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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보치아는 패럴림픽 한국 효자종목 - 3회 연속 출전 정호원 권철현 콤비
뉴스| 2016-08-23 06:06
남미 첫 올림픽으로 관심을 모았던 2016 리우올림픽은 22일(한국시간) 폐회식을 끝으로 감동의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종합 8위에 올랐다. 일부 종목에서 기대에 못 미치기는 했지만 4회 연속 종합순위 10위권에 진입하는 성적을 냈으니 눈에 보이는 성과도 나쁘지 않다. 메달 유무를 떠나 최선을 다한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올림픽이 끝나서 시원 섭섭하네요. 이젠 잠을 편하게 자겠지만 올림픽이 끝나서 아쉽고 허전한 마음 달래기 힘들어요.”

주변에서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현재 대한민국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단이 2016 리우 패럴림픽 출전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다. 우리도 잠시 숨을 고른 후, 패럴림픽의 매력에 빠질 준비를 하면 어떨까? 패럴림픽의 이해를 조금 돕고자, 필자는 패럴림픽의 종목과 여기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선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장애인체육에 대해 조금만 이해하면, 보는 즐거움과 선수를 응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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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 패럴림픽의 한국 보치아 선수단. 오른쪽에서 두번째 휠체어에 앉아 있는 선수가 정호원. 오른쪽 첫번째가 권철현 코치.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보치아

대한민국 보치아는 패럴림픽에서 현재 7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고 있다. 하계 올림픽의 양궁처럼 장애인스포츠의 대표적인 효자종목인 것이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에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2012 런던 패럴림픽까지 대한민국 보치아는 높은 기량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2016 몬트리올 보치아 월드오픈대회에서 한국은 총 7개 참가 이벤트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2개를 획득하며 리우 패럴림픽의 전망을 밝혔다.

보치아는 표적구에 공을 던져 표적구와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하여 승패를 겨루는데, 남녀 구분이 없는 혼성 경기로 치러진다. 패럴림픽의 경우 풀리그(리그전) 방식으로 순위를 가린다. 공을 던지거나, 굴리는 동작은 어떤 방법으로든 가능하며, 공을 잡거나 던지기가 불가능할 경우 ‘홈통’을 이용할 수도 있다. 경기용 공은 적색과 청색 각 6개의 시합공과 백색의 표적구 1개로 구성된다.

보치아의 장애 등급은 BC1~BC4로 구분된다. 뇌병변장애(뇌성마비나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등 뇌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 장애)는 BC1에서 BC3까지이며, 비뇌병변장애는 BC4로 출전한다. BC3 등급이 가장 장애 정도가 심하다. 혼자서는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까닭에 경기보조원(보통 코치)이 함께 경기에 출전한다. 대한민국 BC3 대표선수는 정호원, 김한수, 최예진 선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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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3 등급의 정호원 선수가 홈통을 이용하여 보치아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BC3 세계랭킹 1위 ? 정호원 선수

“리우 올림픽 한 달 뒤에 열리는 리우 패럴림픽도 열심히 응원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다를 뿐이지 대회에 출전하는 마음가짐과 열정은 비장애인 선수 못지않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패럴림픽 3회 연속 출전하는 보치아 BC3 등급의 주장을 맡고 있는 정호원(31 속초시장애인체육회) 선수의 각오는 다부지다. 세계랭킹 1위인 정 선수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종합훈련원에서 패럴림픽 출전을 앞두고 맹훈련 중이다. 최근 두 번의 국제대회에 참가해 모두 금메달을 딴 강력한 우승후보다.

정호원 선수는 경기도 가평에서 2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태어난 지 100일이 갓 지난 어느날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 이후,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뇌성마비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소년기에 집이 불이 나,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 전체가 큰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고 집과 재산을 모두 잃고 치료비로 큰 빚까지 지게 되었다. 몇 년 뒤, 아버지까지 가족에게 등을 돌리고 떠나버렸다. 큰 화상을 입은 어머니와 형제만 남은 힘든 상황에서도 정호원 선수는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하며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정 선수는 충주에 소재한 숭덕중학교 1학년 체육수업 시간에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보치아에 입문했다. 2학년 때 참가한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입상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전국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등을 획득하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2002년 만 16세 나이에 처음으로 최연소 보치아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15년간 대한민국 보치아의 BC3 등급 최정상을 이끌고 있다.

