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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미남 박봉고 “목표는 한국 최초의 44초대”
뉴스| 2015-01-13 06:38
미녀스타 1위는 손연재였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진행된 이색 설문조사 결과다. ‘인천AG 최고의 미남미녀는 누구?’ 대회 기간 내내 현장에서 뉴스를 전했던 아시안게임뉴스서비스(AGNS) 기자 및 리포터 100명이 응답했다. 손연재, 김지연, 이용대 등 친숙한 스타들이 열거되는 가운데 낯선 이름이 미남 3위에 랭크됐다. 주인공은 남자 육상 400m에 출전한 박봉고(24 강원도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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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고는 탄탄한 몸매와 184cm 큰 키가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박봉고는 인천 아시안게임 육상 1600m 계주 은메달리스트다. 그는 2008년 전국체육대회 남자 고등부 우승을 시작으로 줄곧 400m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현재 남자 400m에서 2번째로 빠른 기록(45초06)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비인기 종목으로 인식되는 육상은 구기 종목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원도 응원도 미미하다. 그러나 무관심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달리는 남자가 있다. “좋은 기록을 내면 언젠가 저를 바라봐 주지 않을까요?” 1월 12일, 일본 동계 전지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노력파' 박봉고를 만났다.

#내 인생은 달리기

Q. ‘박봉고’란 이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짤막하게 자기를 소개한다면?
A. 강원도청 소속 단거리 육상선수다. 한때 유망주로 불리며 축구선수 지소연, 지동원 등과 함께 주목을 받았다. 연이은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이겨내고 다시 일어섰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Q. AGNS 기자단 설문조사에서 미남 3위를 차지했다.
A. 누나가 알려줘서 뒤늦게 봤다. 전혀 예상 못했는데 재미 있었고 기분도 좋았다.

Q. 훤칠한 외모 때문에 인기가 많을 것 같다. 현재 여자 친구가 있나?
A. (웃으며)인기 없다. 물론 여자 친구도 없다. 운동하는 동안에는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을 계획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멀티플레이어가 못 돼서 한 번에 딱 한 가지만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앞으로 2년 동안은 모든 걸 다 걸고 달리기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얻기 위해선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위해 어쩔 수 없지 않나.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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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중심이 달리기로 돌아간다는 박봉고는 쉬지 않고 도전하는 노력파다.

Q.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어떻게 지내고 있나?

A. 훈련의 연속이다. 보통 새벽 6시 조깅을 뛰고 스트레칭을 한다. 9시30분~12시까지 오전운동, 2시30분~5시30분 오후 운동, 야간에는 스트레칭과 부족한 부분 보강 운동을 한다. 육상선수들은 동계에 많이 달린다. 지금 많이 달려야 시즌에 잘 뛸 수 있다. 얼마 전 뉴질랜드에 다녀왔고 곧 일본에 나간다. 일본선수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해외 전지훈련은 강원도청 최선근 감독님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말 감사하다.

Q. 훈련이 힘들지는 않나. 쉬는 날은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
A. 육상은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가 욕심이 많아서 가끔 버겁기는 하다. 쉬는 날에는 주로 마사지를 받으며 피로를 푼다.

Q. 언제나 달리기 생각뿐인 것 같다.
A. 어렸을 적부터 달리는 게 즐거웠다. 지켜보던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에도 선생님의 공이 컸다. 나는 위로 누나만 셋인 막내아들인데 당시 내색은 안 했지만 부모님이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Q. 달리기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 달리기의 매력은?
A. 정해진 레일에서 펼쳐지는 나 혼자만의 게임이다. 반칙도 없다. 열심히 한 만큼 결과로 나오는 정직하고 깨끗한 운동이다. 기록을 단축할 때마다 느끼는 쾌감은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다.

#흔들리며 피운 꽃

Q. 슬럼프는 없었나?
A. 중학교 때 발목 부상을 당하며 잠깐 그만 둘 뻔했다. 고등학교 때는 사춘기도 슬럼프도 없이 좋은 기록을 냈다. 첫 슬럼프는 광저우대회를 앞두고 찾아왔다.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휴식을 취하며 마음을 잡고 재기에 성공했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 이후 원래 기록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 햄스트링이 말썽을 부렸다. 육상은 기록경기이기 때문에 다리가 낫는다고 해서 예전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 상승세를 타고 있던 시점이라 정말 괴로웠다. 당시 팀이 마라톤 팀이었기 때문에 부상 이후 운동할 곳이 없어 다른 팀에 얹혀 혼자 운동하는 것도 힘들었다.

