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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철 프로 "제주도의 골프 레슨 프로 생활이 행복"
뉴스| 2022-08-0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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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철 프로가 제주도 청남 골프연습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제주도에서 골프 교습가로 사는 지금이 인생 최고의 전성기입니다.”

지난해 말 미국지도자골프연맹(USGTF)-KOREA의 2021년 10대 골프 지도자로 선정된 박현철(66) 프로는 골프를 가르치면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 부산에서 삼십년 가까이 기자로 살다가 육십이 넘어 제주도로 와서 골프 연습장을 성장시키는 요즘 살맛이 난다는 것이다.

박 프로가 처음 골프를 접한 건 부산매일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던 1985년이었다. 외항선의 통신장이던 친구가 외국을 자주 다니면서 골프채를 수집했었다. 언젠가 집으로 놀러갔더니 골프채가 10세트 이상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골프채 한 세트를 선물 받았다.

당시는 골프하는 사람 자체가 적고 골프 연습장도 찾기 힘든 시절이었다. 당시 부산 인근에는 골프 연습장이 거의 없었고, 골프장도 통도 컨트리클럽, 동래골프장 정도였다. 골프채를 간직하고 있다가 마침내 첫 라운드를 한 건 3년 뒤인 1988년이었다. 이후 골프에 재미가 붙어 연습을 늘려나갔다.

통도컨트리클럽에서 배구선수 출신 고정수 KLPGA 프로에게 2년 정도 레슨을 받았다. 고 프로는 ‘처음부터 18홀 라운드를 하지 말고 3홀, 6홀, 9홀씩 필드의 감각을 서서히 키워라’면서 경험을 강조했다.

골프 실력이 늘면서 주변에 소문이 나자 편집국장도 ‘몸도 좋은데 은퇴 이후에 골프 코치도 괜찮으니 자격증을 따라’고 권유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내 3급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했고 여러 방면으로 다른 자격증을 따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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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연습장에서 교습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박 프로.


하지만 프로 테스트는 의외로 고전이었다. 골프 룰에 맞춰 쳐야 하고 컨시드 없이 홀아웃하고 스코어를 마킹해야 하며 심판이 있는 터라 평소 실력이 나오지 못해 몇 번을 떨어졌다. 실망하던 차에 부산컨트리클럽 이사장을 했던 분이 ‘다른 자격증이 하나 있으니 따보라’고 권유해서 응모한 게 USGTF였다. 동부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에서 2002년에 응모했는데 바로 합격했다.

마침 그해에 부산매일신문이 폐업하면서 28년여의 기자 생활을 접고 골프장 운영회사인 아난티에 합류해 남해 힐튼과 금강산아난티 조성사업에 참여했다. 7년간 기획부장으로 근무한 뒤로는 포항의 골프장 건설사에서 다시 3년간 전무로 근무하면서 인허가 관련 일을 했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골프 레슨을 시작했는데 부산의 30타석 드라이빙 레인지인 승경골프연습장에서 일했다. 5년간 근무하던 그는 나이 육십을 넘기면서 2016년 9월에 제주도로 이주했다. 처음엔 교습 일을 접고 은퇴 후 여생을 보내려 왔는데 지인을 통해 서귀포 한남리의 청남골프연습장을 소개받고는 새로운 열정이 타올랐다.

길이 180미터에 타석 16개가 있는 연습장으로 2002년에 조성된 시설이었다. 잔디가 깔린 단층의 시설은 제법 낡았지만 마음에 들었고 해볼만 하다고 느꼈다. 당시 회원들이 60~70명이었고, 프로는 자주 바뀌었다고 들었다. 제주도 동남쪽 다소 외딴 곳에 있어 돈벌이가 안되니 프로도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표에게 ‘내가 연습장을 살려놓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박 프로는 연습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친절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레슨을 잘 하면 고객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믿었다. 그 신념으로 일한 지 1년 만에 회원이 두 배인 150명으로 늘었다. 지금은 거기서 다시 2배가 늘어난 300~400명대다. “연습장을 내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청소부터 모든 것들을 도맡아 했습니다. 공 씻는 기계를 사고 타석 청소도 자주했지요.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손님이 오면 먼저 인사를 하고 다가갔습니다.”

박 프로의 성공 비결은 다양한 준비와 성실함에 있다. 새벽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꼬박 연습장을 지킨 적도 부지기수다. 레슨만 하는 게 아니라 골프 룰까지 공부해서 언제나 고객들의 질문에 답할 준비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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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프로는 제주도에서의 레슨 생활이 자신의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필드 라운드중에도 룰을 물어옵니다. 그걸 바로 바로 답하기 위해서는 골프 룰을 잘 알고 있어야 하지요.” 지난 2017년과 18년에는 겨울방학 기간에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을 봉사해주기도 했다. 1주일에 8시간 정도 시간 내서 가르친 것이다. 그런 일들이 전달되었는지 10대 지도자로 선정됐다는 얘기를 듣고는 기뻤다.

박 프로의 레슨을 받기위해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려와 일주일간 전지 훈련을 받은 고객도 있었다. 지금도 육지 손님이 이용객의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가르치다보면 별별 사람을 다 만난다. 하지만 그중에도 기억에 많이 남는 이들는 몸치 골퍼들이다.

“제주도에서는 한 5명 정도 만났는데 어떤 분은 레슨 중에 되려 저를 가르치려 합디다. 그렇게 우여곡절 승강이를 벌이다가 6개월이 지나면서 서서히 좋아졌고 이제는 실력이 월등히 나아졌지요. 스윙 폼도 좋아지고요. 그럴 때면 가르친 보람을 느끼죠. 오랜 회원들은 ‘다 쓰러져가는 골프연습장을 박 프로가 살려놨다’고 합니다. 내가 지난 6년 동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 프로는 제주도에서만 600명 정도를 가르쳤고 모두 합치면 1천명은 족히 넘었다. 그렇게 점점 연습장이 발전하고 제자의 실력이 느는 걸 보는 게 일상의 만족이다. “오는 10월에는 박프로타이틀을 걸고 대회를 열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리고 좀더 나아가서는 이름을 단 박현철아카데미를 열고 싶은 게 꿈입니다.”

그는 요즘이 최고 행복하다고 했다. 좋아하는 골프를 여전히 하고 있고, 가르치고 있으니 말이다. 생애 최저타 스코어 기록은 6언더파인데 에이지슈터가 개인적인 골프의 목표라고 했다. 자신 나이만큼의 스코어를 기록하려면 건강을 유지하면서도 골프를 놓지 말아야 한다. 골프 레슨에 진심이고, 골프를 즐기는 지금과 같은 나날이 이어지는 한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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