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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화영이 만난 골프인] 20년간 출간 서천범 소장
뉴스| 2020-05-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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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이 <레저백서 2020>을 20일 출간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골프장 숫자가 500곳을 넘겼고, 수백만명의 골퍼가 일년에 4천만번의 라운드를 하는 한국 골프 산업을 조망하는 대표적인 자료집이 <레저백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이 집필한 <레저백서 2020>가 지난 20일로 20번째 발간되었다. 1999년 연구소 창업 이후 첫 백서를 냈을 때 300쪽이던 분량은 10년 지난 2010호에 618쪽까지 늘어났다가 2020호에는 510쪽으로 줄었고 핵심 내용 위주로 편집됐다.

이 책에는 국내 레저산업 시장을 대표하는 골프, 리조트, 스키장, 콘도미니엄, 테마파크산업 등의 세밀한 자료와 일본의 통계자료까지 함께 들어 있다.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레저산업 통계 도표가 327개 수록돼 있는데, 그중에 골프산업은 본문과 부표를 포함해 250쪽에 달해 레저백서의 핵심을 이룬다.

서 소장은 “레저백서는 제 젊음을 바쳐 만든 책으로, 매년 보다 나은 자료를 수록하기 위해 열정을 바쳤다”고 말한다. 환갑을 맞은 올해까지 20년간의 외길 저술 작업은 레저업계에서는 독보적이다. 오늘날 각 기업 연구소, 세미나, 업계 전망 리포트 심지어는 대학의 석박사 논문에까지 레저백서가 인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심지어 감정평가법인 몇 곳은 그에게 연간 사용료를 내면서 자료를 인용한다.

매년 업계 자료가 업데이트되니 이 책은 산업 전체의 흐름을 읽는 나침반 역할도 한다. 골프업계를 한정시키면, 골프장들이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하거나 변화하는 과정과 사업 자료를 이 책은 빠짐없이 소개한다. 그 모두가 통계청, 업체 공시 자료, 문화체육부, 일본 정부 통계 등 공인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개별 골프장이나 리조트로부터 매출 자료를 받아 골프장 업계의 변화상을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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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리조트 등의 한국 레저산업을 심도깊게 분석하고 자료를 제공하는 레저백서는 올해로 20권째 출간됐다.


산업 리포트나 세미나 자료, 컨설팅 보고서에 언론 보도자료까지 골프 산업의 소스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서 나온다. 원래 정부나 혹은 공공 연구소에서 해야 할 일이지만 서소장 개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매년 책이 나온다는 자체가 신기하다. 책값은 25만원으로 비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이맘때면 항상 사무실 전화에는 책이 언제 나오는지 문의하거나 주문하는 전화가 빗발친다. 그게 연구소의 주 운영 수익이 된다.

서 소장은 외국어대학교 국제경제학 대학원을 마친 뒤 1986년 해외건설협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88년부터 LG, SK경제연구소를 거쳐 1999년 KIA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장으로 마친 뒤 1999년 한국레저산업연구소를 차렸다. 평생을 자료 조사와 분석 연구에 바친 인생이다.

“남들이 하지 않지만 내가 잘하면서 또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레저연구소를 열었습니다. 초창기에는 ‘레저’라는 단어조차 이해 못해 레자(인공가죽 옷감)냐는 사람도 있었지요. 이사도 많이 다녔고, 반대로 골프장 건설붐이 일 때는 직원 서너명을 둘 정도로 컨설팅 요청도 많았지만 지금은 혼자서 일하고 있습니다.”

서 소장이 저술하는 레저백서는 사실에 근거해 작성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신뢰성을 인정받는다. 숫자를 부풀리거나 의미를 왜곡하지도 않고 타협은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대 초반 대중골프장 내장객 숫자다. 당시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정부에 골프장 이용객 숫자를 과시하기 위해 한 라운드에 두 번 도는 9홀 골프장 내장객을 별도로 계산했다. 그는 실제 내장객 숫자를 왜곡한다는 이유로 바로잡아 발표했다.

