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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경기 연속 홈런보다 반가운 추신수의 2볼넷
뉴스| 2015-07-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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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볼넷 경기를 펼친 추신수 (사진=OSEN)


추신수의 통산 첫 4경기 연속 홈런에 이목이 집중됐던 경기. 추신수는 볼티모어 원정 앞선 세 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때려내며 통산 두 번째이자 지난 201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세 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이날 볼티모어 선발 가우스먼은 패스트볼의 위력은 뛰어나나 변화구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투수이기에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고대했던 홈런은 나오지 않았다. 3경기 연속 홈런은 물론 4경기 연속 안타도 마무리됐다. 하지만 추신수는 본인 나름의 방식으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첫 두 타석에서 2루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난 추신수는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에 성공했다. 풀 카운트 접전 끝에 6구째 바깥쪽 꽉 찬 95마일 패스트볼을 파울로 걷어낸 뒤 7구째 스트라이크 존으로 오다 가라앉는 포크볼을 잘 골라내며 1루로 걸어 나갔다.

추신수의 선구안이 더욱 빛을 발한 것은 마지막 타석이었다. 0-0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9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추신수는 볼티모어의 네 번째 투수 채드 로에게 역시 풀 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로는 1-2의 유리한 볼 카운트를 선점하자 높은 패스트볼,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 다시 높은 패스트볼로 구종과 코스를 섞어가며 추신수의 방망이를 유도했으나 그의 방망이는 꿈쩍하지 않았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얻어내는 볼넷. 이는 2013시즌 신시내티 시절 자주 볼 수 있던 모습으로, 이는 당시와 텍사스 이적 후 엇갈린 희비를 갈라놓은 중요한 포인트다.

추신수의 볼넷은 팀 승리로 연결됐다. 후속 타자 앤드루스의 희생번트로 2루에 진루한 추신수는 마틴의 중견수 앞 적시타 때 이날 경기 결승점을 올렸다. 볼티모어의 중견수 애덤 존스는 올 시즌 이미 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할 만큼 강견을 자랑하는 선수. 하지만 그의 송구는 홈플레이트 기준 왼쪽으로 살짝 치우쳤으며, 무엇보다 추신수의 전력질주가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기세를 탄 텍사스는 2사 후 오도어의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벌리며 2-0 팀 영봉승을 거뒀다.

추신수의 2볼넷 경기는 올 시즌 네 번째로, 6월 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전 이후 거의 한 달만의 일이다. 2013시즌 154경기에서 24차례 2볼넷 이상을 얻어내며 6.4경기 당 1경기 꼴로 2볼넷 이상 경기를 펼쳤던 추신수는 올 시즌 그 수치가 18경기 당 1경기 꼴로 줄어든 상황이다(72경기-2볼넷 경기 4차례).

추신수가 2013년 불리한 볼 카운트를 딛고 많은 볼넷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의 접근법 덕분이었다. 당시 처음으로 풀타임 1번 타자를 소화했던 추신수는 출루율을 높이기 위해 투 스트라이크 이후 양 발의 스탠스를 넓히고 배트를 쥔 손의 위치를 낮추며 컨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는 자연스레 선구안의 향상으로도 이어졌는데, 타석에서의 움직임을 간소화함으로서 날아오는 공의 스트라이크 유무를 판단하는 시간을 상대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의 추신수는 같은 접근법으로 타석에 임하고 있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풀 카운트 상황에서의 성적 편차가 심해졌는데, 2013시즌 풀 카운트 상황에서 .276의 타율과 무려 .577의 출루율을 기록했던 성적이 올 시즌엔 이날 경기 전까지 .194의 타율과 .479의 출루율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볼넷-삼진 비율 역시 58볼넷-33삼진에서 올 시즌 17볼넷-18삼진으로 크게 나빠졌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신시내티 시절과 비교해 잔부상이 많은 온전치 못한 몸 상태, 무엇보다 당시보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추신수가 4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풀카운트 상황에서 얻어낸 두 개의 볼넷은 그가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재현했기에 홈런 못지않게 반가운 볼넷이었으며, 최근 타격 흐름이 상승세에 있었기에 앞으로의 활약을 더욱 기대케 하는 장면이었다.

흔히 말하는 타격 사이클의 변화 혹은 기나긴 슬럼프의 탈출은 생각보다 사소한 부분에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이날 기록한 두 차례의 볼넷이 추신수의 올 시즌에 새로운 반등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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