정호원 선수는 “보치아를 만나게 돼서 인생의 꿈과 목표가 생기고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심감이 생겨서 너무 좋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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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은메달 딴 후 환하게 웃고 있는 정호원-권철현 콤비.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눈빛만 봐도 알죠” - 환상의 2인1조

정호원 선수와 항상 함께하는 코치 권철현(44 속초시장애인체육회) 씨도 선수만큼이나 땀을 쏟고 있다. 권 코치는 정 선수와 함께 패럴림픽에 3회 연속 출전한다. 보통 BC3 선수들은 가장 가까운 사이인 어머니와 파트너를 함께 한다. 훈련과 대회 출전은 물론 거의 24시간 생활을 함께하기 때문에 숙소 자체를 선수와 파트너가 함께 쓴다.

권 코치는 2002 부산아태장애인경기대회 때 정 선수를 알게 됐다. 그리고 2005년 정 선수가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운동을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권 씨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원주 소재 장애인생활시설인 소쩍새마을에 입소해 보치아 운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정 선수는 보치아를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시설 생활의 단조로운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소했다. 이때도 권 코치는 정 선수가 2006 리우 세계보치아선수권과 쿠알라룸푸프 아시아태평양대회를 함께 준비하자고 약속했다. 장애인시설에서 근무하던 권 코치도 퇴직하고, 정 선수와 함께 대회를 준비한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다행히도 두 콤비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장애인아시아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다음 목표는 2008 베이징 페럴림픽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운동할 곳이 없었고 중증장애인에게 후원하는 스폰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누구도 보치아와 정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패럴림픽 금메달의 꿈을 접게 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간절히 바라면 꿈은 이루어지는 법이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2006 리우 세계선수권에 참가를 위해 이동하는 중 비행기 안 옆좌석에서 만났던 칠레 교포가 정 선수의 딱한 사정을 듣고 베이징 패럴림픽 출전이 확정될 때까지 1년간 개인 후원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정호원 선수는 2007년 각종 국내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국내랭킹 1위로 2008 보치아 국가대표에 선발, 2008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단체전 주장으로 페어 부분 금메달을 획득했고, 개인전 동메달까지 따냈다. 패럴림픽 메달은 큰 도움이 됐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정호원 선수와 권철현 코치는 속초시장애인체육회의 지원으로 보치아에 전념하고 있다.

‘가족’을 위해 진짜 가족은 못 보는 사연

정호원 선수는 지난 15년간 보치아 국가대표로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와준 지도자 권철현 씨와 함께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20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2009년부터 보치아 BC3 개인 세계랭킹 1위를 7년 가까이 지키며 보치아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개인전 은메달을 땄다.

권 코치는 “합숙훈련이 일년의 반을 차지한다. 그것도 의미가 없는 것이 선수들이 중증장애인이다 보니 주말에도 숙소에 남아 본의 아니게 합숙을 한다. 이동의 어려움이 있는데 교통편이 마련되지 않아 훈련원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권철현 코치 자신도 선수들과 함께 하는 날이 많아 가족을 만날 시간이 없다. 힘든 내색하지 않고 보치아를 지도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가족이 특별히 고마운 것은 당연하다.

“아들 태희야! 엄마말 잘 듣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아버지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항상 미안한 마음이지만, 지도자로 최선을 다하며 패럴림픽을 준비고 있다. 금메달 2개(코치에게도 똑같은 금메달이 주어진다)를 따서 하나는 아내와 다른 하나는 태희에게 준다는 약속을 꼭 지키도록 할게. 여보, 아들 잘 키워줘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정)호원이와 잘 하고 올 테니 조금만 더 참고 응원 부탁해요.”

정호원 선수와 권철현 코치의 사연은 들으면 들을수록 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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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패럴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후 함께 기뻐하고 있는 모습. 왼쪽 휠체어에 앉은 선수가 정호원, 오른쪽 서 있는 이가 권철현 코치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리우패럴림픽은 9월 7일부터 18일까지 12일간 열린다. 개회식은 현지시각 9월 8일 오전 6시 30분(한국시간) 마라카낭경기장에서 열린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0개 이상을 획득하여 종합순위 12위권 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효자종목 보치아의 선전이 필요하다.

치열한 두뇌싸움이 펼쳐지는 보치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세부 작전의 세계가 아주 흥미롭다. 정호원 선수와 권철현 코치를 비롯한 보치아 국가대표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해럴드경제 스포츠팀=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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