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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전] 한국은 아직 '차미네이터'가 필요하다
뉴스| 2015-03-3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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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의 은퇴식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이었다. 하프타임에 열린 은퇴식 장면.

짧지만 강렬했다. 그리고 그가 대표 팀을 떠났다. 한국은 축구역사상 한 획을 그은 오른쪽 풀백 한 명을 떠나보냈다.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은퇴경기를 가졌다. 그는 전반 42분 교체돼 나갈 때까지 슈틸리케 감독이 특별 배려한 임시 주장 완장을 찬 채 가볍고 강렬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차두리는 장기인 스피드를 살려 활발한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이날 평균시속 3.9km를 기록하며 스피드 과시한 그는 결정적인 패스로 전방의 손흥민-지동원-한교원을 도왔다. 차두리는 42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후 기성용에게 주장완장을 건네줬다. 김창수와 교체돼 피치를 떠나는 그를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맞았다.

차두리는 하프타임에 열린 은퇴식에서 아버지 차범근과 포옹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감사하다. 내가 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난 잘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하려고 했다. 그것을 (팬들이)알아줘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며, “앞으로 (대표 팀)후배들도 성원해주길 바란다”고 애정 어린 부탁을 놓치지 않았다. 팬들은 ‘차두리 고마워’라고 써져있는 플랜카드를 흔들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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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는 하프타임에 열린 은퇴식 자리에서 아버지 차범근과 포옹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차두리는 올해 34세로 최고령출전 기록(34세 189일)을 가지고 있다. 그는 2001년 11월 8일 세네갈과 친선경기를 통해 대표 팀에 데뷔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막내로 출전해 4강 신화를 이뤘다. 이후 2010년 남아공월드컵 첫 원정 16강,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3위, 그리고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등 한국 축구 최고의 순간마다 주역으로 자리했다.

차두리는 공격수로 시작해 측면 수비수로 전환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아버지의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해 전방 깊숙이 오버래핑한다. 여기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강한 피지컬로 '차미네이터'(차두리+터미네이터의 합성어)로 불린다. 그는 2010년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국과 코트디부아르의 평가전에서 디디에 드로그바(189cm, 91kg)와 몸싸움을 펼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드로그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지컬 선수’며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FC에서 활약 중이다. 또 2010년 5월에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강력한 몸싸움으로 일본 선수들을 튕겨내 팬들의 통쾌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보다 현재가 빛난다. 차두리는 A매치 76경기에서 4골 7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7도움 중 최근에만 3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2014년 11월 요르단과의 친선경기에서는 한교원의 골을 도왔고, 2015년 1월 아시안컵 쿠웨이트전(남태희 골), 우즈베키스탄전(손흥민 골)에서 각각 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보여준 도움은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당시 차두리는 1-0으로 앞서고 있던 연장전에서 70m 가까이를 돌파한 끝에 손흥민의 추가골을 도왔다. 이 통쾌한 질주는 한국을 4강에 진출시킴과 동시에 이전의 답답한 경기력에 실망하던 팬들에게 통쾌함도 줬다.

기록만으로 차두리를 모두 평가할 수 없다. 그는 노련한 움직임으로 수비를 든든하게 걸어 잠갔다. 34세의 나이에 걸맞지 않은 활동량 역시 그를 그리워 하는 이유일 것이다. 또 차두리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대표 팀 내에서 ‘해피 바이러스’로 불린다. 그는 최고참이지만 후배들과 친분을 과시했다. 한국 최고의 공격수 손흥민(23 레버쿠젠)도 차두리를 ‘삼촌’이라 부르며 따랐다. 특히 그는 이날 그의 오른쪽 축구화에 하얀색 글씨로 ‘두리형 고마워’라고 새겼다. 이렇게 퍼진 해피 바이러스는 대표 팀을 하나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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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공격수 손흥민은 차두리를 ‘삼촌’이라 부르며 따랐다. 이날도 차두리가 교체아웃 되기 전 둘은 뜨거운 포옹을 했다.



한국은 차두리가 떠난 후 수비에서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뉴질랜드의 주장 우드가 수비수 김영권, 골키퍼 김진현까지 지나치며 비어있는 골대에 공을 밀어 넣었다. 비록 골은 파울로 취소됐지만 수비 불안이 여실히 드러났다. 경기에서는 후반 41분 ‘K리그 2년차 신성’ 이재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한국이 뉴질랜드를 1-0으로 꺾었다.

차두리는 대표 팀을 떠났고, 한국은 축구역사상 한 획을 그은 오른쪽 풀백 한 명을 떠나보냈지만 돌이킬 수 없다. 한국 축구는 이제 제 2의 차두리, 또 다른 든든한 풀백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헤럴드스포츠=지원익 기자@jirrard92]

■31일 국가대표 경기 결과

한국 1-0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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