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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장면] ‘이리와 안아줘’ 허준호vs김서형, 진짜 악인은 누구일까?
뉴스| 2018-06-0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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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방송화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장면이 모여 드라마를 만든다.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상황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도 모두 장면에 담긴다. 이에 작품 속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장면을 포착한다. -편집자주

■ 장면 읽기
교도소 면회실, 죄수복을 입은 윤희재 앞에 박희영이 앉아있다.

희재: “가끔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희영: “혹시 ‘윤사모’ 회원? ‘윤희재를 사랑하는 모임’ 맞죠? 2007년 카페 개설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구애의 편지도 있었잖아요. 셀러브리티가 따로 있나요? 희재 씨, 매력 있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 얼굴 좀 괜찮으면 거기에 맞춰서 사연부터 만들어 내니까. 연예인이건 범죄자건, 그런 것 상관없이. (중략) 이번엔 저희, 책 말고 찐하게 다큐멘터리 한 편 어떠세요? 주인공은 희재 씨이고, 주변인은 윤나무, 그리고 길낙원으로 하죠”

■ 오늘의 장면
작품 제목: 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 일자: 2018년 6월 6일 (13~14회)
상황 설명: 희대의 연쇄살인범 희재(허준호)의 자서전 출간을 도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기자 희영(김서형)은 희재의 아들 나무(장기용)가 경찰로, 희생자 유가족 낙원(진기주)이 배우로 새 삶을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에 새로운 기삿거리를 찾아 희재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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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방송화면)


■ 그래, 이 장면
‘이리와 안아줘’는 한 살인사건으로 운명이 엇갈린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중심에 사이코패스 희재가 있다. 희재는 죄의식도 없이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르며 “인간도 기회를 노리다 서로를 잡아먹는 짐승”이라는 철학을 펼친다. 악(惡), 그 자체인 희재는 보통의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 곁에 희영이 있다. 시사 월간지 소속의 베테랑 기자인 그는 언제나 특종에 목말라 있다. 희영이 ‘아들의 신고로 체포된 연쇄살인범’이라는 희재의 스토리에 흥미를 느낀 이유다. 희영이 이를 책으로 만들었을 때, 피해자 유가족들이 크게 반대했다. 희재의 아들인 나무까지 나서 자서전 내용은 가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희영은 태연하다. 희재가 자신을 어떻게 보냐는 말에 “세상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인간들이 산다. 그 중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간도 분명 있다”면서도 “어쨌든 잘 팔리지 않나?”라고 답한 말이 희영의 진심이다.

희영은 살인자도, 범죄자도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역시 희재만큼이나 악하다고 느낀다. 희영이 ‘팩트 취재’라는 명목으로 행하는 행동들이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의 악인은 과연 희재와 희영뿐일까?

극중 희영의 말대로 자서전 출간 후 희재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를 증명하듯 ‘윤희재를 사랑하는 모임’이란 이름의 팬카페가 만들어졌다. 희재는 교도소에서 팬레터를 받기도 했다. 자서전은 불티나게 팔렸다. 그 인세는 희재의 큰아들 현무(김경남)의 영치금으로 사용됐다. 희영의 말대로, 희재의 이야기는 대중에게 아주 ‘잘 팔렸다’. 악인에 호응하는 세력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도 일부 흉악범죄자들의 팬카페가 개설되며 충격을 안긴 사례들이 여럿 있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친구를 죽인 뒤 인육을 먹은 남성이 심신 미약으로 무죄 판결받고, 이후 자서전을 내놓아 스타가 된 일도 있었다. 이 남자의 이야기는 국내에서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로 각색돼 2012년 개봉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22년 후의 고백’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다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얼굴 좀 괜찮으면 거기에 맞춰서 사연부터 만들어내니까. 연예인이건 범죄자건, 그런 것 상관없이” 라는 희영의 말이 다시금 생각난다. 악인이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드라마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씁쓸하다. 이러한 세상에서 진짜 악인은 누구일까? ‘이리와 안아줘’가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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