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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중앙무대에 선 아웃사이더 최호성
뉴스| 2019-02-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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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본산 미국에서 중앙무대를 장악한 최호성. [사진=PGA투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최호성(46)이 첫 출전한 PGA투어 경기인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첫날 1오버파를 기록했다. 순위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경기 내용이 좋다. 10번홀까지 보기만 4개를 범하다 나머지 홀서 버디 3개를 잡아냈다. 맥없이 무너져 7~8오버파를 칠 수도 있었으나 냉정함과 뚝심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이날 경기는 젊은 날의 역경을 극복하고 40대에 골퍼로서의 삶을 꽃피우기 시작한 그의 인생 역정과 닮아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최호성은 골프인생의 대부분을 아웃사이더로 지냈다. 스물 아홉이란 늦은 나이에 장애를 안고 골프에 입문했으며 2부 투어(KTF투어)에서 상금왕에 올랐다. 그리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들이 즐비한 코리안투어에서 우승했다. 그래도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처자식을 먹여살리겠다는 현실적인 고민 속에 불혹을 넘긴 불리함을 안고 일본으로 갔으며 거기서 또 우승했다.

최호성을 미국무대로 이끈 건 독특한 낚시꾼 스윙이었으나 그 이면엔 작년 11월 거둔 카시오월드오픈 우승이 있다. 이 대회는 리 트레비노와 베른하르트 랑거, 스콧 호크, 이사오 아오키, 톰 레이먼, 마쓰야마 히데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우승한 대회다. 쇼맨이 아니라 실력을 갖춘 골퍼라는 평가가 있었기에 AT&T 페블비치 내셔널프로암의 초청장을 받을 수 있었다.

최호성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예상보다 빨리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지난 달 27일 일찌감치 로스엔젤레스에 도착해 시차적응에 나섰다. 좋은 경기력을 발휘해야 자신이 쇼맨(showman)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최선을 다해 잡겠다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준비과정이었다. 그래서인지 첫날 경기 내용이 이런 태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호성은 2013년 경기도중 러프에서 샷을 하다 낚시꾼 스윙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런 동작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러프 탈출과정에서 종종 보여주는 동작이긴 하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는 최호성의 스윙을 따라하는 수많은 패러디 영상이 있다. 마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뜰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골프를 알던 모르던 수많은 대중이 생존을 위한 그의 창의적인 노력에 열광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최호성의 스윙을 저급하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애와 고난을 이겨낸 인생스토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대부분 아웃사이더인 대중들이 원하는 '극복'이란 소중한 가치도 담겨 있다. 그런 힘이 아웃사이더 최호성을 골프의 본산인 미국의 중앙무대(center stage)에 세웠다. 최호성이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고 우아하게 경기를 마무리하길 바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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