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골프시즌이 끝났다. 여자골프는 LPGA 15승을 올리며 한류 강세를 이어갔다. 특히 박성현은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신인상을 휩쓸며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은 변함없이 여자골프의 최강국이다.
국내 골프 미디어는 여자선수들의 업적들을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PGA에서 활동 중인 남자선수들의 성적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PGA의 경우 우승은 김시우의 1승(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전부였다. 그러나 PGA 1승은 LPGA 10승 이상의 높은 가치를 가진다. 일부에서 10배는 심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상금규모, 인기, 미디어의 관심 등을 종합하면 결코 과하다고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한국 남자골프도 그렇게 섭섭한 성적은 아니었다.
# 미국에 활동 중인 한국 남녀선수들 비교(상금순위와 상금)
LPGA 상금 1위 박성현은 PGA로 치면 40위권이다. 스폰서 금액까지 합치면 그 격차는 더 커진다. 전체적으로 PGA의 규모는 LPGA의 10배 이상이다.
한국은 여자골프의 최강국이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큰 판이 벌어지고 있는데 작은 판을 휩쓸었다고 만족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큰물에서 경쟁할 남자선수를 발굴해서 원정을 보내야 한다.
골프와 축구
축구의 최고 영예는 월드컵 우승이다. 그런데 여자축구에도 월드컵이 있다. 어떤 나라가 여자 축구의 월드컵을 연속 제패한다고 해서 축구의 최강국이 되지는 못한다. 여자축구의 최강일 뿐이다. 전 세계의 축구팬들이 남자 축구에 더 열광하기 때문이다. 많은 축구팬들이 여자 월드컵의 우승보다 남자월드컵의 8강 진출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골프팬들은 주로 남자골프를 바라본다. ‘우리의 영웅’ 박성현의 이름은 국제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지 않다.
왜 남자골프인가?
세계적으로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골프의 팬이다. 유독 한국에서만 여자골프의 팬들이 더 많다. 한국에서는 어느 선수가 우승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골수 골프팬이라면 어떤 선수가 상상하기 힘든 멋진 샷을 치느냐가 더 중요하다. 국적과 상관 없이 그 샷이 멋지다면 그 선수의 팬이 된다. 그래서 영어로 읽기가 그렇게 어려운 노승열(Seung-Yul Noh)의 이름을 똑똑히 발음하며 따라다니는 미국 팬이 생기는 것이다.
남자, 여자를 구분하지 않고 퀄리티 샷을 찾아다니는 골프팬이라면 여자골프에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힘과 기술에서 남자와 여자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의 대결을 제안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맞상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여자선수들은 모두 알고 있다.
201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시우.
한국 골프의 과제
우리나라가 여자 골프 최강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우리 골프팬들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환경이 좋지 않은 까닭에 남자골퍼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도와야 한다. 골프에서 남녀의 균형 발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자골프와 굳이 비교하며 남자골프의 사기를 꺾는 것은 옳지 않다. 남자골프의 경쟁은 전 세계가 참여하는 무한경쟁이므로, 몇 나라가 제한된 경쟁을 하는 여자골프와는 사정이 다르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는 남자골프의 강국이다. 미국, 영국, 호주, 남아공 다음으로 한국이다. 큰 성취를 이룬 한국 여자골프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더 많은 골프 팬들이 남자골프를 응원해주기 바란다.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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