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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집에서]호주의 기브 백(Give back) 프로그램이 키워낸 이민지
뉴스| 2016-10-2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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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리우 올림픽 때 호주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이민지.[사진=AP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호주 교포 이민지(20 하나금융그룹)가 지난 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블루베이 LPGA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 만 20세의 이민지는 최근 17개월 사이 LPGA투어에서 3승을 거뒀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 고보경)의 활약이 두드러져 살짝 묻힌 감이 있지만 이민지도 뛰어난 선수 임은 분명하다.

이민지는 아마추어 시절인 2012년 US 걸스주니어챔피언십에서 우승했으며 2013년과 2014년 호주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이민지는 또한 2014년 열린 퀸시리키트컵과 월드아마팀선수권대회에서 호주에 단체전 우승을 안긴 뒤 프로로 전향했다.

2014년 12월 열린 LPGA투어 Q스쿨을 공동수석으로 통과한 이민지는 작년 5월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우승을 거뒀으며 올 해 롯데챔피언십과 블루베이 LPGA에서 우승했다. 남동생인 이민우 군은 올해 US주니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사상 첫 남매의 남녀 US주니어챔피언십 석권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이민지는 호주골프협회의 체계적인 지원 속에 성장한 선수다. 이민지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넉넉한 가정형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호주골프협회의 지원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베테랑 캐리 웹이었다. 웹은 사재를 털어 육성기금을 마련했고 그 토대 위에서 이민지를 후원했다.

이민지는 12살 때 처음 웹을 만났다. 그리고 2013년과 14년 캐리 웹 스칼라십에 선발돼 많은 지원을 받았다. 웹의 후원으로 2년 연속 US여자오픈을 참관했고 멘토인 웹과 연습라운드를 함께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웹은 2년간 연간 1만달러 씩을 지원했다. 이 돈은 해외무대 참관 및 훈련비용으로 사용됐다. 그리고 멘토링도 해줬다. 이민지는 LPGA투어에서 41승을 거둔 명예의 전당 헌액 멤버인 웹과 함께 훈련하며 다양한 경험을 전수받았다.

호주골프협회는 웹과 함께 ‘기브 백(Give Back)’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요체는 호주골프협회의 지원 속에 성장한 남녀 선수가 프로전향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자신이 번 돈의 일부(5~7%)를 되돌려 줘 차세대 골퍼 육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남자는 125위, 여자는 50위가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세계랭킹이다. 또한 남녀 모두 프로 전향 6년차부터 이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호주골프협회는 인성교육을 함께 시킨다. 혜택을 받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항상 후원자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며 자신도 성공해 다른 이의 후원자가 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운동선수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생각하는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되길 원하는 것이다. 호주골프협회는 2015년부터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기브 백’ 프로그램에 대한 서약서를 받고 있다.

이민지는 프로데뷔 첫 해인 지난해 이미 ‘기브 백’ 프로그램에 필요한 세계랭킹에 진입했다. 작년 킹스밀 챔피언십 우승 때 세계랭킹이 12위까지 올라갔다. 현재 그녀의 세계랭킹은 15위다. 이민지는 그러나 프로전향 6년차부터 번 돈의 일부를 돌려줄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2020년이나 되어야 돈을 내놓을 수 있다.

리디아 고도 아마추어 시절 뉴질랜드에서 ‘트러스트 펀드’를 운영해 대회 경비를 조달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가기 위해선 큰 돈이 필요해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리디아 고에게 투자하면 프로전향후 성공해 일정 이자를 보태 되돌려주는 펀드였다.

한국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골프를 하는 주니어 유망주들이 많다. ‘헝그리 정신’이 성공의 원동력이라는 말도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은 한 순간에 재능을 삼켜버리기도 한다. 이 참에 대한골프협회나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도 미래의 스타를 키운다는 차원에서 호주의 ‘기브 백’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보면 어떨가?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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