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여자골프의 추성훈' 노무라 하루 한화 골프단과 계약
뉴스| 2015-01-10 06:40
국내 최대 규모의 여자 골프단인 팀 한화(이하 한화골프단)가 일본 국적의 미LPGA 선수를 영입했다.

한화 골프단은 10일 “2014시즌 미LPGA에서 톱10 2회에 상금랭킹 47위를 기록한 노무라 하루(23)와 계약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KLPGA 최고상금 대회인 한화금융클래식을 개최하고,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보다는 유망주나 재기에 나선 선수들을 주로 후원하면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한화가 국내 최초로 일본골퍼를 영입한 것이다. 한국의 골프단이 한국계 미국선수나, 미국 국적의 선수와 계약한 적은 있지만 일본 국적의 선수를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지중앙

'여자골프의 추성훈' 문민경이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진=JLPGA 홈페이지


노무라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자골프의 추성훈’으로 불릴 정도로 사연이 많은 까닭에 이번 계약이 한층 의미가 깊다. 한국인 어머니(문소영)와 일본인 아버지를 둔 노무라는 1992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5살 때까지 일본에서 살았다. 이후 어머니를 따라 한국으로 왔고, 10살 때 외할머니의 영향으로 골프에 입문했다. 그리고 명지중-명지고를 거치며 한국에서 주니어 강자로 선수생활을 했다. 한국이름은 어머니의 성을 따 문민경이었고, 지금도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면 골프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민경은 2010년 12월 일본 국적을 택하며 노무라 하루쿄(野村敏京)가 됐다. 국적을 변경한 이유는 여자골프의 경우 선수층이 두터운 한국보다 일본에서 성적을 내기가 더 쉬웠고, 프로 투어의 규모는 오히려 더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민경은 중3이던 2007년 일본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고, 고교시절 여러 차례 일본 프로대회에 출전해 베스트 아마추어에 입상하는 등 일본에서 더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2010년 프로로 전향하면서 미LPGA Q스쿨에 응시했는데 덜컥 시드를 받으면서 정작 프로생활은 일본보다는 미국에서 주로 했다. 2011년 미LPGA 2부투어에서 첫 승을 거뒀고, 같은 해 프로 자격으로는 처음 출전한 JLPGA 브리지스톤 레이디스오픈에서 역대 두 번째 최연소 기록(18세 178일, 1위는 미야자토 아이의 18세 101일)으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연히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후 2012~2013년은 일본과 미국을 오갔다(일본에서는 상금랭킹 20위권으로 준수한 성적). 그리고 2014년 다시 미LPGA 무대에 도전해 호성적을 낸 것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골프와 함께 성장했고, 주로 미국에서 투어생활을 하고 있는 노무라는 국적만 일본일 뿐 정서상으로는 80%가 한국인이다. 실제로 언어능력도 한국어>일본어>영어 순이다. 또 일본 이름도 일본에서는 아주 어색한 한국이름을 고집했다.

하지만 노무라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이 한국에서는 일본국적이라는 이유로, 일본에서는 사실상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후원을 받지 못해 왔다. 일본투어를 뛸 때 ‘일본인이 일본말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런 노무라의 사정을 이해한 한화 골프단이 노무라, 아니 문민경을 전격 영입한 것이다.

한화 골프단의 정성우 차장은 “(노무라는)성장기를 한국에서 보낸 까닭에 직접 만나보면 완전히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격도 좋고, 270야드가 넘는 장타 등 발전가능성도 높다. 국적을 떠나 후원할 가치가 높은 선수”라고 말했다.

노무라도 “미국에서도 일본선수보다는 한국선수들과 더 친하게 지낸다. 한화 선수가 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미지중앙

노무라 하루쿄(문민경)의 공식 홈페이지에 걸린 사진. 한국식 이름을 고집한 까닭에 일본에서는 이름이 아주 어색하다고 한다. 실제로 '노무라 사토시 쿄(경)'로 표기하는 일본 언론도 있다.


외모를 남자처럼 하고 다녀야 스윙도 남자처럼 파워풀하게 나오는 느낌이 든다는 노무라는 그래서 ‘선머슴’ 같아 보인다. 외모도 남자 같은 여자인데, 삶의 기반이 되는 나라도 한국-일본-미국으로 나뉘어 있다. 참 정체성이 헷갈린다. 이름도 문민경, 노무라 하루쿄(혹은 노무라 사토시 쿄), 하루 노무라로 나라마다 다르게 불린다.

“대한민국은 진짜 집이라는 느낌, 일본은 골프를 위한 가정, 그리고 미국은 꿈의 무대다.”
노무라는 일본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때 서툰 일본어로 이렇게 당당히 자신의 정체성을 소개한 바 있다.

가뜩이나 배상문의 병역 및 국적 문제로 시끄러운 이 때 일본 국적의 선수를 영입한 한화의 선택은 통이 크게 느껴진다. [헤럴드스포츠=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