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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뷰] ‘나랏말싸미’ 한글을 만든 자들의 번뇌
뉴스| 2019-07-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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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 함상범 기자] 한글은 위대한 문자로 불린다. 자음 19개, 모음 21개로 모든 표현을 구현할 수 있는 한글이 창제된지 1000년이 지났다. 재밌게도 이 위대한 문자의 탄생 과정은 설왕설래가 많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한글창제와 관련된 여러 가설 중 가장 실제와 근접한 가설을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나랏말싸미’ 언론시사회에는 조철현 감독과 배우 송강호, 박해일이 참석했다.

이 영화는 문자와 한자를 권력으로 사용한 사대부 신하들의 모진 반대에도 불구하고 애민정신으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심정과 과정이 담긴 작품이다. 역사에 기록된 신미 스님을 중심으로 한글이 창제됐다고 가정하고 만든 영화다. 송강호가 세종대왕을, 박해일이 신미 스님을 맡았고, 고인이 된 전미선이 소헌왕후로 나온다.

이 작품은 송강호가 세종대왕으로 나온다. 앞서 영화 ‘사도’에서 영조대왕을 연기한 그는 또 한 번 조선의 굵직한 왕으로 대중과 만난다. 송강호는 이미 미디어에서 숱하게 조명한 세종대왕을 새롭게 표현하는데 가장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세종을 만나보지도 못했고, 미지의 오래된 조상이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많은 대중의 마음 속에 남은 세종의 이미지를 깨트리고 창조하려고 했다. 거기서 설득력을 넣어 위대한 성군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신미 스님을 연기한다. 역사서에 짧게나마 기록된 실제한 인물이다. 강직한 성품을 갖고 있으며, 원대한 꿈도 꾸는 인물이다. 왕 앞에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는 “신미는 저도 감독님을 통해서 시나리오 받으면서 알게 된 실존했던 인물이다.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 관객들이 낯설게 여길 캐릭터”라며 “이 영화의 시대가 백성을 억압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신분이 가장 높은 세종과 만나는 과정을 어떻게 그릴지 생각하며 다가갔다”고 말했다.

사극이 개봉하면 팩트와 허구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있기 마련이다. 이 영화 역시 다양한 가설이 많아 고증이 철두철미 해야만 했던 작품이다. 조철현 감독은 “사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운 게 있다면, 아무리 아는 게 많다고 하더라도 ‘진짜로 이게 맞을까?’라고 의심하는 통찰력을 이 영화를 통해 특히 배운 거 같다"면서 “그래서 저는 영화의 오프닝 부분에 훈민정음 창제 중 하나의 과정일 수 있다는 자막을 넣었다. 감독으로서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이지만 역사 앞에서 누구나 겸허해야한다는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한글창제라는 위대한 업적 앞에 선 세종과 소헌왕후, 신미의 고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대부들의 반대 속에서 백성들이 지식을 갖고 권력을 나눠갖길 바라는 세종의 마음과 쉬운 문자로 많은 백성이 부처의 진리를 깨닫길 바라는 신미, 세종과 신미의 선한 욕망이 이뤄지길 바라는 소헌왕후의 마음이 포인트다.

송강호는 “훈민정음, 우리말을 만든 세종대왕의 업적이 있는데 지금까지 그 과정에서의 고뇌, 군주로서의 외로움은 ‘나랏말싸미’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 영화의 홍보가 진행되던 지난 6월 29일 소헌왕후 역을 맡은 전미선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날 참석한 세 사람은 고인을 추억하고 애도했다.

박해일은 “촬영할 때 기억이 생생하다. 각자 배우들이 치열하게 준비해 촬영을 마친 후 서로의 경험담에 대한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게 불과 얼마 전이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서 너무 안타깝지만 개인적으로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애도했다.

한편 이 영화는 오는 24일 개봉된다. 제작진은 전미선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GV와 쇼케이스, 인터뷰 등 각종 홍보를 최소화할 예정이다. 영화 말미 크레딧에는 “아름다운 배우, 고 전미선님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로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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