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론 챔프의 피니시 자세.
지난 주 PGA 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루키, 카메론 챔프가 나타나면서 골프계의 지형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카메론은 흑인의 핏줄이며 타이거의 후계자가 될 만한 유전자와 재능과 걸 맞는 이름을 가졌다. 향후 10년 또는 20년 동안 골프 업계를 주름 잡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이름 ‘카메론 챔프’는 누구인가? 1995년에 태어나 현재 23세인 챔프는 183cm 79kg의 균형 잡힌 체격이며, 캘리포니아 출신이고, 할아버지의 고향인 텍사스에서 대학을 다녔다.
이견이 없는 최장타자
챔프가 처음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는 2017년 에린 힐스에서 개최된 US 오픈이었다. 지역예선을 통과하여 아마추어로 참가했는데 첫날 드라이버 거리 349.4야드를 기록하면서 최장타자로 인정 받기 시작했다. 2위와의 차이가 15야드나 되었다. 둘째 날까지 선두권에 있다가 공동 32위로 끝났지만 함께 연습라운드를 했던 로리 맥길로이와 우스트헤이젠은 이 아마추어 선수의 드라이브 샷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2017년 11월에 프로가 되어 웹닷컴 투어 큐스쿨 통과, 웹닷컴 투어 상금순위 6위로 투어카드 획득, PGA 정규투어 첫 우승까지 1년도 안 걸렸다. 챔프는 주니어 시절부터 장타자로 유명했다.
2018년 웹닷컴 투어의 드라이브 거리 통계에서 평균 343야드로 1위였는데, 이는 PGA 투어 1위였던 로이 맥길로이의 320야드보다 23야드나 더 길었다. 3번 아이언으로 275야드를 치는 챔프가 나타나면서 누가 최고 장타자인지에 대한 논쟁은 필요 없어졌다.
카메론 챔프의 드라이브 샷을 분석한 트랙맨 데이타.
헤드 스피드 시속 129.66 마일은 PGA 투어 최고보다 5마일 빠르고, 볼 스피드 시속 192.67 마일은 10 마일 이상 빠르다. 맥길로이나 토니 피나우, 더스틴 존슨의 볼 스피드가 182 마일 정도이다.
구질도 다르다. 보통 장타자들은 드라이브샷을 높은 탄도로 치는데 챔프의 볼은 10-15야드의 낮은 탄도로 300야드 이상 날아가고 구르는 거리도 훨씬 더 길어진다.
스윙 폼도 다르다. 장타자들에게서 발견되는 특별한 움직임이 전혀 없다. 부드럽게 치는 평범한 스윙으로 보이며 피니시까지 균형을 잃지 않는다. 타고난 스윙파워가 있는 것이 틀림 없다. 스윙코치들은 그의 스윙을 분석하여 장타의 비밀을 찾고 있는데 벌써 많은 분석 결과들이 인터넷에 나오고 있다.
손자 카메론 챔프의 캐디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 맥(왼쪽).
흑인 할아버지 맥 챔프
할아버지 맥 챔프는 흑인이다. 텍사스에서 자란 맥 챔프는 당시 흑인들이 격어야 하는 인종차별을 경험하며 살았다. 어린 시절 골프장에서 캐디를 했지만 그 골프장에서는 흑인 아이가 골프를 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맥은 19세에 공군에 입대했을 때 군복을 입고 잠시 멈춘 버스에서 내려 햄버거 가게로 달려갔지만 거절 당했다. 그곳은 백인 전용 식당이었다. 허탈하게 버스로 돌아온 맥은 그 이야기를 가슴에 묻었다가 손자 카메론 챔프가 텍사스 대학으로 갈 때 들려주었다.
맥은 공군으로 영국, 독일에서 근무할 때 골프를 처음 배웠고 유럽에서 백인 여자와 결혼했다.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흑인차별이 심한 텍사스를 피해 캘리포니아에 정착했다. 카메론 챔프가 두 살 때 플라스틱 골프클럽을 사다준 사람도 할아버지였고, 처음 골프를 가르친 사람도 할아버지였다.
맥 할아버지는 온 힘을 다해서 스윙 하고, 좋은 결과를 기다리라고 가르쳤다. 덕분에 카메론의 어린 시절 티샷은 사방으로 날아갔지만 본능적인 최강의 스윙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 제프 챔프와 어머니 리사 챔프
아버지 제프는 백인 어머니 덕분에 아주 검은색 피부는 아니다. 프로야구 캐처로로 활동하다가 부상으로 은퇴했다. 골프는 쳐 본적이 없고 아들을 따라다니며 응원한다. 할아버지의 희생을 잊지 말고 플레이 하라고 가르친다. 아들의 골프 연습에 참견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거나, 아예 나타나지도 않는 조용한 골프대디의 롤모델이다.
어머니 리사는 백인이라서 카메론 챔프의 얼굴을 보면 흑인의 자손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자폐증의 증세를 보이고 있다.
카메론 챔프의 가족사진. 뒷줄은 왼쪽부터 할아버지, 여동생, 할머니이고, 앞줄 좌우는 아버지와 어머니다.
스윙코치 숀 폴리
숀 폴리는 타이거 우즈의 스윙코치로 이미 유명해졌고 현재 저스틴 로즈의 스윙을 점검해 주고 있다. 우즈와 로즈는 이미 스타가 된 후 숀 폴리를 만났지만, 카메론 챔프는 15세 때부터 숀 폴리에게 배우고 있다. 숀 폴리가 스타로 키워내는 첫 선수가 카메론 챔프인 것이다.
조던 스피스의 코치, 카메론 맥코믹과 브라이슨 디셈보의 코치, 마이크 샤이가 어린 시절부터 그 선수를 지도하여 최고의 코치로 인정받는 것처럼 숀 폴리는 챔프 덕에 코칭 분야의 최강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5세 때 챔프를 처음 만난 숀 폴리는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골프 선수의 헤드 스피드가 그렇게 빠른 것을 처음 보았다. 다음 날의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챔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육상의 우사인 볼트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골프 팬이라면 타이거처럼 흑인 유전자를 받은 카메론 챔프의 앞날이 어떻게 변해 갈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다.
* 박노승 :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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