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기고] 스크린골프 '퍼팅 이어하기' 기능의 개선 제안
뉴스| 2020-02-06 05:35
이미지중앙

스크린골프는 이미 무시할 수 없는 골프문화가 됐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당구, 장기, 바둑과 같이 번갈아 가며 '수' 또는 '샷'을 하는 종목은 선(先) 플레이어가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 있다. 골프는 멘탈 스포츠라서 반드시 선 플레이어가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선 플레이어의 샷을 보고 자연환경(바람, 거리, 잔디 등)에 대한 정보를 참조할 수 있는 후(後) 플레이어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즉, 골프에서 먼저 치는 사람은 전 홀에서 승리자이기에 동반자에게 정보를 먼저 제공하는 불리한 조건을 자청하는 명예로운 자(아너)이다.

가장 먼저 샷을 하는 '아너'는 명예로운 자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아너가 선 플레이를 하고, 그 외의 지점에서는 홀에서 먼 거리를 남긴 플레이어가 먼저 플레이를 한다. 일명 ‘원구(遠求) 선 플레이’. 여기에는 티잉 그라운드에서 좋은 샷을 한 선수에게 어드벤티지를 제공하는 의미가 있다. 그린까지 가는 과정에서 플레이어 간에 거리가 먼 경우, 원구 선 플레이는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는다. 안전과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서다.

원구 선 플레이

플레이 순서가 가장 민감한 장소는 바로 그린이다. 따라서 원구 선 플레이의 규칙이 가장 엄격하게 지켜지기도 하지만 에티켓 때문에 순서가 많이 바뀌기도 한다. 동반자의 승낙이 있다면 가까운 거리를 남긴 골퍼가 먼저 퍼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아마추어 간의 라운드에서 2m 내외의 버디 찬스라면 동반자들이 가까운 거리라도 먼저 홀 아웃을 하여 마지막에 퍼팅을 하도록 배려한다. 이 경우 버디 기회를 얻은 플레이어는 선 플레이어에 의한 홀 주변의 라이와 그린속도에 대한 정보를 득하여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프로들이 겨루는 대회에서도 짧은 거리의 플레이어가 먼저 홀 아웃을 하는 경우도 많다. 단, 짧은 거리를 남긴 플레이어가 먼저 퍼팅을 하더라도 경기에 영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치 플레이에서는 원구 선 플레이의 규칙이 더욱 엄격히 지켜진다. 퍼팅 후 이어서 하고자 할 때는 원거리의 플레이어에게 컨시드를 주고 하여야 한다.

이미지중앙

스크린골프의 퍼팅 이어하기는 개선이 필요하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그린의 플레이 순서는 원래 엄격


스크린골프의 플레이 순서는 프로그램이 결정한다. 샷의 순서는 나무랄 게 없지만, 퍼팅순서가 왕왕 문제가 된다. 스크린 골프에서는 모든 플레이가 같은 타석에서 스윙을 하다 보니 필드와 달리 준비할 시간과 장소가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 스크린골프에서는 '퍼팅 이어하기' 기능이 많이 쓰이고 있다. 플레이어가 첫 퍼팅을 하면 남은 거리에 관계없이 홀인을 할 때까지 플레이의 순서가 안 바뀌는 기능이다. 게임 진행도 빨라지고 플레이어의 편의도 높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기본세팅이 돼 있는 곳이 많고, 일단 세팅을 하면 18홀까지 모두 적용된다.

스크린골프의 플레이 순서는 프로그램이 결정

그런데 이 ‘퍼팅 이어하기’는 엄격하게 따지면 골프 룰에 위배된다. 룰은 스포츠의 핵심가치이고, 퍼팅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편의를 위해 룰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출발부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스크린골프 대회 때는 퍼팅 이어하기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 매장에서 큰 고민 없이 광범위하게 퍼팅 이어하기가 시행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 요즘은 스크린으로 골프에 입문하는 초보자가 많은데, 이들이 프로그래밍된 퍼팅순서에 익숙해져 그린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퍼팅순서 위반을 지적 받은 초심자는 여기에 신경을 쓰다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

엄격히 따지면 룰 위반

개선책은 간단하다. 먼저 ‘퍼팅 이어하기’를 적용한 상태에서 그러한 상황이 되면 ‘올바른 순서와 이렇게 하면 승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안내’를 해야 한다. 또 대기하는 동반자가 동의할 경우에만 퍼팅 이어하기가 되도록 설정한다면 전통의 골프 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진행을 빠르게 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조치할 수 있다.

A플레이어는 B플레이어보다 홀과의 거리가 멀다. 공교롭게 둘 다 같은 라이다. A가 먼저 퍼팅을 하고, 이어 두 번째 퍼팅도 한다면, 이를 지켜본 B플레이어에게 아주 유리하다. A가 원치 않는데도 퍼팅 이어가기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요즘 이런 상황이 매일, 셀 수도 없이 많은 스크린골프 경기에 벌어지고 있기에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다.
골프칼럼니스트 신용진(에스엘미디어 대표이사)
이미지오른쪽


* 신용진 대표는 국내 스크린골프 대회에서 최저타기록(26언더파, 2012년 GLF 조지아배 대회)을 갖고 있으며, 대통령 표창(기술혁신 유공)과 각종 발명상을 받은 발명인이기도 하다. ‘스크린골프 고수되기’라는 칼럼을 연재했으며, 대학 겸임교수, 골프잡지 발행인, 스크린골프장 점주 등으로도 활동했다.

sport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