이미지중앙

▲ 첫 작품인데 칸 영화제에 갔어요. 쉽지 않은 경험인데 어땠나요
?

“만약에 내가 경험이 많고 연기적으로 다양한 걸 해봤던 애라면 칸이라는 게 크게 다가왔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꿈의 무대라고 하는데 각자에게 의미하는 장소가 다른 것 같아요. 그 영화제가 아니라도 ‘버닝’을 함께한 사람들과 어디를 갈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동행했을 거에요. 촬영이 끝나고 다 끝날 줄 알았는데 끝나지 않은 일정이라서 아쉬움을 달랜 곳이에요. 이 영화를 보고 각자 방식으로 느낀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좋았어요”

▲ ‘버닝’ 오디션을 봤을 때 기억나요?

“작년 8월이었어요. 노출에 대한 언지는 줬는데 이런 내용이라는 건 몰랐어요. 편견은 없었어요. 회사랑 계약한 지 일주일도 안됐을 때 오디션 제의를 받은 것이라서 당연히 앞으로 많이 오디션을 봐야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첫 오디션에 의미부여를 하고 진행했던 건 아니었어요”

▲ 아예 첫 오디션이에요?

“그 전엔 회사를 알아보고 다녔어요. 계속 연기를 배우긴 했는데 잘못 배운 적도 있어요. 나에게 최적화 된 환경에서 맞는 선생님을 찾아서 배우게 됐고 주변 분들을 통해서 회사 소개를 받고 그랬어요. 많은 소속사들과 미팅은 했는데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내 외형적인 부분 때문에 상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스펙트럼은 이 정도라고 말하는 회사도 있었고 내 가치관과 정반대인 경우도 있었어요. 이번 회사는 적어도 날 찍어내지 않고 가공시키려고 하진 않았어요. 그걸 허용할 수 있는 애도 아니고요. 난 내가 있는 모습 그대로이길 원해요. 회사도 그걸 동의했고 문제를 같이 풀어가는 방식에서 많이 공감했어요”

이미지중앙

▲ 소속사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중간에 흔들리진 않았어요?

“여정이 길어서 지치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어요. 아마 많은 연기 지망생들이 다 그렇게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중도 포기자가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해서 회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또 어떤 배역을 따내는 데 있어서 깜깜한 터널을 홀로 걷는 기분일 거에요. 내가 까다로워서인지 명확해서인지 모르겠어요. 다만 필요했던 사람들을 좋은 시기에 만났어요. 흔들리죠. 근데 꺾이진 않아요. 그런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만 이제 시작 단계니까요. 난 이 일이 동등하게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회사를 찾다 보니 그렇게 보는 분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내가 나다울 수 없는 일이면 그건 안 해요. 날 위해서 내가 행복하고 즐기고 싶어서 하는 거에요.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세모가 규격이라고 해서 내가 세모가 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동그라미면 동그라미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았어요”

▲ ‘버닝’ 캐스팅이 확정된 후 해미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갔어요?

“캐릭터를 구축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는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배워본 적도 없고 가르쳐 주지도 않았어요. 사실 ‘연기를 잘한다’는 것도 뭔지 모르겠어요. 그냥 배운 건 캐릭터와 상황을 받아들여야한다는 거에요. 이창동 감독의 권유로 촬영 전에 마임 수업은 받았어요. 마임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그 과정이 신비로웠죠. 그래서 마임을 실제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해요. 마임이 가진 정서의 힘이 대단한 것 같아요. 그걸 통해서 해미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 이창동 감독이 요구한 디렉션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많은 걸 요구하지 않으세요.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제작진이 각자의 위치에서 충실할 수 있도록 환경과 시간을 충분히 줘요. 그런 부분이 좋았어요. ‘이렇게 해’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해?’라고 먼저 들으시는 게 순서였어요. 그 안에서 알아가는 것들이 생겼죠”

▲ 처음 영화 촬영을 경험하면서 헤맸던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영화 현장이 어떤 곳인지 몰랐어요. 프로세스에 대해서 무지해 어려웠죠. 가장 어려웠던 것은 아직 어리고 처음이고 하다 보니까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래도 촬영을 하는 순간엔 고민을 덜었어요. 스태프들이 날 너무 사랑해줬어요. 아직 현장을 어려워한다는 걸 눈치 채셨는지 편하게 해주려고 하셨어요. 그래서 스태프분들이 지금도 많이 보고 싶어요”

이미지중앙

▲ ‘버닝’ 속 해미와 실제로 비슷한 또래인데 본인의 청춘은 어떤 모습인 것 같아요?

“내 청춘은 즐기면서 지내는 것 같아요. 내가 지킬 수 있는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고 말에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누구를 상대하든 그 순간이 진실이길 원해요. 아쉬움이 있는 건 아직 많은 사람을 만나보지 않았어요 . 사교적이지 못했어요. 거기서 오는 깨달음도 있고 외로움도 알게됐지만 앞으로 좋은 인연들이 있기를 원해요. 그들이 누가 됐든 좋은 만남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 앞으로 연기를 하다보면 '버닝'처럼 좋은 환경이 아닐 수도 있는데?

“어떤 분들은 ‘모든 영화 환경이 이렇진 않을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연기를 계속 하게 된다면 그런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야겠죠. 흔들리더라도 꺾이지 않도록 줄기를 잘 잡고 있어야겠죠”

▲ 이제 시작인데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균형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직 스스로 영화에 나왔다고 해서 배우라고 생각이 들진 않아요. 이러한 배우가 되겠다가 아니라 그냥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소란스럽고 싶진 않지만 죽은 듯 해나가고 싶지도 않아요. 영화를 통해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가치관과 닮아 있었으면 더 좋겠고요. 인간의 나로서 주목을 받기 보단 영화와 함께 가는 게 먼저였으면 좋겠어요”

cultur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