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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숏게임의 달인이 된 이유
뉴스| 2019-11-21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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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고진영(24)에겐 똑바로 치는 능력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볼 스트라이킹 능력 덕분이다. 고진영은 이를 토대로 미국 진출 2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런 특별한 재주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건 아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각고의 노력이 오늘의 그녀를 있게 했다.

루키 시즌인 지난해 고진영은 LPGA투어에 연착륙했다. 데뷔전에서 우승했으며 신인왕에 올랐다. 그래도 약점이 있었다. 숏게임이 약했다. 그린 주변에서 공을 높이 띄우거나 강하게 스핀을 걸지 못했고 범프&런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그린을 놓칠 경우 미국 선수들에 비해 파 세이브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숏게임을 강화하지 않고는 정상의 자리에 설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진영은 지난 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공동 69위를 기록한 후 대회장인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에 남았다. 그리고 숏게임 전문가인 가렛 레플스키를 초빙했다. 아일랜드 출신인 레플스키는 에리야-모리야 주타누간 자매와 리디아 고를 지도한 인물이다.

고진영은 작년 4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메디힐 챔피언십 기간중 레플스키를 만나 시즌 종료후 지도를 받기로 계약했다. 그리고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이 끝난 후 2주간 하루에 4~6시간씩 신병 훈련소와 같은 강도 높은 지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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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야 주타누간과 가렛 레플스키(오른쪽).


그 결과 숏게임 전반에 걸쳐 새로운 노하우를 터득했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그에 걸맞는 클럽과 숏게임 방법을 선택해 대처할 능력이 생겼다. 고진영은 이를 위해 ABC부터 다시 시작했다. 마치 그립 집는 법부터 다시 배워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누른 양용은을 보는 듯 했다.

고진영은 퍼팅 스탠스와 얼라인먼트 등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바꿨고 퍼터 등 장비도 교체했다. 래플스키가 갖고 있는 분석 장비로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를 바탕으로 퍼터와 웨지를 교체했다. 고진영은 무려 30개의 퍼터를 테스트해 지금의 퍼터를 골랐다. 모든 과정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100야드 이내 거리의 샷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특히 81야드와 98야드 거리의 샷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올해 고진영이 확실하게 버디를 만들어내는 버디 존이 됐다. 결과는 각종 수치와 성적으로 나타났다. 보기 숫자는 눈에 뜨게 준 대신 파5홀 버디는 대폭 늘어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또 그린 적중률(79.1%)과 평균타수(69.052타)에서 1위에 올랐다.

그 결과 고진영은 올해 메이저 2승을 포함해 최다승인 4승을 거뒀으며 27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획득했고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렉시 톰슨(미국)은 고진영에 대해 “일관성이 뛰어나고 특별한 약점이 없는 대단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래플스키는 올시즌 틈나는 대로 본거지인 런던에서 미국의 여러 대회장을 오가며 고진영의 숏게임을 점검해줬다. 벽안의 레플스키가 고진영을 최고의 자리로 이끈 셰르파 역할을 한 셈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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