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소희의 B레이더] 천천히 스며들어 꾸준히 사랑하게 될 slowminsteady
뉴스| 2019-02-23 11:30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70. 금주의 가수는 슬로우민스테디(slowminstead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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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lowminsteady 제공)



■ 100m 앞, ‘slowminsteady’을 만나기 전

이름: slowminsteady

데뷔: 2019년 1월 16일 미니앨범 ‘슬로우 러브 스테디(Slow Love Steady)’

대표곡: 데뷔앨범 타이틀곡 ‘티즈 미(tease me)’

디스코그래피 요약: (이하 블락스 앨범) 첫 번째 미니앨범 ‘블락(Bloc)’(2013), 싱글 ‘미로’(2015), 두 번째 미니앨범 ‘지금, 우리’(2018)

특이점: ▲밴드 블락스 기타리스트 문석민의 솔로데뷔 ▲정승환, 샘김, 페퍼톤스 등 안테나 소속 아티스트들을 비롯해 스텔라장의 세션으로 활동 중

해시태그: #아날로그 감성 #편안함 #따뜻한 소리

■ 70m 앞, 미리 듣는 대표곡

블락스의 기타리스트 문석민으로서가 아닌 솔로 slowminsteady로서 낸 첫 번째 타이틀곡 ‘티즈 미’다. ‘티즈 미’는 ‘기타 연주’를 떠올렸을 때 상상할 수 있는 멜로디컬한 리프가 돋보이는 곡이다. 자신을 괴롭혀달라는, 즉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곡 제목과 달리 조곤조곤한 연주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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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lowminsteady 제공)



■ 40m 앞, 확실한 서사 그리고 반짝이는 소리들

slowminsteady가 데뷔앨범이자 첫 번째 미니앨범 ‘슬로우 러브 스테디’를 발매한지 이제 막 한 달여가 지났다. 아직 솔로 아티스트로서 한 장의 앨범만 낸 그이기에 매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slowminsteady가 이전에 보여줬던 이력들을 본다면 ‘0’이라는 지점에서 출발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 신뢰가 들어찬 상태에서 기대되는 새로움이 샘솟는다. 그리고 이제 막 자신의 것을 드러내기 시작한 slowminsteady는 앞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곡들을 내놓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슬로우 러브 스테디’는 8곡으로 꽉꽉 채워진 미니앨범이다. slowminsteady는 이 앨범을 두고 제목 그대로 “천천히 꾸준했던 사랑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각 트랙은 사랑에 대한 단상으로 채워졌다. 동시에 쭉 연결되는 서사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 트랙 ‘섬타임즈 아이 띵크 어바웃 유(Sometimes I Think About You)’라며 은근한 마음을 드러내며 시작되는 이 앨범은 ‘티즈 미’ ‘캔 아이 워크 위드 유(Can I Walk With You)’ ‘블루(Bloo)’ 등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까지 이어진다. 그러다가 마치 상처를 받은 듯 ‘웨어 워 유 웬 아이 니디드 유(Where Were you When I Needed You)’ ‘내일은모르지만오늘을위로하고싶어’ ‘내가나를더사랑하게되기까지’ 등을 통해 시선을 자신으로 돌린다. 마지막 트랙 ‘아이 위시 유 워 히어 위드 미(Iwishyouwereherewithme)’에서는 다시 자신과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이는 옆에 상대가 없는 허전함, 자신을 중심에 두고 다시 한 번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사랑을 이어나가겠다는 마음으로 읽힌다.

앨범은 연주곡으로 이뤄진 만큼 각 곡의 분위기에 맞는 연주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slowminsteady는 섬세하게 멜로디를 이끄는 기타연주, 트럼펫이나 적절한 미디의 사용 등으로 칠(chill)한 분위기부터 따뜻한 햇살 같은 느낌까지 선사한다. 의미가 하나하나 부여된 소리의 뒤틀림과 소스 등을 통해 곡의 단조로움도 없앴다. 예를 들어 ‘내가나를더사랑하게되기까지’에 담긴 환호성과 아이들의 소리는 마치 나를 위해 모두가 응원해주는 느낌을 준다.

이처럼 slowminsteady는 차가운 소리로만 남을 수 있는 기타소리를 자신만의 온기로 품었다. 마치 눈이 펑펑 내리고 있지만 그래서 더 따뜻한 무드를 닮은 모양새다. 그 덕분에 그의 음악은 손에 쥐었을 때 사르르 녹는 눈처럼, 다가오는 봄 햇살에 조금씩 물기를 머금는 눈처럼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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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lowminsteady 제공)



■ 드디어 만났다, slowminsteady
(이하 인터뷰는 반말로 재구성됐습니다)

▲ 첫 솔로앨범 낸 것 축하해. ‘슬로우 러브 스테디’는 혼자 낸 첫 앨범인 만큼 본인의 취향이 잔뜩 묻어났을 것 같아. 어떤 면에서 가장 slowminsteady답다고 할 수 있어?

