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기자Pick] 제니·비투비·다이나믹 듀오, 섬세함이 불러오는 ‘여운’
뉴스| 2018-11-20 10:59

하루에도 수십 명의 가수가 최신 차트에 이름을 올립니다. 음악의 취향은 각기 다르고 정성이 담기지 않은 음악 하나 없다고 하지만요. 속도에 휩쓸려 스치는 것 중 마음을 사로잡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2018년 11월 셋째 주(11월 12일 월요일~11월 18일 일요일)의 앨범은 제니, 비투비, 다이나믹 듀오, 드렁큰 타이거, 블루파프리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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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니 싱글 ‘솔로’ | 2018.11.12.

제니가 그룹 블랙핑크 멤버 중 솔로 프로젝트 첫 타자로 나섰다. 제니가 내놓은 ‘솔로’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연인 없이 혼자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고, 한 사람으로서 중심이 서 있는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노래는 제니의 강하고 독립적인 면모와 소녀답고 여린 모습을 동시에 품고 있다.

이런 상반된 모습은 노래와 퍼포먼스 구성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선 가사만 보면 “빛이 나는 솔로” “홀로인 게 좋아/난 나다워야 하니까” 등 표현은 혼자가 좋다고 정신승리하는 자기합리화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하다. 하지만 멜로디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노래는 조금은 예쁘게 시작하다가 점점 감정이 격양된다. 이는 웅장한 코러스로 표현된다. 그러다가 후렴구 “빛이 나는 솔로” 부분에서는 목소리에 힘을 풀고 감정을 환기시킨다. 이후는 가사 없이 멜로디만 나오는 파트로 제니의 댄스 브레이크가 나오는 지점이다. 자유로워진 모습이 도드라진다. 이런 세심한 서사는 곡의 메시지와 일체를 이뤄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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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투비 미니 ‘HOUR MOMENT’ | 2018.11.12.

멤버 서은광의 군 입대로 당분간 듣기 어려울 비투비 완전체의 목소리가 담긴 선공개곡 ‘프렌드(Friend)’가 실린 앨범. 이번 스페셜 미니앨범 ‘아워 모먼트(Hour moment)’는 그간 펼쳐온 콘셉트적인 면모보다 본인들의 이야기가 강조된 앨범이다. 멤버들의 우정을 담은 ‘프렌드’와 함께 타이틀곡 ‘아름답고도 아프구나’는 이별과 새로운 시작의 경계에 놓여 있는 비투비의 현재를 사랑에 빗댄 듯 보인다.

가장 놀라운 건 메인보컬 서은광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비투비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서은광의 폭발적인 고음과 시원시원한 보컬이 그립기는 하다. 하지만 보컬과 랩을 가리지 않고 출중한 실력을 자랑하는 멤버들은 서은광의 빈자리를 빈틈없이 메웠다. 이제 굳혀진 비투비만의 서정적인 감성과 몰아치는 발라드부터 어쿠스틱한 노래까지, 앨범은 전체적으로 차분하지만 여전히 밀도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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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나믹 듀오 싱글 ‘북향’ | 2018.11.12.

약 9개월 만에 신곡을 내는 다이나믹 듀오가 추운 이 계절과 참 잘 어울리는 노래를 들고 왔다. ‘북향’은 이제 혼자가 익숙해졌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곡이다. 이들이 택한 주제는 단순히 날씨에 맞춰 다룰 법한 외로움이 아니다. 좀 더 깊이 들어가 쓸쓸함과 고독 앞에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인지 ‘북향’은 가사를 하나하나 곱씹을수록 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보컬과 래핑은 어쿠스틱 기타 리프로 시작되는 노래 맞춰 무덤덤하지만 처절하게 흘러간다. 그러다가 중반부를 지날수록 점점 혼자가 편한 마음과 헛헛함이 상충하며 멜로디가 다이내믹해진다. 그런 와중 오혁의 거친 목소리는 쓸쓸함 그 자체다. 이런 복잡미묘한 요소들은 전체적으로 어울려 마치 빛이 들지 않는 방구석 속 말라비틀어진, 바스락 소리가 날 것 같은 나뭇잎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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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렁큰 타이거 정규 ‘X : Rebirth of Tiger JK’ | 2018.11.14.

무려 10년 만에 나오는 앨범이 마지막 앨범이다. 타이거JK 1인 체제로 명맥을 이은 드렁큰타이거는 정규 10집 앨범 ‘엑스: 리버스 오브 타이거JK(X: Rebirth of TigerJK)’를 통해 20년간의 활동을 마무리 짓는다. 그런 만큼 드렁큰타이거는 총 30곡을 기존 드렁큰 타이거의 모습, 새로 나아갈 타이거JK 두 파트로 나눠 트랙을 수록했다.

CD1는 일명 ‘드렁큰 타이거 세대’를 지나온 이들이라면 듣자마자 빠져들 곡들로 짜였다. 그 중 타이틀곡 ‘끄덕이는 노래’는 드렁큰 타이거 특유의 변주로 시작된다. 이어 나오는 한국적인 멋과 어느 정도 멜로디컬한 멜로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후렴구 가사 등의 조화는 그 자체로 ‘드렁큰 타이거’다. CD2은 보다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다. 타이틀곡 ‘뷰티풀(Beautiful)’은 아버지를 여의고 난 뒤 무뎌진 기억을 노래한 곡이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점부터 후렴구를 앞으로 빼 마지막과 수미상관을 이룬 것 등 타이거JK의 진정성과 세련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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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파프리카 싱글 ‘겨울 탓’ | 2018.11.14.

블루파프리카는 최근 싱글 ‘겨울 탓’을 발표하면서 올해 세 장의 싱글을 내게 됐다. 세 곡은 모두 각기 다른 장르다. 지난 4월 낸 ‘나무’가 블루파프리카의 밝은 면모와 서정성을 차분하게 녹여낸 곡이라면 지난 7월 낸 ‘밤새’는 레트로 장르로 새롭게 보여준 흥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번 신곡 ‘겨울 탓’은 블루파프리카 본연의 색깔이 묻어나는 곡이다.

‘겨울 탓’은 이별을 보내는 이들에게 계절 탓을 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곡이다. 조금은 익살맞은 발상처럼 노래는 마냥 진지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탄탄한 힘을 지닌 목소리는 곡이 너무 톤다운되지 않도록 잡아준다. 미디엄 템포의 멜로디는 말랑말랑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곡을 유연하게 만든다. 이런 조화는 블루파프리카가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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