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모는 안익수 감독 체재에서부터 줄곧 신뢰를 받아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전주)=정종훈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지난 20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라아 2017 개막전 A조 기니와의 첫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다득점도 인상 깊었지만, 매 평가전 불안했던 수비라인의 무실점이 더 반가웠다.
이상민(19 숭실대)-정태욱(20 아주대) 중앙 수비수 콤비도 뛰어났지만, 바로 앞에서 이승모(19 포항스틸러스)가 묵묵히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이날 신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평소와 같은 역삼각형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공격적으로 나가겠다는 신태용 감독의 의도였다. 이상헌(19 울산현대)?이진현(20 성균관대)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고 이승모가 그 뒤를 받쳤다.
대회 전부터 신 감독은 평가전을 통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김승우(19 연세대)와 이승모를 실험했다. 조별예선 1차전 선택은 이승모였다. 경기 내내 중원에서 다부진 플레이를 보여주며 1차 저지선 역할을 잘 수행했으며, 때로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기도 했다.
경기 초반 경기장을 꽉 찬 관중의 함성 때문인지 팀 전체가 다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기니의 화려한 드리블 돌파에 수비가 잠시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선제골이 터지자 이승모를 비롯한 한국 선수단이 조금씩 본인의 플레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승모는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첫 경기를 하는 까닭에 경기 초반에는 긴장 때문에 (경기가)잘 풀리지 않았어요. 골 들어간 뒤부터 긴장이 조금씩 풀렸어요. 저희가 준비한 것을 조금씩 잘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오늘 경기 만족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승모는 수비형 미드필더뿐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나설 수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자신감 있는 플레이 뒤에 부담감도 있었을 터. 수비형 미드필더가 한 명이 포백을 혼자 보호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다소 팀의 무게 중심이 앞에 쳐져 있는 가운데 이승모는 안정적으로 공수 조율에 힘썼다. 이승모는 “감독님께서 수비하라고 개인적으로 부담을 주시지는 않아요. 저도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지만, 형들이 수비하라고 강요해요(웃음). 형들이 잘 받쳐줘서 무실점으로 막은 것 같네요”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러한 좋은 플레이에도 이승모에게는 ‘피지컬’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 다녔다. 180중반의 큰 신장에 비해 다소 마른 체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시종일관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며 공 소유권을 되찾았다.
이승모는 몸싸움에 자신 있다고 밝혔다. “주변에서 (피지컬이 약하다고)그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부딪치는 거에 자신 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웃음). 물론 몸을 더 키워야 하지만 월드컵 때 왜소하지만 더 부딪치고 이기려는 마음을 먹고 할 테니까 믿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이승모는 몸싸움에도 크게 밀리지 않았고, 먼저 생각하는 영리함으로 상대 공격을 미리 차단했다.
한국은 오는 23일 조별예선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아르헨티나는 1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뜯어보면 경기 결과를 제외하곤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에 앞섰다. 신태용 감독도 “경기 내용은 아르헨티나가 낫다”고 평했다. 아르헨티나는 시종일관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높여가며 상대를 위협하는 장면을 수차례 만들었다.
이승모도 방심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내비치면서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아르헨티나가 많이 억울해 보이던데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아르헨티나가 슈팅을 잘 못 때리더라고요. 대부분 수비 정면으로 가던데요? (아르헨티나가)잘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충분히)이길 수 있어요. 내일 회복 잘해서 감독님이 내주시는 전술적인 부분에 맞춰 아르헨티나를 상대해야죠”라고 덧붙였다.
“신태용호의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에 이승모도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실전에 강했다. 무실점 승리인지라 이승모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근육 경련으로 다소 지칠 법했지만 이날 경기장을 떠나는 발걸음은 왠지 평소보다 더 가벼워 보였다.
별예선 2차전 아르헨티나전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발걸음이 가볍다. [사진=대한축구협회]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