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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투어 전문 캐디들이 꼽은 인기선수는? 방신실과 황유민
뉴스| 2023-10-1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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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신실이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2라운드 도중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K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익산)=이강래 기자] 지난 8월 강원도 춘천의 제이드팰리스 골프장에서 열린 한화 클래식 1라운드. 우승후보 이예원(KB금융그룹)은 캐디로 인해 2벌타를 받았다. 퍼트를 할 때 캐디가 우산을 씌워준 게 문제가 됐다. 이예원은 우승을 차지한 김수지(동부건설)에 3타 뒤진 채 아타야 티티쿤(태국)과 함께 공동 준우승을 거뒀다.

결과적으로 벌타가 없었다면 이예원은 우승할 수도 있었다. 예민한 성격의 선수였다면 캐디를 해고할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예원은 지금도 그 캐디와 함께 하고 있으며 슬기롭게 마음을 다스린 결과 지난 주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서 시즌 3승째를 거두며 대세로 떠올랐다.

전문 캐디는 단순하게 골프백을 이동시켜주는 포터가 아니다. 로프 안에서 선수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동반자로 클럽 선택은 물론 코스 공략을 함께 하고 심리 경호까지 한다.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동업자인 것이다.

K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전문 캐디는 어느덧 80여명에 달한다. 투어의 상금 규모가 커지고 대회수가 늘어나면서 과거 골프 대디나 하우스 캐디(골프장 캐디)가 하던 역할을 전문 캐디들이 전담하고 있다. 캐디들의 단톡방에서 올해 가장 많이 회자된 건 이예원의 벌타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캐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수는 누구일까? 방신실(KB금융그룹)이다. 멀리 치고 숏게임도 좋아 캐디로 선택된다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지금은 아버지가 방신실의 백을 매고 있는데 언젠가는 캐디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고 많은 캐디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선두에 나선 황유민(롯데)도 인기다. 성격 좋고 화끈하게 잘 치기 때문이다.

방신실이나 황유민의 예에서 보듯이 전문 캐디들이 선수를 선택하는 기준은 성장 가능성이 첫 번째다. 그 다음이 보수, 마지막이 선수와 부모의 인성이다. 캐디들은 시즌이 끝나면 80% 정도가 자리이동을 한다. 성적이 좋은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비율은 절반 정도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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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좋고 화끈하게 공을 잘 쳐 전문 캐디들에게 인기가 높은 황유민. [사진=KLPGA]


13일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전북 익산의 익산컨트리클럽에서 만난 서정우 캐디는 1세대 전문 캐디다. 역도선수 출신으로 KPGA 프로테스트를 준비하다 전문 캐디의 길로 들어선 서 캐디는 올해로 21년째 KLPGA투어에서 백을 매고 있다. 루키 김민별의 캐디로 활동중인 서 캐디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시즌 중엔 바쁜 일정으로 인해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말했다.

유능한 전문 캐디 30여명은 고정적인 연봉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다. 평균 5~6천 만원의 연봉에 컷 통과시 상금의 5%, 20~30위에 들 때 상금의 5~7%,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들 때 상금의 7~10%를 받는다. 대회당 40~50만원의 경비를 써야 해 한 시즌당 평균 1500만원 정도 지출하는데 경비를 아끼기 위해 가까운 캐디끼리 숙소를 함께 쓴다.

요즘은 KLPGA투어의 인기가 높고 전 경기가 생중계되기 때문에 캐디를 활용한 홍보마케팅도 활발하다. KB금융그룹이나 보이스캐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에서 캐디에게 자사 로고가 박힌 모자를 써주는 대가로 연간 6백~1천 만원 정도를 준다. 이런 보너스에 가까운 수입은 톱랭커들의 캐디에게 제공되기에 이래저래 선수를 잘 보좌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전문 캐디는 오프 시즌엔 체력훈련도 열심히 해야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 수영 등으로 체력을 키운다. 연간 대회수가 30개 이상인데다 산악지형에 조성된 골프장이 많고 4일짜리 경기가 늘어 이를 버텨낼 체력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 골프를 하기에 경기가 없는 오프 시즌엔 해외로 골프투어를 나가는 캐디가 많다. 캐디들도 골프를 쳐야 시합 때 확신을 갖고 선수들에게 조언할 수 있다. 또 선수들의 심리상태에 공감하기 위해서도 골프를 쳐야 한다는 게 대다수 캐디들의 생각이다.

캐디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은 동영상을 촬영하는 갤러리들이다. 스윙에 들어가기 직전에 휴대폰에서 나오는 ‘팅팅’ 소리는 선수들의 흐름을 끊는다. 너무 많은 갤러리가 동영상 촬영을 하기에 미리 선수에게 “그러려니 하고 쳐라”라고 조언하는 캐디들이 대부분이다.

제일 힘든 경우는 성적이 안날 때다. 특히 웨지 잡고 보기를 할 경우엔 선수들의 짜증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캐디 만이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줄 수 있고 그래서 더 힘들다고 한다. 돈받고 하는 일인데다 로프 안에서 선수를 합법적으로 도울 수 있는 건 캐디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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