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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나이테’보다 더욱 무서웠던 ‘손지김’의 나비효과
뉴스| 2015-09-15 22:36
15일 경기 결과: kt 위즈 3-11 NC 다이노스

매 경기를 앞두고 코칭스태프들은 종이와 펜을 쥔 채 고뇌에 잠긴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대 선발투수와의 상성을 고려해 매번 선발라인업을 짜야하기 때문이다. 라인업 구성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많은 야구팀들이 통상적으로 쓰는 타순의 정석(?)이 존재한다. 1~2번 타자는 출루율이 높고 주력이 좋은 선수들이 맡는다. 3~5번 타자는 출루에 성공한 1,2번 타자를 홈에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팀에서 교타력과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주로 배치된다. 6번 타자도 점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가 차지한다.

상위타순이 출루를 못하고, 중심타선이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면 쓴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하위타선에겐 그렇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방망이보다 글러브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미국 내셔널리그와 일본 센트럴리그에선 타격능력이 제일 떨어지는 투수를 8,9번 타순에 둔다.

공룡군단의 라인업은 예상하기 참 쉽다. ‘주전 라인업이 확고해야 어느 팀과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김경문 감독의 신념 때문이다. 상위타선은 박민우-김종호, 중심타선은 나성범-테임즈-이호준-이종욱, 하위타선은 지석훈-손시헌-김태군이 맡는다. 가끔 위치이동이 일어나긴 하지만 그것도 상위타선과 중심타선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공룡군단의 1~6번 타자들은 면면이 화려하다. 박민우와 김종호는 이날 경기전까지 타율 0.302 출루율 0.383, 82도루를 합작한 리그 최고급 테이블 세터다. ‘나이테’ 트리오는 리그 최고를 넘어 역대급 중심타선으로 통한다. 이종욱도 3번이나 6번 타순에서 중요한 한방을 터트려주는 믿음직한 해결사다.

오늘은 ‘나이테’보다 ‘손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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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훈의 기가 손시헌에게 전해졌을까, 손시헌의 기가 지석훈에게 전해졌을까?[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손시헌-지석훈-김태군은 수비의 핵이다. 손시헌은 내야수비의 중심인 유격수를, 지석훈은 강습타구가 많이 날아오는 3루는 물론 가끔 2루도 맡아주는 멀티플레이어다. 안방마님 김태군은 팀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핵심선수다. 이들에게 3할을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비에서 제 역할을 해주며, 간간이 안타를 치거나 출루만 해줘도 감사하다.

이들은 올 시즌 한 차례씩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손시헌은 지난해 10월 5일부터 올 시즌 초반 9경기까지 안타가 없었다. 48타석 연속 무안타로 이 부문 신기록을 세웠다. 전반기 타율 0.201로 규정타석에 들어선 타자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반기 좋은 타격을 보여준 지석훈과 김태군도 체력 부담에 시달리며 후반기 들어 기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최근 2경기만 놓고 보자면 이들이 중심타선 같다. 먼저 빛난 건 지석훈이다. 지석훈은 13일 SK전에서 ‘인생경기’를 펼쳤다. 5타수 5안타(2홈런) 4타점 4득점. 특히 추격을 개시하는 솔로 홈런과 대역전극의 피날레를 장식한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다. 동료들은 물론 직관 및 집관하는 공룡가족을 미치게 했다.

15일 kt 전에선 세 선수 모두 미쳤다. 이들의 미친 방망이는 정성곤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kt 선발 정성곤은 1회말 2아웃을 잘 잡은 뒤 안타-볼넷-홈런으로 3점을 내줬다. 후속타자 이호준을 막아내 이닝을 끝냈지만 펜스 앞에서 잡히는 큰 타구였다. 홈런의 충격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모습. 2회말 선두타자는 손시헌이었다. 그는 큼지막한 솔로 홈런으로 또다시 정성곤에게 홈런의 아픔을 선사했다.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석훈이 좌전안타, 김태군이 좌월 투런포를 때려내며 아픈 데를 또 때렸다. 하위타선에게 뜻밖의 2연타를 맞은 정성곤은 박민우를 상대한 뒤 1⅓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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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엄격한 남자 김태군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손지김’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회초 하준호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며 완전히 넘어온 듯 했던 경기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NC 못지않은 강타선을 가진 kt에게 추격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손지김’ 트리오가 추격의 불씨를 껐다. 3회말 1사 후 손시헌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나갔다. 지석훈과 김태군은 연속 우전안타를 때리며 손쉽게 빼앗긴 1점을 되찾아왔다. 후속타 불발로 추가점수는 나지 않았지만 경기분위기를 되돌리기엔 충분했다.

‘손지김’이 만든 나비효과

나성범과 ‘손지김’의 활약으로 경기 주도권을 확실히 움켜쥐었다. 여유로운 점수 차는 투수와 야수들의 마음에 숨통을 틔웠다. 선발 이태양은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이닝(8이닝), 최다 탈삼진(9개), 최다투구수 타이(112개)를 기록하며 시즌 9승째를 기록했다. 생애 첫 두자리수 승리는 물론 가을이야기에서의 활약도 기대할만하다.

‘호부지’도 여유를 되찾고 아홉수에 탈출했다. 이호준은 11일 경기부터 시즌 20홈런과 100타점, 통산 1,700안타에 각각 1개만을 남기고 있었다. 금세 기록을 세우는 듯했지만 이후 3경기 동안 방망이가 침묵했다. 15일 경기에서도 첫 3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다. 표정도 평소와 달리 굳어있었다. 하지만 ‘손지김’이 여유를 찾아주자 스윙이 부드러워졌다. 6회말 2사 만루에서 이호준이 타석에 들어갔다. 상대 배터리는 타격감이 좋은 하위타선 대신 부진한 이호준과 승부를 보려했다. 볼카운트 1-1에서 바깥쪽 꽉찬 슬라이더로 우세를 점하려 했다. 이호준은 이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이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이자 이호준의 지긋지긋한 아홉수를 꺾는, 그리고 올 시즌 1호이자 KBO 리그 역사상 16번째 팀 사이클링 홈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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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부지'는 '손지김' 덕에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최근 지쳐 보이는 불펜진도 모처럼 휴식을 가졌다. 경기 중반 김진성이 몸을 푸는 모습이 보였지만 이호준의 만루 홈런이 터지자 시야에서 사라졌다. 대신 박명환이 9회에 올라 경기를 매조지었다.

이날 경기결과로 삼성과의 승차가 2.5게임으로 좁혀졌다. 신생팀 혜택을 막 벗어던진 공룡군단이 통합5연패를 노리는 삼성과 끈덕진 1위 싸움을 한다는 사실이 참 놀랍고도 감사하다. 특히 두 번째 가을이야기를 앞두고 전력이 더욱 탄탄해지는 것 같아 더욱 기쁘다. 이태양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이재학이 부진에서 탈출하며 선발진이 두터워졌다. 하위타자들 살아나며 피할 곳 없는 타선이 만들어졌다. 최재원-김성욱 등 백업요원도 최근 맹타를 휘두르고 있으며 C팀에서 올라온 선수들도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요즘이다.

이제 15경기만 치르면 환상적이었던 2015 정규시즌이 끝난다. 모두가 아쉬움 없는 마무리를 하길 바란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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