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표정의 과르디올라 감독. 사진=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
이날 양 팀은 1차전과 똑같은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다소 차이가 있었다. 바르샤는 MSN라인을 중심으로 기존의 포메이션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면 뮌헨의 경우 선수들의 위치지정을 부분적으로 수정했다. 핵심은 중원조합이었다. 지난 1차전에서 뮌헨은 알론소-람-슈바인슈타이거로 이어지는 미드필더 라인이 바르샤에게 압도당하면서 대패를 맛봐야 했다. 비슷한 유형의 세 선수이다 보니 위치가 겹치기도 했고 상대 미드필더를 흔들어 줄 선수가 없었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변형 4-4-2였다. 기존의 레반도프스키에 토마스 뮐러를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위치시키면서 한층 공격력을 강화했다. 그리고 중앙에는 슈바인슈타이거와 사비 알론소를 세우고 양쪽 측면에는 티아고 알칸타라와 필립 람을 배치했다. 클래식한 4-4-2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알칸타라가 중앙으로 많이 밀집해 들어오고 필립 람은 측면 플레이를 주로 펼치는 변칙전술에 가까웠다.
효과는 강했다. 90분 내내 제 활약을 하지 못했던 1차전과 달리 뮌헨은 주도권을 잡으며 경기를 리드했다. 답답했던 중원이 트이자 모든 선수들이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선취점도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베나티아가 헤딩골로 득점에 성공했다. 바르샤를 상대로 4골차 이상의 승리는 불가능에 가까운 스코어지만 뮌헨이기 때문에 기대는 점점 커져갔다.
기대도 잠시 잘 하던 뮌헨은 결정적인 두 번의 찬스를 헌납하면서 생각보다 일찍 결승진출에 대한 희망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MSN라인을 막지 못한 것이 화두였다. 전반 14분 패널티박스 오른쪽으로 침투하던 수아레즈에게 메시가 정확한 스루패스를 찔러줬고, 수아레즈는 노이어와의 1대1 상황을 자신이 직접 해결하지 않고 네이마르에게 어시스트를 내줬다. 패널티박스 안 쪽에서 메시를 자유롭게 내버려 둔 것과 수아레즈의 침투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점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전반 29분에는 네이마르에게 추가골까지 헌납했다. 결승진출은 사실상 물거품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날 좋은 활약을 보여준 토마스 뮐러. 사진=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
일방적인 페이스를 가져가던 뮌헨은 결국 동점골과 역전골까지 터트렸다. 후반 14분 레반도프스키가 마스체라노를 앞에 두고 환상적인 스탭을 보여주며 득점에 성공했고, 후반 28분에는 토마스 뮐러가 슈바인슈타이거의 패스를 받아 멋진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두 장면 모두 헐거워진 바르샤의 중원을 연계 플레이를 통해 잘 뚫어낸 교과서적인 공격 장면이었다.
드디어 바르샤를 공략법을 찾았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었다. 이미 1차전에서 3실점을 했고 이날 전반전에서도 2골을 실점했기 때문에 총 6골이 필요했던 뮌헨이었다. 아무리 좋은 컨디션으로 바르샤를 잘 공략한 뮌헨이라 할지라도 6골을 기록하는 것은 힘들었다. 만약에 전반부터 MSN라인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면 기적 같은 드라마가 쓰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3-2로 승리에도 불구하고 뮌헨은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2년 연속 4강에서, 그것도 프리메라리가 팀에게 밀려 탈락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리베리, 로벤, 알라바 등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최근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바르샤 전 승리는 고무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승행 좌절에 대한 위안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늦게 깨달은 승리 방정식이 아쉬움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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