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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잇 수다] 승리 카톡부터 몰카까지, ‘YG전자’ 스포일러였나
뉴스| 2019-03-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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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YG전자’,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더니 리얼리티였던 것일까.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빅뱅의 승리가 연일 논란으로 시끄럽다. 앞서 그가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직접 운영을 강조했던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이 경찰 유착·마약 유통·성폭력 가담 등의 의혹을 받은 데 이어 승리 본인도 성접대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11일 승리가 지인들과 함께한 메신저(카카오톡, 이하 카톡) 단체 채팅방에서 불법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승리를 둘러싼 잇단 논란에 묘하게 기시감이 든다. 마약도, 성접대도, 불법 촬영물도 모두 승리의 입을 통해 한번쯤 언급됐던 문제들이어서다. 지난해 10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YG엔터테인먼트의 자체제작 시트콤 ‘YG전자’(연출 박준수)가 그 출처다.

‘YG전자’는 YG엔터테인먼트의 셀프 디스를 콘셉트로 만들어진 예능이다. 빅뱅 멤버들의 군 입대로 혼자 남은 막내 승리가 양현석 회장의 눈 밖에 난 탓에 YG 전략 자료 본부로 좌천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공개 당시 ‘YG전자’는 마약·성접대·불법촬영 등의 범법행위를 희화화하는 내용으로 빈축을 샀는데, 이제와 돌이키니 YG엔터테인먼트 내부와 승리의 문제를 제대로 꿰뚫어본 것이었다.

‘YG전자’에서 승리는 본부 직원들과 ‘클린 YG 주간’이라는 이벤트를 기획한다. ‘YG의 깨끗한 이미지를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빅뱅 지드래곤·탑·2NE1 전(前) 멤버 박봄 등이 마약 흡입 혐의로 논란을 빚으며 ‘YG=약국’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과 대비돼 시청자들에게 쓴 웃음을 안긴 바다. 당시 승리는 후배 그룹 위너를 모아 “약이나 대마초 하지 말고, 룸싸롱 가지 말고, 스캔들 같은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승리 사태의 물꼬를 튼 ‘버닝썬’의 이문호 대표가 마약 흡입 혐의로 조사를 받고, 클럽 내부에서 일어난 고객간 성폭력 문제를 방관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참으로 기가 막힌 발언이다.

그런가 하면 ‘YG전자’에서는 승리가 YG 계열사 소속 모델에게 ‘몸캠’을 강요하는 에피소드도 내보냈었다. 당시 승리는 남자 모델과 외국인 투자자의 화상 채팅을 주도하고, 모델이 ‘몸캠’을 거부하며 도망치자 “배가 불렀다”면서 억지로 옷을 벗겼다. 이 장면을 두고 많은 시청자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던 바. 승리는 지난 10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승리의 성접대 의혹을 처음 알린 SBS funE에서는 당시 승리가 외국인 투자자 접대 명목으로 클럽 ‘아레나’에 자리를 마련하라고 지시, 성접대를 암시하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은 카톡 내역을 이미지로 재구성해 보도했다. 그러자 YG엔터테인먼트에서는 “승리 본인 확인 결과 대화 내용은 조작”이라고 극구 부인했으나, 경찰이 카톡방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알리면서 거짓 해명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문제의 카톡방에 참여한 연예인 일부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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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불법 촬영물에 관련된 에피소드도 ‘YG전자’에 두 번이나 나왔다. YG 전략 본부의 여자 직원이 보이그룹 아이콘 멤버의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하는 장면이다. 성희롱으로 볼 여지가 충분해 논란이 됐다. 여기에 YG 전략 본부 행사에서 승리가 자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공개하고 MC가 “승리의 잠든 모습이 아기천사 같다. 나라도 이런 모습은 찍고 싶을 것 같다”고 소개하는 장면도 등장했다. 승리는 과거 한 여성이 자신의 잠든 모습을 몰래 촬영해 일본 언론에 공개하며 아이돌로서 전무후무한 스캔들에 휩싸인 바 있다. 승리가 10대 청소년 팬들의 지지를 받는 아이돌 멤버라는 점에서 상당히 충격적이었지만 당시 여론은 승리를 동정했다. 승리가 명백히 불법 촬영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이에 ‘YG전자’에서 불법 촬영이라는 범죄를 개그 소재로 삼은 데 대해서도 적잖은 시청자가 비판을 가했던 상황.

그러나 이 같은 동정이 무색해져버렸다. 승리가 앞선 논란에 이어 불법 촬영물을 공유받고,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된 것이다. SBS funE에 따르면 승리는 2016년 1월 9일 오후 8시 42분께 지인이 카톡방에 보낸 불법촬영물을 확인했다. 보도된 내용이 틀리지 않는다면 대화가 이뤄진 당일은 빅뱅이 일본 오사카의 쿄세라 돔에서 콘서트를 연 날이다. 빅뱅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에게는 한없이 달콤한 말로 팬 서비스를 선사했을 승리가 대기실에서는 불법촬영된 영상을 시청했다는 의혹은 차마 믿고 싶지 않을 지경이다.

승리는 지난해 ‘YG전자’ 제작발표회에서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는 YG 내부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촬영하면서 ‘이걸 얘기해도 되나’라고 할 정도로 재연해 연기할 때 불편함이 없었다”며 리얼리티를 강조했던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YG전자’를 연출한 박준수 PD 역시 “YG가 어두운 부분이 많은 곳 같아서” 이 같은 대본을 기획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아직은 진실이 밝혀져야 할 의혹이자 논란이지만 작금의 상황에 비춰보자면 ‘YG전자’와 승리의 언행은 스포일러에 가깝다.

다만 당시 “예민한 문제를 다뤘고 치부도 드러내지만 결국 웃음으로 승화한다”는 승리의 말은 틀렸다. 그토록 진실을 강조하던 승리였지만 무수한 논란은 “무관하다”는 그의 말과는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그를 둘러싸고 새로운 폭로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지금 그간 뱉었던 말들은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독이 됐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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