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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인터;뷰 ①] 봉준호 감독이 털어놓은 ‘기생충’의 모든 것
뉴스| 2019-06-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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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니 ‘기생충’은 예술성이 짙고, 내용이 어려울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이 구축한 현실감 넘치는 세계관은 누구나 공감할 법한 유머와 현실적인 시각들로 가득하다. 봉 감독 역시 스스로를 장르 영화감독이라고 규정하며 영화를 다채롭게 즐겨줄 관객들의 반응을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 계급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설국열차’와 유사함이 있다.

“이 영화는 ‘설국열차’ 후반 작업 때 스토리를 떠올렸다. 계급이라는 테마에 내 머리가 지배돼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의 성격이 워낙 다르다. ‘설국열차’는 SF의 틀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결말에서는 아예 밖으로 나가 버린다. 빈자와 부자의 계급의 대립을 하다가 옆의 문을 열고 나가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기생충’은 좀 더 현실적인 슬픔을 직시하는 느낌이 있다.”

▲ ‘봉테일’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불안 증세와 강박 증세가 심하다. 다행히 직업이 감독이다 보니 이런 성격이 ‘봉테일’이라는 수식어를 받게 한 거다. 불안함에 콘티를 자세하게 그리고 그려 놓으면 그거대로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픔을 영화 메이킹적으로 투자시켜 버리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는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는지 의아해 하시더라. 약을 먹으라고 하신다. 약을 먹으면 머리가 멍해진다. 시나리오를 쓸 때 예민해야 하는데 그게 무뎌질까봐 그 두려움 때문에 먹으라고 해도 약을 못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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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봉준호에게 송강호란 어떤 의미인가?


“송강호는 인간 알약이다. 그를 보면 내 마음이 안정이 된다. 저 사람과 함께라면 모든 걸 찍을 수 있을 것 같고, 나를 지지해줄 것 같다. 그 관계가 ‘살인의 추억’ 때부터 형성이 된 것 같다. ‘플란다스의 개’ 대참사를 경험한 뒤 송강호와 논두렁을 건너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 있을 것 같아 정신적으로 의지를 했다. 여전히 그런 느낌이다.”

▲ ‘기생충’ 속 부자는 젠틀하고, 어떻게 보면 기택 가족보다 의도가 선하다.

“미묘한 결이 있는 부자를 묘사하고 싶더라. 부자라고 하면 탐욕스럽고 기름기가 좔좔 흐르거나 노골적인 갑질을 하는 것으로 많이 표현된다. 사실 현실적으로는 더 복잡 미묘하지 않나. 이선균, 조여정 씨라면 그런 걸 잘 표현을 해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캐스팅을 한 것이기도 했다. 신흥 부자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취향도 있고, 세련됐지만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기면 속에는 또 전통적인 모습이 없지는 않다. 그런 미묘한 레이어드를 보여주고 싶었다.”

▲ ‘기생충’을 본 주변 반응은 어떤가?

“요즘 겁이 나서 인터넷을 잘 못한다. 대신 지인들이 보내주는 문자들이 있다. 유난히 문자들이 길다. 울었다는 분들이 많고, 여운이 오래 간다는 공통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자상을 입은 것 같은 느낌도 있다고 하시더라. 내 입장에서는 ‘정서적인 강도가 센 편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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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실제로는 중산층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경험하지 않은 가난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경험하지 않은 것을 표현하는 것이 창작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우리 아버지는 미대 교수님이니까 나는 교수의 아들이다. 기택의 집과 박 사장 집의 중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순탄하게 자란 것이다. 친구나 친척 중에 가난한 사람도 있고, 누구나 다 그렇다. 내가 보고 느끼고 상상한 영역들이 내 경험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 실제 경험담이 녹아있는 장면이 있나?

“작은 예를 들자면 최우식이 극 중 초반에 처음 집에 들어갈 때의 느낌은 내 경험이 포함이 돼있다. 부잣집 과외를 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을 살렸다. 복층 빌라였고, 정말 부자였다. 2층에 사우나가 있었는데 과외 받는 학생이 그걸 보여줬다. 90년대 초인데 내 딴에는 충격을 받은 거다. 그게 우리 영화에도 나온다. 처음 그 집에 들어갈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 ‘기생충’이 예술 영화에 가까울 수 있다는 걱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내 자신이 장르 영화감독이라는 생각을 한다. 장르의 아름다움을 항상 찬양하려고 한다. 물론 약간 이상한 장르를 만든다. 물론 그런 것을 저울질해서 만들지는 않는다. 아트하우스 영화를 만들거나 장르 영화의 하이브리드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도 하던 대로 한 것 뿐이다. 하지만 관객 분들은 체험적, 경험적으로 칸 영화제 수상 감독은 까다롭고 난해하다는 생각을 하시기도 한다. ‘펄프픽션’이나 ‘피아노’ 같은 경우는 칸에서 상을 받았지만 대중적인 면이 있었다. ‘기생충’도 나중에 그런 영화들과 함께 분류가 될 것 같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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