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뷰] ‘사각 생각 삼각’, 각자의 시선으로 만드는 이야기
뉴스| 2019-10-2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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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사각형, 삼각형, 원과 같은 프레임은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주는 좋은 창구다. 복수의 사람이 하나의 창문 밖 풍경을 내다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사각 프레임의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면 우리는 ‘그림 같은 풍경’이라고 감탄한다. 이 풍경은 프레임에서 조금 떨어지거나, 각도를 달리 하면 기존에 봤던 것과는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강서경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된 ‘사각 생각 삼각’은 그런 면에서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작가가 만들어 낸 조각, 회화 등 여러 종류의 작품들은 전시장 안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서 있고, 관객은 작품들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감상을 이어간다. 작은 단위의 오브제들이 모여 작품이 되고, 그 작품들이 다시 모여 하나의 풍경을 연출한다. 그리고 작품을 보는 관객 역시 또 다른 관객의 풍경이 된다.

작가는 여기에 ‘전통’을 덧댔다. 대부분의 작품은 쌓고, 감고, 엮는 과정을 거쳤다. 조각을 이루는 오브제들은 여러 가지 색의 실이나 직물로 꼼꼼히 감겨져 있다. 차갑고 딱딱한 오브제는, 이런 수고로운 과정을 거쳐 따뜻하고 푹신한 질감의 표면을 가지게 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왕골을 촘촘히 엮어서 만든 화문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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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화문석은 조선시대 궁중무용인 ‘춘앵무’에서도 볼 수 있다. 춘앵무를 공연할 때 한 명의 무용수는 화문석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서만 춤을 춘다. 언뜻 이 좁고 작은 크기의 자리는 무용수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속박하고 억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자신만의 ‘자리’ 위에서 무용수는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각 생각 삼각’은 총 두 가지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어린이갤러리1 공간에는 풍류와 쉼의 공간인 포석정을 콘셉트로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면서 강서경의 작품과 만날 수 있다. 연작 ‘정’ ‘자리’ ‘둥근 무게’ 등이 전시장 곳곳에 설치되었다. 삼각형, 사각형, 원과 같은 기본 도형에 집중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갤러리2는 체험 공간으로 마련됐다. 영상 ‘검은자리 꾀꼬리-움직임’을 보면서 안무가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따라해 본다. 영상 속 움직임을 기록한 그림을 참고하여 책상 위에 나만의 움직임은 그려볼 수 있도록 했다.

작가는 ‘사각’이라는 형태를 통해 자신이 이해하는 전통과 그가 서 있는 현재에 대해 미술의 언어로 ‘생각’했다. 작가는 전시장에 마련된 ‘삼각’의 무대 위에서 모든 사람이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사각 생각 삼각’은 ‘전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끔 하고, 지금 자신이 서서 바라보는 것들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도록 돕는 셈이다.

한편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중견 작가를 초청해 현대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어린이 전시를 개최해 왔다. 이번 강서경 작가의 ‘사각 생각 삼각’은 열 세 번째 전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와 작품에 대한 어린이의 이해를 돕는 워크북과 동화책 형식의 도록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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