Q.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이이 본인에게 남다른 의미였을 것 같다.
A. 메달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메달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싶지는 않아 후회 없이 마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Q. 출발선에서는 보통 어떤 생각을 하는가?
A. ‘할 수 있다’를 최면처럼 계속 되뇐다. 연습을 통해 모든 걸 완성했고 이제 뛰기만 하면 된다고. 원래 국제대회에 나가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자신감을 갖고 어떻게 하면 나의 최고치를 낼 수 있을까 생각한다.

Q. 400m 결승전, 가장 빠른 출발 반응 시간(0.166초)으로 9번 레인을 박차고 나갔지만 46초19, 6위에 머물렀다. 아쉽지 않았나?
A .9번 레인은 바깥이다. 똑같은 거리를 뛰는데 레인이 무슨 상관이겠냐 하겠지만 심리적 부담감이 작용한다. 바깥레인에서 뛰면 겉돈다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 결승전 욕심이 나서 몸을 오버해서 풀었는데 오히려 독이 됐다. 원래 하던 대로 했다면 더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경기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지난날 고생했던 장면이 떠오르더라. 눈물이 났다. 죽어라 하면 후회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쉬움이 컸다.

Q. 1600m 계주, 우여곡절이 많았다. 최동백 선수가 예선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갑작스럽게 여호수아 선수가 뛰게 됐다.
A. 사실 나도 그날 몸이 좋지 않았다. 계주 예선을 뛰고 몸살이 와서 컨디션을 되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수아형으로 바뀐 사실 역시 경기장에 가서 알았다. 맞춰볼 겨를도 없이 수아형은 결승전에 투입됐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Q. 여호수아 선수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진일(남자 800m, 남자 1,600m 계주) 이후 20년 만에 2개의 메달을 땄다. 어떤 선수인가?
A. 워낙 경기 운영을 잘하는 형이다. 꾸준함과 철저한 자기관리 등 본받을 점이 많다.

Q. 400m 아쉬움을 1600m 계주로 달랬다. 비디오 판독 결과 1000분의 1초 차이로 동에서 은으로 바뀌었다
A. 동메달인줄 알고 기뻐했는데 은메달이라 하니 날아갈듯 기뻤다. 한국 신기록(3분04초03)을 세운 것도 의미가 컸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동안 잠들기 전 눈을 감고 상상했었다. 태극기를 두르고 운동장에 도는 나를. 반쪽짜리 성공이었지만 어쨌거나 꿈을 이뤘기에 행복했다.


#나에겐 목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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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고의 2015 신년 계획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Q.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서운하지 않나?
A. 큰 대회일수록 자극도 많이 받고 흥도 난다. 팬들의 환호 속에서 힘이 안날 수가 없다. 원래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해서 그런지 응원은 나의 원동력이다. 그래서 더 성공하고 싶다. 좋은 성적과 기록을 낸다면 나를 지켜봐주지 않을까. 열심히 해서 보여주고 싶다.

Q. 비인기 종목의 선수로 산다는 것은?
A. 내가 열심히 한 걸 아무도 모른 다는 사실이 가끔 슬프다. 훈련하다보면 너무 힘들어서 못 일어나기도 한다. 몇몇 사람들은 육상선수들이 나태해졌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꿈이 있고 목표하는 기록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쉽다.

Q. 아직 은퇴시기를 이야기하기 이르지만, 미래의 꿈이 있다면?
A. 최근 경희대 교육대학원에 들어갔다. 강단에 서는 게 꿈이다. 강단에 서서 이야기하는 게 달리기 1등 한 것만큼 성취감이 크더라. 은퇴 후 육상 꿈나무들을 육성하고 싶다.

Q.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A. 현재 400m 한국 최고 기록은 45초03이다. 44초로 뛴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되고 싶다. 앞으로 2년 안에 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누군가 ‘박봉고’라는 세 글자를 듣고 잘했던, 열심히 했던 선수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유망주는 지났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꾸준히 노력한다면 나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 믿는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올해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세계 선수권 대회가 열린다. 작년은 욕심이 앞서 조급했던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올해는 즐기면서 달릴 계획이다. 좋은 성적으로 인사드릴 테니 지켜봐 달라. 더불어 육상에도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양띠’인 박봉고는 201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가득 찼다. 태극기에 빼곡히 적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그는 달린다. 화려한 외모보다 꿈을 이루기 위해 흘리는 땀방울이 더 멋진 남자, 그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헤럴드스포츠=노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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