지난해는 대중제로 전환한 회원제 골프장이 그린피를 할인하지 않거나 오히려 더 받았다는 자료를 내서 골프장으로부터 욕도 먹었다. 업계에서의 관계를 위해 모른 체 지나갈 법하지만 그는 올바른 시스템과 법치와 조세 정의가 사회를 발전시킨다고 믿는 엄격한 와치독(감시자) 역할을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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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1월에 연구소에서는 프레스센터에서 골프장산업 발전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사진=SBS골프 뉴스캡쳐]


개인 연구소라서 자료를 취합하는 데 어려움도 많다. “일본은 12월 결산 법인이 내장객, 매출 등을 상세하게 내는데 어떤 리조트는 자료를 안 내놓거나 부실하게 알립니다. 어떤 때는 레저백서를 주고서 자료를 맞바꾸기도 했지요. 우리나라는 기업 자료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아쉬워요. 한 번은 정부 관련 기관에서 제 자료들을 그대로 인용한 정책 리포트를 냈더군요. 소송을 해서 권리를 찾기도 했습니다. 저는 매년 공들여 연구한 자료인데 그게 남발되니 속상했죠. 지적 재산에 대한 보호와 인식도 높아져야 합니다.”

레저산업연구소라서 골프 뿐만 아니라 리조트, 스키, 테마파크 분야에 초기에는 복권 등 사행산업도 다뤘다. 2006년부터는 2014년까지 격년 주기로 <갬블산업 백서>도 6번 발간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정부기관에서 갬블산업 보고서를 내면서 이후로는 접었다.

전년도 출간한 <레저백서2019>에서 대체로 10~20%는 바뀐다. 비싼 책값을 받는 만큼 매년 최근 수치를 반영할 뿐 아니라 그때마다 테마를 정하고 추가한다. 올해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 변화가 골프장 영업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넣었다.

겨울이면 스키장이 대호황이던 시절이 불과 몇 년 전이다. “지구온난화가 스키 산업을 붕괴시켰습니다. 겨울에 눈이 적게 오고, 눈을 만드는 비용이 높아지고, 자연적으로 설질도 떨어지죠. 영업일수가 줄어드니까 산업이 죽습니다. 반대로 골프는 지난해 따뜻한 날이 많고 비가 적어 역대 최고의 매출을 보였습니다.”

골프 산업 비중이 커지면서 그는 2015년에 한국골프소비자원을 만들었다. 거기서 낸 골프장 그늘집 메뉴 리서치 보고서는 업계에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이후 많은 골프장들이 그늘집 음식값을 현실화하거나 내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소비자원에서는 몇 년 전부터는 경력단절 여성 골퍼와 은퇴한 골퍼들의 제2의 인생을 돕는 마샬 캐디제를 운영,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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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범 소장은 2015년 한국골프소비자원을 설립해 운영중이다. 당시 집무실.


최근 이 책을 내면서 낸 최근 9년간 골프장 캐디피의 인상률 보도자료가 세간에 화제를 끌었다.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하는 그만의 20년간의 조사 내공이 있기에 가능한 자료였다. 20년간 한 분야를 옹골차게 연구해왔기 때문에 많은 미디어들이 그의 자료를 인용하고 보도한다.

매년 5월에 백서가 나오는 이유는 12월 결산 법인들의 감사보고서가 3, 4월에 나오기 때문이다. 서소장이 가장 바쁜 때다. 업체들의 공시 자료를 참고해 레저산업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고 수백개의 표를 확인하는 작업을 마치고 책을 탈고한다.

“레저백서는 일년 내내 만드는 책입니다. 업체의 뉴스와 변화가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때마다 숫자를 수정하거나 자료를 업데이트 해야 하거든요. 아마 이 일은 제가 죽을 때까지 할 것 같아요. 레저백서 2030까지는 자신 있습니다. 그만큼 보람 있습니다.” 21일부터 그는 <레저백서 2021>작업에 들어갔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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