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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백명 짐 쌌다…‘감원 한파’에 떠는 패션업체 직원들
뉴스종합| 2020-09-07 11:3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패션업계 곳곳에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회사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영업부서를 중심으로 무급휴직이나 권고사직을 받았어요. 저는 자리는 지켰지만 구조조정이 길어지다보니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요.”(의류OEM 업체 직원 A씨)

패션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감원에 나서고 있다. 기업 규모·업종·근무 연차와 상관없이 곳곳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업황 부진이 깊어지면서 매장과 인력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으로 생존 전략을 짜고 있어서다.

▶패션 대기업도 막지 못한 ‘코로나 쇼크’=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기준) 국내 주요 패션 상장기업의 직원 수는 전년 대비 최대 10% 이상 감소했다.

국내 패션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가장 많은 인력을 감축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직원 수는 1470명으로 전년 동기(1550명) 대비 80명 줄었다. 1년 사이 남성복 브랜드 빨질레리·스포츠 브랜드 빈폴스포츠 등을 철수하면서 인력 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빈폴키즈·빈폴액세서리 등을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면서 관련 인력 수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끼쳤다.

경쟁 패션 대기업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LF의 올해 상반기 직원 수는 1052명으로 전년 동기(1077명) 대비 25명 감소했다. 지난 3월에는 자진 반납 형태로 임원 급여를 30% 삭감했다. 같은 기간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22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중견기업도 전체 직원의 16% 감축=중견 패션기업 중에서는 신원이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신원의 올 상반기 직원 수는 546명으로, 전년 동기(650명) 대비 104명 줄었다. 전체의 16%에 해당하는 인력을 감축한 셈이다. 여성복 브랜드 비키의 온라인 전환과 패션 부문 매출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

국내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유럽 등 해외 거래처가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지연하면서 국내 OEM 업체들이 생산을 끝내고도 납품을 하지 못했다. 대금 회수가 어려워진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가장 먼저 직원들부터 정리했다.

영원무역의 올해 직원 수는 286명으로 전년 대비(344명) 58명 감소했다. 비상장사인 신성통상은 지난 4월 수출본부 직원 30여명을 일방적으로 정리 해고해 논란이 됐다. 한솔섬유·풍인무역·최신물산 등도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형태로 일부 직원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 한파 하반기까지 이어지나=패션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며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 추가 감원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패딩·코트 등 고가의 방한 의류가 팔리는 가을·겨울 장사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장 패션기업의 인력 감축 규모만 봐도 수백명대인데, 비상장사까지 합치면 천명대에 이를 것”이라며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 한 짐을 싸는 패션업체 직원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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