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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의 有球無言 레슨] 상대의 실수를 바라지 마라
뉴스| 2019-04-10 06:03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마흔네 살에 독학으로 프로 골퍼가 된 김용준 프로(KPGA)는 스스로를 ‘뱁새’라 부른다. ‘황새’인 엘리트 골퍼에 견주어 하는 얘기다. 뱁새 김 프로가 땀 흘려 터득한 비결을 레슨 영상으로 담은 ‘유구무언(有球無言)’ 레슨을 연재한다. ‘입 구(口)’가 있어야 할 자리에 ‘구슬 구(球)’를 넣었다. ‘볼 앞에서는 말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황새와 다른 뱁새가 전하는 비결이 독자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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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프로가 내기 골프 퍼팅에서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이런 기도를 한 적 있는가? ‘오 신이시여, 저 인간 퍼팅이 빗나가게 해주시옵소서!’ 혹은 ‘시원하게 오비 한 방만 날려다오!’라고. 한 번도 이런 기도를 한 적이 없는 독자는 손 들어보기 바란다.

뱁새 너는 어떠냐고? 부끄럽지만 그런 기도를 한 적 셀 수 없이 많다. 그럴 때마다 기도가 이뤄졌냐고? 그걸 따지기 전에 어떤 상황인지부터 짚어 보자. 뱁새가 이 정도로 절박하다면 상대는 뱁새보다 잘 치거나 컨디션이 좋은 상태일까? 아니면 뱁새보다 훨씬 못 치거나 실력이 부족할까?

그렇다면 뱁새의 기도는 이뤄졌을까? 당연히 아니다. 뱁새의 바람은 무참히 깨지곤 했다. 상대는 뱁새 기도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샷을 날렸다. 여차하면 쓰리 퍼팅을 할 먼 거리 첫 퍼팅을 홀에 바싹 갖다 붙이기도 하고. 만만치 않은 파 퍼팅을 세이브 하기도 했다. 그린 좌우에 놓인 페널티 구역이나 벙커를 피해 멋지게 온 그린 시켰다. 그럴 때면 뱁새는 샷을 엉터리로 하거나 죽도 밥도 아닌 퍼팅을 하기 일쑤였다.

실력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머리가 복잡해졌을까? 아니면 기가 죽었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결과는 늘 좋지 않았다. 상대가 선전할 때 뱁새는 마음을 달리 먹어야 했다. 좀 더 승부사다운 마음 말이다. 상대가 멋진 샷을 할 거라고 예상해야 했다. 그 다음 뱁새 자신도 굿 샷으로 맞설 각오를 했어야 했다. 그래야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토너먼트 우승을 다투는 절정 고수들은 스윙만 잘 하는 것이 아니다. 승부처에서 상대방 샷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고수답다. 상대의 실수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이 참에 우리도 승부에 임하는 마음을 고쳐 먹어보면 어떨까. 뱁새도 포함해서 말이다. 심보를 곱게 써야 복을 받는다. 이상하게 이 말이 어울린다. 골프에 말이다. 김용준 프로(KPGA 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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