“평소에도 LP를 즐겨들어. 로우파이(lofi) 느낌에 아날로그적인, 따뜻한 소리들을 좋아하거든. 이번 앨범에 그런 소리들을 담아내려고 했어. 느리고 꾸준한 비트 그리고 느껴졌던 감정들을 단순하게 담아낸 것이 가장 나다운 앨범 같아”

▲ 맞아. 앨범을 듣고 아날로그 느낌에 따뜻하다는 인상을 가장 먼저 받았어. 추운 날 포근한 카페에서 들으니 여유로운 느낌도 들고 마음도 평온하게 가라앉더라고. 눈 오는 날에도 잘 어울리고. 혹시 음악을 만들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던 요소들이나 생각이 있어?

“이 앨범을 만들 당시에는 딱히 글이나 음악같이 직접적인 것에는 크게 영향 받지 않았던 것 같아. 다만 그 때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가장 깊이 취해있었어. 살면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많이 느꼈어. 길을 지나가다가 보이는 꽃들, 겨울이 돼서 앙상해져버린 나뭇가지들, 시든 잎사귀, 봄이 되어 다시 피어나는 잎사귀, 그런 것들이 대단해 보이고 아름다워 보였던 시기였지. 비록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보일 것들이지만, 사진첩을 보면 그때 찍어놨던 사진들이 가득하거든. 그것들을 보면서 걷고 느끼며 곡을 써내려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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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low love steady' 앨범 커버)



▲ 앨범 커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 본인 어린 시절 맞지? 이런 옛날 사진 느낌이 앨범 분위기랑 잘 어울리기도 하고 참 귀엽다

“내 어린 시절 맞아. (웃음) 다들 앨범 커버를 보고 지금의 나를 보면 ‘똑같이 컸다’고들 말씀하시더라고.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커지긴 했지만...하하. 평소 필름카메라로 사진 찍는 걸 꾸준한 취미로 삼고 있거든. 그런데 부모님 집에 갔다가 옛 사진들을 보게 됐는데 지금의 내 모습을 메인 사진으로 넣는 것보다 어린 시절 모습을 담는 게 훨씬 귀여운 것 같아서 커버로 쓰게 됐어”

▲ 각 트랙마다 연주의 화려한 모습들이 다 다르다고 해야 할까. 곡들이 일관된 톤은 유지하면서도 다양하다는 인상을 줘. 특히 ‘내가나를더사랑하게되기까지’에서는 환호성과 아이들 소리를 넣은 게 곡 제목처럼 응원 받는, 반짝이는 느낌이 들고. 이렇게 곡마다 적합한 변화를 주기 위해 신경 쓴 디테일을 좀 설명해줘

“음악을 담는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거든. 얘기하고 싶은 감정들을 프로그래밍을 통해 하나씩 담아내기 시작하면서부터 한 곡 한 곡 조금씩 실력이 늘었는데, 그래서 그런 디테일들이 곡마다 자연스럽게 담긴 것 같아요. ‘내가나를더사랑하게되기까지’의 경우는, 짝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다시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이 있는 건 좋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나의 바람 혹은 감정 때문에 힘들 때가 있잖아.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를 사랑했던 감정보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해야지’하는 감정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 그러면서부터 짝사랑의 아픔에서 좀 더 벗어나는 거지. 노래에서도 그런 내 자신이 대견하고, 또 축하할 일인 것 같다는 의미로 잘했다는 박수와 아이들의 환호 소리를 넣었어.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보다 날 사랑하게 됐다는 건 사랑하는 대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잖아? 그런 아쉽고 복잡미묘한 감정도 함께 담긴 곡이야”

▲ 그룹 블락스에서도 활동하고 있잖아. 팀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범위와 솔로앨범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범위가 다를 것 같아. 차이가 있을까?

“블락스 앨범으로도, 솔로 앨범도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어. 다만 블락스에서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다같이 생각을 담아냈다면, 솔로앨범에는 오롯이 나의 주관만이 담겨있지. 블락스에서는 작편곡을 멤버들과 함께하고, 전체적인 사운드 메이킹과 곡 믹스는 내가 하고 있어. 최근 블락스의 미니앨범 ‘지금, 우리’를 냈는데 트랙 중 ‘그냥 그렇다고’를 제일 좋아해. 들어보면 내가 왜 제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솔로앨범에 있어서는 ‘슬로우 러브 스테디’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단순한 비트, 그리고 분위기만 담은 비트 앨범을 한 장 더 내고 싶어. 또 기회가 된다면 여성 가수, 래퍼와 컬래버레이션 앨범을 같이 작업해보려고 계획 중이야”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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