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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승 골프칼럼] (67) 독일인과 골프
뉴스| 2023-09-20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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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한국에 큰 영향을 준 나라이다. 독일이 주는 이미지는 높은 품질의 제품과 신뢰할 수 있는 정치, 경제적 제도인데 사회체육의 분야에서도 독일은 세계 최고이다. 그렇다면 독일인들에게 골프는 어떤 스포츠일까? 우선 골프와 관련된 숫자를 비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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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골프인구는 총 인구 대비 독일보다 4배나 더 많고, 국토면적을 감안하면 골프장의 숫자도 훨씬 많다.

그린피는 비싸다
독일에서의 골프비용은 얼마나 될까? 프랑크푸르트 같은 대도시 주변의 골프장들은 그린피가 꽤 비싸서 주중 11만원, 주말 15만원 정도이고, 인구가 적은 지방의 골프장들은 주중 6만원, 주말 8만원 정도이다. 셀프 라운드이므로 카트피나 캐디피는 없다. 그런데 이런 수준의 그린피는 독일인들에게는 너무 비싼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골퍼의 천국
골프장의 회원이 되면 그린피는 무료이고 무제한 라운드가 보장되는데 회원의 비용을 감안하면 그린피를 내는 것보다 훨씬 싸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가까운 최고 명문 골프장인 노이호프 골프클럽의 경우 반환되지 않는 입회비 2천만원을 내고 연 회비로 250만원을 내면 평생 동안 그린피 무료이고 자녀들도 18세까지 무료로 플레이 할 수 있다. 조금 격이 떨어지는 골프장의 입회비는 500만원 미만이며 입회비 없이 연 회비만 받는 골프장도 많다. 한국과 비교하면 너무나 저렴한 가격이지만 골프장들은 회원이 모자라서 할인행사를 하기도 한다. 평균적으로 페어웨이, 그린의 상태 등 골프장의 품질은 한국보다 훨씬 좋다.

프랑크푸르트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많은 주재원들이 회원으로 등록한 압솔루트 골프클럽의 시스템도 특이하다. 압솔루트 골프는 6개의 골프장을 골라서 라운드 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입회비 23만원에 매월 30만원의 회비를 내면 그린피 무료 무제한 라운드가 가능하며 예약을 못해서 골프를 못 치는 경우는 없다. 우리나라 골퍼의 기준으로 보면 사실 독일은 골퍼의 천국이나 다름없다.

골프를 치지 않는 이유
골프장 주변에 살면 정해진 비용으로 연간 수백 라운드를 칠 수 있는데 독일인들은 왜 골프를 안칠까?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웃이 골프채를 차에 싣고 나가면 부자로 간주하거나 조금 잘난 척 하는 부류로 판단하기도 한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결국은 걷기 운동일 뿐인데 걷기는 어디서든지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젊은 사람이 평일에 골프를 치는 것은 일할 시간에 딴 짓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때문이다.

독일 골프가 주는 시사점
우리나라보다 소득이 높은 독일인의 사고 방식은 우리나라 골퍼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골프가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건강에 특별한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닌데, 우리나라처럼 큰 비용을 지출하면서 인구의 10퍼센트가 참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지 재점검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골프 한 라운드를 위해 독일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한데 골프에 투자되는 시간의 소모가 비용만큼이나 심각한 문제이다.

정부는 국민의 복지를 위해서 골프 대중화 정책을 펴 왔고 양적으로 큰 성공을 이뤘다. 이제 정부도 골프의 경제적, 생산적 효과를 분석하여 향후의 골프 정책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 골프 대중화 정책도 독일처럼 저비용 골프 창출이 가능한 선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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