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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현의 세계 100대 골프여행] 흑해의 보석 트라시안 클리프스
뉴스| 2019-11-2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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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시안 클리프스의 파5 10번 홀 그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트라시안 클리프스(Thracian Cliffs) 골프&비치리조트는 불가리아의 흑해 연안에 펼쳐진 동유럽 최고의 코스다. 해안 수직 단애(斷崖) 위에 놓인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풍경을 가진 코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트라시안 클리프스로 가는 길은 그리 녹녹치 않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국내선을 타고 흑해 연안 중심 도시 바르나(Varna)로 간 다음 북쪽으로 차를 몰고 1시간 이동해야 한다. 이곳의 고급 리조트에 묵으며 패키지로 골프를 즐길 수 있고, 흑해 해변에 마련된 프라이빗 비치에서 일광욕을 즐길 수도 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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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이 코스는 남아공 출신의 전설적 골퍼 게리 플레이어의 설계로 2011년에 개장했다. 2013년엔 유러피언 투어 볼보월드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 열려 그레이엄 맥도웰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골프장 명칭에 쓰인 트라시안은 기원전 5세기부터 기원후 1세기까지 흑해 서쪽 지방에 번성한 고대 문명 이름이자 부족명인 트라키아(Thracia)에서 따 왔다. 고대 시기에 흑해는 지중해보다 더 중요하고 더 커다란 바다였다. 이곳을 주름잡던 트라키아는 불가리아의 기원이자 자랑이다.

새하얀 해안 절벽을 따라 들어선 코스를 따라가는 라운드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모든 홀에서 파랗게 빛나는 잔잔한 흑해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홀들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절벽 위를 따라 북쪽으로 길게 나아갔다가 돌아온다. 해변에 놓인 6번과 7번 홀에서는 바닷물에 손을 적셔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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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홀에서 돌아본 1번 홀과 해변.


코스에는 해안 절벽과 계곡을 넘기는 긴 캐리의 티샷이 요구되는 홀이 많다. 여기에 시각적으로 좁아 보이는 페어웨이는 매홀 골퍼에게 도전감을 안긴다. 대신 흑해 바다의 습기를 머문 탓에 다소 습하고 느린 그린이 난이도를 완화해준다.

라운드는 수십 미터가 넘는 수직 절벽을 오른쪽에 감춰 두고 넓은 듯 좁은 페어웨이가 펼쳐진 파4 1번 홀로 시작된다. 핸디캡 1번인 파5 2번 홀은 푸른 바다에 정신이 팔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슬라이스가 잘 나온다. 페어웨이 오른쪽 끝의 절벽 또는 코너에 자리한 벙커로 티샷을 보내기 쉽다. 519미터의 긴 전장이지만 티샷만 잘 보낸다면 파도 가능한 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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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5 3번 홀.


연속된 파5 홀인 3번 홀에서 트라시안 골프장의 정수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깎아지른 하얀 절벽 위에 매달린 그린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눈부시기 짝이 없다.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6번과 7번 홀이다. 전장 211미터의 6번 홀은 전 세계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 파3 홀이다. 수십미터 절벽 위 티박스에서 바닷가에 놓인 조그만 그린을 향해 내리막 티샷을 보내야 한다. 눈 앞에 펼쳐진 반짝이는 바다를 마주하며 보내는 티샷은 최고의 짜릿함을 제공한다.

파4 7번 홀은 백티에서 346미터로 그리 길지 않지만 반도처럼 바다로 튀어 나온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내는 티샷이 상당한 도전을 안긴다. 높이 솟아 보이지 않는 그린을 향해 보내는 세컨드 샷도 만만치 않다. 세번째로 어려운 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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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의 하이라이트 파3 6번 홀.


코스는 8번 홀을 끝으로 방향을 바꿔 9번 홀부터 내륙쪽으로 되돌아온다. 파5 10번 홀은 해안을 향해 언덕을 따라 뱀처럼 휘어 내려가는 뛰어난 더블 도그렉 홀이다. 좁은 페어웨이 입구를 향해 길고 정확한 티샷을 보내야 한다.

362미터 파4 12번과 159미터 파3 15번은 후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홀들이다. 12번 홀은 그린 뒤로 펼쳐진 흑해 바다 전경이 일품이고, 파3 15번 홀은 급격한 내리막 홀이다. 바닷가는 아니지만 페블비치 6번 홀처럼 짧지만 바람의 영향을 많는 흥미로운 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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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 18번 홀.


트라시안에서의 놀라운 라운드는 갈대 무성한 연못 위를 넘기는 171미터 파3 18번 홀로 마무리된다. 짧지 않은 거리에 그린 앞 벙커가 부담이 되는 데다 그린이 잘 보이지 않아 티샷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린 뒤쪽에는 라운드를 마친 골퍼들이 맥주를 마시며 뒤따라오던 플레이어들의 샷을 감상할 수 있는 바가 자리잡고 있다. 18번 홀 바에서 맥주 한 잔을 하는 기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함과 상쾌함을 함께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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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 홀 바에서의 맥주 한 잔.


[사진과 글= 백상현 화이트파인 파트너스 대표, 골프 여행가] *이 글은 필자의 사이트 <세계100대 골프여행(top100golftravel.com)>에서 발췌했습니다. 필자는 전 세계 5대륙 900여 곳의 명문 코스들을 여행사 도움 없이 직접 부킹하고 차를 몰고 가 라운드 한 국내 최고의 골프여행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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