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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의 런던풋!ball] 'GPS에 빈봉투 심리전까지' EPL 감독들의 훈련방법
뉴스| 2014-11-11 07:00
들어가며 - 사우샘프턴 복습
사우샘프턴이 EPL 2위(8승1무2패,25승점)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여름 12명의 선수를 내보내고 감독까지 떠난 사우샘프턴이 로날드 쿠만 감독의 지휘 아래 EPL에서 기대 이상의 호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유소년 선수들이 그 뒤를 잘 받치고 있어 사우샘프턴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사우샘프턴 유소년 아카데미는 영국 최고로 꼽힌다. 지난 칼럼(8월 5일자 ‘영국판 라마시아’ 사우샘프턴 아카데미를 주목하라)에서도 소개한 ‘영국판 라마시아(La Masia)’가 바로 사우샘프턴 유소년 아카데미이다. 많은 인재들을 지닌 사우샘프턴이 이번 시즌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새로운 훈련 환경과 새로운 훈련 방식 때문일 것이다.

최근 사우샘프턴은 최첨단 훈련장으로 옮겼다. 유소년 선수들과 성인팀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이 훈련장은 축구 피치가 무려 12개가 된다. 더 놀라운 것은 이 12개의 피치가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피치와 똑같이 제작됐다는 점이다. 아스날의 잔디는 2,000만 대의 인공 유리 섬유가 들어가 있는데 사우샘프턴은 12개의 피치 중 하나를 이와 똑같이 제작했다. 아스날과의 원정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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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샘프턴 아카데미 안에 있는 사우샘프턴의 새로운 훈련장. 사진=사우샘프턴 웹사이트


인기만점 쿠만 감독(사우샘프턴)
사우샘프턴이 잘 나가는 또 다른 이유를 최근 미드필더 제임스 워드 프라우즈가 단적으로 말해줬다. 그는 “모든 사우샘프턴 선수들이 쿠만 감독의 훈련방법을 높이 평가한다”라고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그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감독의 훈련 방법과 비교를 해서 눈길을 끌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압박을 중요시하게 여겨 늦은 오후까지 체력훈련을 실시하며 선수들을 지치게 했다고 꼬집었다. 그와 반대로 쿠만 감독의 훈련방법은 한층 간결하고 짜임새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선수들을 지치지 않게 하기에 매번 훈련이 즐겁다고 말했다.

'무조건 훈련' 포체티노 감독(토튼햄)
포체티노 현 토튼햄 감독은 지금도 훈련량이 엄청나기로 소문 나 있다. 이번 프리시즌 (Pre-season) 때 그는 하루에 무려 3번씩 훈련하며 선수들을 괴롭혔다.

그는 에스파뇰 (Espanyol FC) 감독 시절 훈련 때 각 선수에게 GPS 위치추적 장치를 달아 각 선수가 훈련 때 어떻게, 얼마만큼 움직이는지 파악했다고 한다. 에스파뇰 선수들이 농담을 섞어 “포체티노 감독을 죽이고 싶다”고 할 정도니 그의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 대충 짐작이 간다.

포체티노는 과도한 훈련량뿐 아니라 특이한 훈련으로도 잘 알려졌다. 사우샘프턴 시절 그는 선수들의 정신력을 키우기 위해 불타는 석탄 위를 걷게 하기도 했다.

9일(현지시간) 스토크시티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할 때 토튼햄 선수들은 압박을 거의 하지 않으며 스토크에 비해 활동량이 현저히 떨어졌다.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력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감독은 항상 선수들이 강한 압박을 가하기를 원하지만, 그의 뜻을 따르지 못한 선수들은 과도한 훈련량 때문에 벌써 지친 것이 아닐까 의문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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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나가 사우샘프턴에서 뛰던 시절 석탄 위를 걷고 있다. 사진=사우샘프턴 웹사이트


맨유를 망친 모예스 감독의 강훈
훈련방법 때문에 비판받은 감독은 포체티노 감독뿐만이 아니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도 맨체스터 유나이트 감독일 때 과도한 훈련량으로 선수들과 많은 전문가들한테 비판 받았다. 모예스 감독은 선수 개개인 특성에 맞춰 훈련량을 조절한 것이 아니라 과도한 훈련량을 모든 선수들이 소화시키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특수한 훈련량이 필요한 판 페르시 같은 선수들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이런 불만들이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그리고 모예스는 쫓겨났다.

로저스(현 리버풀)과 퍼거슨(전 맨유)
리버풀의 브랜든 로저스 감독은 자신이 15년 동안 축적해온 180쪽짜리 비밀 축구파일을 토대로 클럽을 섬세하게 다루기로 유명하다. 지난 칼럼(9월 5일, 리버풀에는 180쪽짜리 축구파일이 있다)에서 소개했듯이 로저스 감독은 홈구장인 안필드의 골네트를 원래의 색깔인 빨간색으로 바꿨고, 1974년부터 1998년까지 25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 걸려 있던 ‘여기가 안필드이다(This is Anfield)’ 사인보드도 원상 복구했다.

여기에 리버풀의 공식응원가(You’ll Never Walk Alone)도 양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할 때부터 틀기로 해 선수들의 사기를 높였다. 그의 섬세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패스가 더 빨리 이뤄지고, 역습축구가 더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안필드 경기장의 잔디는 물론 훈련장 멜우드의 잔디까지 다 새로 깔았다.

로저스 감독은 선수들을 다룰 때도 특이한 방법으로 선수들을 자극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스 수아레즈가 자서전에서 언급했듯이 로저스 감독은 부임 후 선수들을 다 모아놓고 3개의 봉투를 보여줬다. 그리고 세 봉투 안에는 "올해 우리를 실망시킬 세 선수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그 중 하나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라며 선수들을 자극했다.

수아레즈의 자서전에도 자세히 나오듯 리버풀 선수들은 관연 봉투에 어떤 이름이 적혔을까 궁금해하며 서로를 지목하고 놀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 시즌이 끝난 후 로저스 감독은 그 봉투를 공개하지 않았고, 그제서야 선수들은 로저스 감독이 심리전을 펼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방법을 쓴 퍼거슨 감독도 그의 자서전에서 자신이 썼던 그 봉투들은 비어 있었다고 고백했다. 수아레즈는 자서전을 통해 그 시즌 선수들은 그 봉투를 생각하며 더욱 더 열심히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저스가 부임한 첫 시즌 리버풀은 EPL 7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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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 감독의 세 개의 봉투. 사진=리버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캡처


각기 다른 방식으로 팀을 이끌어 나가는 EPL의 감독들. 그들이 어떻게 선수들을 다루느냐가 팀의 성공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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