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기자Pick] 잔나비·아월·서로의 서로, 불완전 속 온기
뉴스| 2018-08-21 11:03
하루에도 수십 명의 가수가 최신 차트에 이름을 올립니다. 음악의 취향은 각기 다르고 정성이 담기지 않은 음악 하나 없다고 하지만요. 속도에 휩쓸려 스치는 것 중 마음을 사로잡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2018년 8월 셋째 주(8월 13일 월요일~8월 19일 일요일)의 앨범은 잔나비, 이성경X이루리, 아월, 임팩트, 서로의 서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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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나비 싱글 ‘Good boy twist’ | 2018.8.13

정규앨범 이후로는 꼬박 2년 만이고, 다른 활동의 일환으로 낸 곡 이후로는 약 1년 만이다. 기다림의 시간은 길었지만 잔나비는 결코 실망시키는 일이 없다. ‘굿 보이 트위스트(Good boy twist)’는 그간의 나날을 지나 깊어진 잔나비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노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외로운 뜀박질을 할 뿐 결코 춤을 추지 못 할 소년을 다룬다.

뛰는 행위와 춤을 추는 행위는 몸을 움직인다는 측면에서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잔나비는 이를 간파했다. ‘굶주려야 한다’는 가르침과 그를 맹목적으로 따라 ‘달리는’ 행위, 그러다가 ‘허무의 몸부림일지라도 차라리 춤을 추겠다’는 자각까지, 한 편의 시처럼 청춘의 서사를 풀어냈다. 더 나아가 노래 자체만 보더라도 복고적인 감성과 자유롭게 몸을 흔들어야 할 것만 같은 파트, 서정성까지 잔나비의 정체성이 빠짐없이 들어 차 있다.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달리는 것을 멈추고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면 그야말로 노래 속 이야기와 음악의 흥이 결합된 ‘일체’가 아닐까.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서 멜로디와 구성, 가사, 변주까지 곳곳에 메시지가 빈틈없이 녹아들어 곱씹을수록 감탄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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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경X이루리 싱글 ‘잠이 안 와’ | 2018.8.15.

리드미컬하지만 차분한 멜로디로 마음을 위로하는 이성경X이루리가 신곡을 발표했다. 위트 있는 피아노 소리로 시작하는 ‘잠이 안 와’는 어느 한 곳도 지나치지 않다. 기존에 보여줬던 심플한 악기 구성, 단순한 멜로디를 여전히 따르며 적정선을 유지한다. 여기에 얹어진 깨끗한 목소리는 이런 깔끔함을 강조한다. 그런가 하면 “이제 자자”고 하는 후렴구에서는 금방이라도 잠이 올 것 같이 힘을 뺀 목소리로 부르는 파트가 포인트.

‘잠이 안 와’는 이들이 그간의 곡 중 가장 발랄한 편이기도 한데 이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을 지새우는 이들을 위로하는 이성경X이루리만의 화법으로 다가온다. 너무 진지하지도, 너무 들뜨지도 않은 이들만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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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rR 싱글 ‘Desert’ | 2018.8.16.

아월은 프로듀서로 활동하던 이회원이 홍다혜와 박진규와 결성한 3인조 밴드다. 최근 해피로봇레코드에 합류해 싱글 ‘데저트(Desert)’를 발표했다. 아월은 이 앨범에서 ‘청춘’과 어우러지기를 바란다. 다만 청춘을 머나먼 이상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언제나 내 곁에 있지만 스스로 가만 두지 못 해 괴롭히는 ‘행위’에 더 집중한다. 청춘이 마냥 힘든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를 지탱해주는 존재이자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것.

눈에 띄는 점은 아월이 목소리와 곡의 분위기만으로 적막한 사막과 청춘의 시끄러운 주변을 동시에 부각한다는 포인트다. 보컬의 긁는 목소리는 서걱거리는 모래와 닮아 있다. 차분하다 못해 엄숙하게 흘러가는 연주는 고요한 바람과 같다. 이런 요소들은 욕망과 현실이 뒤섞인 ‘갈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더 나아가 ‘데저트’가 청춘과 한데 섞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면, 수록곡 ‘바이올렛’은 완벽하지 않아서 더 예쁜 보랏빛 하늘로 듣는 이를 데려간다. 그 하늘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기에 섞일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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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팩트 싱글 ‘나나나 : 懦那?’’ | 2018.8.16.

임팩트의 데뷔곡 ‘롤리팝’의 제목만 듣고서는 귀엽고 재치 있는 콘셉트를 내세울 줄 알았다. 하지만 임팩트는 이런 예상을 뒤엎고 다소 날카로운 퍼포먼스를 펼쳤다. 익살스러운 면도 녹아 있기는 했지만 주된 요소는 아니었다. 이는 임팩트가 내세울 고집의 맛보기 정도였다. 이후 임팩트는 더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나나’ 역시 그 연장선이다. ‘나나나’는 이전 곡들처럼 트렌디한 장르를 따르지만 멜로디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대중적인 느낌과 거리가 멀다. 감각적인 사운드와 시적인 가사, 어두운 코드 진행이 한 곳에 어우러진다. 이는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또 눈치를 보지 않고 본인들의 음악을 해나가는 임팩트의 모습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장르로부터 오는 세련미는 너무 딥해질 수 있는 임팩트의 색깔을 중화시킨다. 그렇게 상반된 매력이 결합된 노래는 별다른 클라이맥스가 없어도 결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임팩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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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의 서로 싱글 ‘그 때 그 노래가’ | 2018.8.16.

이번 싱글은 지난 4월 데뷔곡 ‘그때 그 약속이’를 잇는 곡이다. 두 곡을 관통하는 감정은 그리움. 지난 곡에서는 ‘서로’였던 우리가 ‘혼자’가 되어버린 지금을 노래했다면 이번 곡에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서로의 서로가 그리움을 대하는 태도는 후회로 가득하지도,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다. 덤덤하게 얹어지는 한 자 한 자와 소리들은 그저 마음을 저릿하게 만든다.

1980-90년대 한국 포크를 표방하는 듀오답게 자연스럽게 귓가에 녹아드는 편안함을 잘 살린 결과다. 특히 ‘그 때 그 노래가’는 팝 가수 카펜터스를 오마주했다. 카펜터스의 분위기에 녹아든 서로의 서로만의 매력이 있다면 부드러운 크림색을 떠올리게 하는 다정함이다. 그 어떤 자극도 없이 스며드는 서로의 서로의 음악은 나도 모르게 잠깐 행동을 멈추고 회상에 잠기게 만든다. 그만큼 가슴에 품고 두고두고 꺼내 듣고 싶은 곡.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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